9월 데뷔하면서 가터벨트, 핫팬츠 패션을 시도했다가 ‘복장단속’의 집중대상이 됐던 나인뮤지스. 6일 MBC ‘쇼 음악중심’에 출연하면서 나인뮤지스는 일부 멤버가 긴 바지를 입었고, 핫팬츠, 미니스커트를 입은 멤버는 검정 스타킹으로 다리 노출을 하지 않았다.
■ 지상파 3사 ‘걸 그룹 복장규제’ 그 후…
가터벨트 논란 나인뮤지스 바지·검정 스타킹 무장
레인보우 몸에 붙는 라이더 의상으로 여성미 강조
걸그룹의 방송무대 의상에 대한 규제는 이미 8월부터 이뤄졌다.가터벨트 논란 나인뮤지스 바지·검정 스타킹 무장
레인보우 몸에 붙는 라이더 의상으로 여성미 강조
당시 몇몇 국회의원들이 TV에서 걸그룹의 과도한 노출과 춤동작이 선정적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걸그룹 선정성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지상파 3사의 음악 프로그램 제작진은 걸그룹의 의상을 ‘자체 심의’하기 시작했다.
속살 감춘 Girl
● 배꼽노출 사라지고 긴바지 착용 늘어
노출자제 권고 이후 가장 큰 특징은 배꼽을 노출한 의상이 사라졌다는 것. 최근 방송한 KBS 2TV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 지상파 3사의 대표적인 음악순위 프로그램에는 모두 30개 팀의 여성가수 및 혼성그룹이 출연했다. 그러나 이들 중 배꼽을 노출한 의상을 입은 가수는 신인 여성그룹 VNT 한 팀 밖에 없었다. VNT의 의상 역시 흔히 말하는 탱크톱 수준의 일명 ‘배꼽 티’가 아니라, 상의 길이가 조금 짧아 배꼽이 살짝 보일 정도.
과거에는 자주 볼 수 있던 등이 노출되거나 옆구리가 깊이 팬 의상은 아예 볼 수 없었다. 핫팬츠도 많이 사라졌다. 대신 늘어난 것은 긴바지 의상. 짧은 치마를 입을 때는 검정색 스타킹을 신어 다리의 맨살 노출을 자제했다. 밑단이 넓어 팔랑이는 치마 속으로 속바지가 드러나는 경우도 없었다.
9월 싱글 음반 ‘A’를 발표한 레인보우. 상의를 벗는 듯한 춤동작 때문에 배꼽이 드러나자, 방송사로부터 “춤을 바꾸라”는 권고를 받았다. 레인보우는 최근 발표한 새 싱글 ‘마하’를 부를 때는 배꼽을 감춘 것은 물론 핫팬츠 대신 긴 바지를 입고 무대에 나서고 있다. 노출이 있는 의상 대신 몸에 딱 붙는 ‘라이더’(rider) 의상을 착용했다.
레인보우의 스타일리스트 이승희 씨는 “노출을 하지 않으면서 여성미를 강조하기 위해 몸에 붙는 의상을 생각해냈다”고 설명했다. DSP이엔티 최성필 이사는 “온 가족이 함께 보는 방송프로그램이니만큼 걸그룹의 선정성에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감한다. 일선 기획사들 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9월 초 ‘노 플레이보이’로 데뷔할 때 핫팬츠, 가터벨트 패션으로 논란이 된 나인뮤지스도 최근 새 싱글 ‘레이디스’로 컴백하면서 바지를 입는 멤버의 숫자가 늘어났고, 치마도 무릎이 살짝 드러나는 수준으로 길어졌다. 핫팬츠를 입은 멤버는 아예 긴 부츠를 신어 노출을 최소화했다.
11월 중순 컴백을 앞두고 스타일 고민에 빠진 씨스타(위)와 최신 싱글 ‘마하’ 무대에서 배꼽을 감추고 바지를 입은 레인보우.
속 끓는 소속사
● “노출, 여성가수에겐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
이런 규제에 대해 자유로운 무대 표현에 제약을 받는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특히 걸그룹이 소속된 음반기획사의 경우 자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무난한 의상이라 생각했다가 방송사로부터 퇴짜를 맞을 경우, 음반활동을 포기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멤버 평균신장이 172cm인 나인뮤지스는 늘씬한 몸매가 그룹활동에서 강조하는 매력 포인트. 그런데 9월 데뷔하자마자 이른바 ‘선정성 규제’의 집중적인 단속 대상이 됐다. 핫팬츠를 입었다가 ‘야하다’는 지적에 방송사 인근 편의점을 뒤져 스타킹을 구입해 입었고, 가슴골이 보이는 의상을 입었다가 ‘가려라’는 지적에 생방송 직전 천을 덧대 가슴을 가리는 ‘긴급공사’를 했다.
나인뮤지스의 스타일리스트 홍혜원 씨는 “남자가수가 무대에서 멋있어 보여야하듯 여성가수는 예뻐 보여야한다. 이번엔 (복장규제로) 스타일을 못 살린 게 아쉬웠다. 반드시 노출을 해야 스타일이 사는 건 아니지만, 여성가수는 상황에 따라 약간의 노출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똑같이 검정 스타킹만 착용해야 한다면 가수마다 차별화도 없다”고 말했다.
8월 말 ‘가식걸’로 컴백할 때 ‘속바지’로 골치를 앓았던 씨스타도 이달 중순 새 음반 발표를 앞두고 의상에 대한 고민이 많다. 씨스타는 ‘가식걸’ 활동 당시 검은색과 흰색인 속바지가 ‘속옷처럼 보인다’는 지적을 받아, 급히 치마와 같은 색상으로 염색해 입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속옷을 안 입은 것 같다’는 말이 나와 어려움을 겪었다.
씨스타 스타일리스트 김민 씨는 새 의상을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는 “무대의상은 음악에 맞는 ‘콘셉트’라는 게 있는데, 복장규제로 그걸 잘 살리기 어렵다”면서 “협찬을 받을 때도, 예쁜 옷을 구해도 이젠 고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방송사도 답답
● 방송사…“단속하는 우리도 어렵다”
걸그룹의 의상을 단속하는 음악방송 제작진도 답답하기 마찬가지다. MBC ‘쇼 음악중심’ 김유곤 PD는 “선정성에 대한 기준이 애매해서 어떻게 평가를 할지 가끔 현장에서 난감할 때가 있다”면서 “가요 관계자들도 ‘마돈나도 매번 파격적이고 선정적으로 나오는데, 과도한 의상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냐’ 고 하소연을 한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김 PD는 이어 “아직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은 없지만 배꼽을 드러내거나 핫팬츠를 입는 것은 자제해 달라고 말한다. 특히 미성년자 가수는 선정적으로 보이는 의상은 절대 안된다”고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소개했다. 김 PD는 아울러 “가수의 의상 규제에 대한 논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방송사 내부에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논의로 확장시키는 것이 옳다”며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SBS ‘인기가요’ 장석진 PD는 “현재 활동하는 걸그룹마다 출연회의를 하면서 미리 의상을 체크하고 있다”면서 “무대의상에 대해 특별히 정해진 규율 없이 자체적으로 심의를 한다. 가수들이 그런 방침을 이미 알고 있어 의상을 잘 갖춰 입고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사진|스타제국·스타쉽 엔터테인먼트·방송캡처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