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양궁의 힘 3가지
신궁은 살얼음판 승부에 더 강하다.21일, 중국 광저우 아오티 아처리레인지에서 열린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양궁단체전. 대표팀은 인도와의 4강, 중국과의 결승에서 모두 슛오프를 치렀다.
압권은 결승전. 2차 슛오프에서 주현정(현대모비스), 윤옥희(예천군청), 기보배(광주광역시청)가 모두 10점 과녁을 명중시켰다. 당황한 중국은 장윤뤼가 7점을 쏘며 무너졌다.
현대제철 장영술 감독은 “한국은 특히 슛오프에 강하다”며 웃었다. “뒤지고 있어도 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대표팀 조은신 감독의 대범함도 바로 벼랑끝 승부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한국양궁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 동료에 대한 믿음이 낳은 골드 텐
주현정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내가 물론 첫 번째로 나서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편하게 마음먹으려고 한다. 왜냐? 우리는 어차피 다들 세계정상의 실력이기 때문이다. 내가 실수해도 후배들이 잘 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마음이 가벼운 것 같다.”
여자대표팀은 개인전예선에서 1∼5위중에 4명을 포진시켰다. 자신감의 제1원천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실력이다.
● 정신과 전문의 상담까지
대한양궁협회는 7월부터 대전 선병원 정신과 김영돈 박사에게 주1회 선수들의 심리 상담을 맡겼다. 프로야구 KIA의 윤석민 등을 심리치료하기도 했던 김 박사는 운동에 대한 얘기는 일체 하지 않는다. 가족, 친구, 지도자 등 인간관계에 대한 상담이 주류를 이룬다. 남자대표팀 이창환은 “박사님과 얘기하다보면 나를 제3자가 보듯 객관화하게 된다”고 했다.
김 박사가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동료애다. 대표팀 동료들은 사실상 금메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 하지만 단체전에서는 하나로 힘을 모아야만 한다. 김 박사는 선수들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도와, 서로간의 사소한 갈등도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결국 이런 시도는 팀워크를 단단히 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 기상천외한 훈련방법, 결국은 성공
대한양궁협회 서거원 전무이사는 “단 1%라도 경기력에 도움이 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한다”고 했다.
명품은 미세한 차이에서 비롯된다. 세계최고이기 때문에 성장의 폭은 클 수 없다. 그래서 양궁인들은 수시로 머리를 맞댄다. 번지점프, 야구장 소음적응, 군부대 훈련 등은 “이벤트 성”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결국 선수들의 입을 통해 그 효과가 확인됐다.
기보배는 “특히 야구장 소음적응이 기억에 남는다. 경기장의 부담감을 이기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광저우(중국)|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