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령. 스포츠동아DB
하지만 이 작품들보다 먼저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작품이 있었다. 한국영화 최초의 해외 영화제 수상작으로 기록된 영화는 ‘시집가는 날’.
‘시집가는 날’은 1956년 오늘 개봉했고, 이듬해 5월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영화제에서 최우수 희극상을 받았다. 조미령, 김승호, 김유희, 최현 등이 주연한 ‘시집가는 날’은 오영진의 1942년 작 ‘맹진사댁 경사’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지금도 연극 무대에서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원작을 이병일 감독이 영화화했다.
‘시집가는 날’은 맹진사(김승호)가 판사댁 아들 미언(최현)을 사위로 맞이하려 하지만 그가 절름발이라는 소문에 딸(김유희) 대신 몸종인 입분이(조미령)을 시집보내며 벌이는 소동을 그린 희극이다. 한국적 정서와 풍광을 담아낸 영화는 개봉 당시 4500만환 정도의 흥행 수입(한국영상자료원 자료)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1957년 5월25일자 동아일보는 ‘시집가는 날’ “대인기, 아시아영화제의 우리 영화”라는 제목으로 많은 관객이 “찬탄(讚嘆)의 뜻을 표명”하였고 미국 평론가 데이 포크는 “시종 동화적인 요소가 지배하고 있다”며 찬사를 보냈다고 적었다. 이어 “영화의 상영이 끝나자마자 ‘에딘바라’(영국 에든버러) 영화제발기위원은 동 영화의 감독 이병일 씨에 대하여 8월18일부터 9월8일까지 개최되는 동 ‘에딘바라’ 영화제에 출품할 것을 요청하여 왔다”고 전했다. 고운 한복 차림으로 영화제에 참가한 주연 배우 조미령은 해외 관객들로부터 사인 공세를 받았다고 한다. 조미령은 감격의 눈물을 비치며 “내가 출연한 영화를 관람하고 깊은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시집가는 날’은 아시아영화제 외에 1957년 제8회 베를린, 제7회 시드니 국제영화제 등에 출품됐다. 또 1962년 이용민 감독(맹진사댁 경사), 1977년 김응천 감독에 의해 두 번이나 리메이크됐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