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 마중나와 감격의 눈물 훔친 추신수 아버지
“신수 뒤에 좋은 선수들 있어 금메달 땄지요
병역 걱정했는데…내 할 일 다한 것 같아요
한번 안아주라고요? 사람 많아 안할랍니다”
“신수 뒤에 좋은 선수들 있어 금메달 땄지요
병역 걱정했는데…내 할 일 다한 것 같아요
한번 안아주라고요? 사람 많아 안할랍니다”
김현수 “신수형 옆은 내자리”
장난꾸러기 김현수(왼쪽에서 세번째)가 귀국 기념촬영 직전 맨 앞줄에 선 강정호(왼쪽에서 두번째)와 추신수(오른쪽) 사이에 기습적으로 끼어들며 웃고 있다.
“(추)신수만 잘 한다고 되나요. 대표팀 모두가 잘 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모든 아들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21일 인천국제공항. 추신수의 아버지 추소민 씨는 일찌감치 공항에 나와 초초한 모습으로 아들을 기다렸다. 공항에 모인 그 어느 누구보다 들뜬 표정이었다. 추 씨는 “(대표팀이 금메달을 땄을 때)기쁨은 말로 표현 못하지”라고 입을 열다가 갑자기 한 손을 눈가로 가져갔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할 아들 생각에 그만 울컥한 모양이었다.
추신수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5경기에 출장해 14타수 8안타(타율 0.571) 11타점 9사사구 2도루를 기록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특히 대만·중국전에서 홈런을 3개나 때려내며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추신수 혼자 금메달을 일궈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맹활약이었다. 그러나 추 씨는 “야구는 누구 혼자만 잘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며 “우리 신수 뒤에 이대호 김태균과 같이 훌륭한 선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모든 공을 다른 선수들에게 돌렸다.
실제 추신수의 어머니 박유정 씨는 대표팀의 우승이 확정된 후 광저우에 있는 이대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정근우에게도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아 정근우의 가족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추 씨는 “대호에게 ‘욕 봤다(수고했다). 고맙다’고 말했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청첩장 돌리러 왔어요”
김태균의 약혼녀인 김석류 씨가 직접 마중 나와 시선을 끌기도 했다.
물론 무엇보다 아들이 자랑스럽다. 추신수는 이번 금메달로 병역면제혜택을 받게 된다. 올 시즌이 끝난 후 연봉조정신청자격을 획득한 만큼 연봉에서도 잭팟을 터트릴 전망이다. 추신수는 귀국 후 가진 인터뷰에서 “에이전트에 일임한 상태”라며 재계약에 대해 말을 극도로 아꼈지만 “경기가 끝난 후 클리블랜드 트레이너와 단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를 건넸다”고 전했다. 클리블랜드에서도 추신수의 금메달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추 씨도 “본인도 고민이 많았겠지만 가족들이 (병역문제 때문에)걱정을 많이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이제 내가 신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 같다. 앞으로 본인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동안 좋아도, 싫어도 내색 못한 무뚝뚝한 경상도 아버지답게 “(아들을 보면)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머뭇거리더니 ‘아들을 보면 한 번 안아줘야 하는 게 아니겠냐’는 말에 “여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안 할랍니다”라며 멋쩍어했다. 그러나 출국장에서 나오는 추신수를 보자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두 팔 벌려 아들을 환영했다.
인천국제공항|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