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한국선수 장비 좀…” 읍소
그라운드서 열정은 뒤지지 않아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가 16일 끝났다. 18일 열리는 준결승전은 B조 1위 한국-A조 2위 중국, A조 1위 일본-B조 2위 대만의 구도로 확정됐다.그라운드서 열정은 뒤지지 않아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이들 4개국 외에도 홍콩, 파키스탄, 태국, 몽골이 참가했다. 아시아야구 변방에 있는 이들의 실력은 한국의 중학생 수준. 야구 환경 자체가 열악하다.
엔트리는 24명이지만 몽골 선수단은 고작 12명으로 구성됐다. 물론 선수가 없어서였다. 그나마 4번 타자 겸 에이스인 바트볼드는 14일 첫 경기인 중국전에서 대기타석에 있다가 앞선 3번 타자의 파울 타구에 안면을 맞는 불상사까지 당했다. 응급처치는 광저우에서 끝냈지만, 함몰된 뼈를 몽골로 돌아가 어떻게 치료할지는 난망하다고 한다.
더욱이 몽골 선수단은 나무 방망이를 한 개 밖에 가져오지 못해, 아시아야구연맹(BFA)이 한국 등 주요팀에서 방망이 세 개씩을 긴급 갹출해 지원하기도 했다.
한국과 14일 경기를 치른 홍콩 선수단은 승패를 초연해 메이저리거 추신수가 포함된 한국팀과 게임을 치른 것에 자랑스러워했다.
추신수를 삼진으로 잡았던 한 투수는 “평생 잊지 못할 영광”이라고 말했다. 홍콩팀 관계자는 BFA 기술위원장 자격으로 이번 대회를 관할하고 있는 허구연 MBC 해설위원에게 추신수를 비롯해 김태균, 이대호 등 한국 선수들의 장비를 좀 구해줄 수 있느냐고 읍소하기도 했다.
이들 4개국 중 그나마 최근 기량이 급성장한 팀이 16일 한국의 3차전 상대였던 파키스탄. ‘영국식 야구’로 불리는 크리켓 선수 출신이 여럿 포함돼 있어서인지 홍콩이나 태국보다도 상대적으로 높은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실력 여부를 떠나 무엇보다 주목하고 싶은 건, 이들 선수들이 야구에 대해 갖는 열정이다. 이들은 비록 맥없이 삼진으로 물러나도, 어이없는 실책을 범해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비록 지금은 변방에 있고 턱없이 부족한 기량이지만, 이들의 야구 사랑만큼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광저우(중국)|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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