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안방불패’ 알고 있지?”vs 서울 “상대전적 우위 어쩌죠!” 

입력 2010-11-30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좌) 제주 유나이티드 (우) FC 서울. 스포츠동아 DB.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FC서울은 오매불망 상대가 결정되기만을 기다려왔다. 이제야말로 진검승부. 딱 2경기가 끝나면 올 시즌 프로축구 최강자가 가려진다.

12월 1일 오후 7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1차전, 5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차전을 앞두고 제주 담당 최용석 기자와 서울 담당 남장현 기자는 자신이 담당한 구단이 왜 우승하는 지를 가감 없이 말했다.

“이래서 우리 팀이 이긴다” 본지 기자 토크 배틀


○홈 무패 vs 상대전적 우세

남장현(이하 남): 먼 곳까지 올라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기다리는 것도 지겨웠어요.

최용석(이하 최): 한 경기 했을 뿐인데. 얼마나 멀리 왔다고.

남: 내심 제주가 올라오길 바랐답니다. 제주는 서울 만나면 죽 쑤잖아요. 최근 7경기 째 2무5패로 절대 열세에요. 올해도 2승1무로 서울이 우위라지?

최: 죽을 쑤긴. 10월 27일 양 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생각 안나? 제주 1.5군에 서울 1군이 엄청나게 고생하고 간신히 비겼지? 한 번 이긴 것도 제주 2군 멤버들을 상대로 이긴 건데. 별 의미 없지.

남: 죄송하지만 먼저 결과를 생각하셔야죠. 결국 이기지 못한 건 사실이잖아요.

최: 괜찮아. 마지막 2경기 이기고, 올 시즌 상대 전적은 깨질 거야.


○징크스


남: 한심한데요. 상대 전적은 그렇다 치고 기록상으로 플레이오프 2위 팀은 결코 우승을 못한다는 것 기억하시죠? 플레이오프 때 2위 팀은 왜 그럴까.

최: 2년 전, 서울이 그렇게 실패했지? 서울이 그렇다고 해서 제주가 똑같다는 법은 없지 않나? 서울도 우승 못하는 징크스 있잖아. 늘 우승 길목에서 넘어졌지?

남: 그래요. 서울이 우승 길목까지 오를 때 제주는 10위권 밖이었죠? 2000년 안양LG 시절 우승할 때, 부천SK를 꺾고 우승했던 것은 뭘까요? 10년 주기 꼭 재현됩니다.

최: 징크스는 깨지라고 존재하지. 제주는 10년 전과 확연히 다른 팀이다. 서울이 아쉽겠지만 이번에도 눈물 좀 흘릴 것 같다.

남: 아니,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서울 역시 2년 전과는 확연히 다르죠. 선수층도 아주 고르고.


○부메랑 효과


최: 말 한 번 잘했다. 선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제주의 서울 출신들이 친정 팀에 비수를 꽂을 거야. 그런 배경이 있어서 제주 선수들이 서울전을 앞두고 정신 무장이 잘 된다는데.

남: 정말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은데. 서울이 하다하다 못해 버린 선수들이 아니에요? 버린 카드가 제주에 가서 선수단이 잘 정비된 서울이 우승권에 올라선 것 아닙니까?

최: 서울이 판단을 제대로 못한 게 아닌가? 충분히 능력 있는 선수들인데 서울은 우승에 목이 말라서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제주에 넘겨 준거야. 시즌 활약을 보면 이미 증명됐어.

남: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죠? 누가 있더라?

최: 그래, 김은중은 서울에서 버림 받아 중국 갔고, 이번 시즌 최고 활약을 펼쳤지. 이상협도 시즌 초반 연일 득점포를 터뜨리며 제주의 상승세를 이끌었어. 여기에 김호준의 활약까지…. 서울이 호랑이 새끼를 키워서 제주에 보내줬지. 트레이드할 때는 생각도 못했을걸.

남: 저희도 있답니다. ‘특급 조커’ 방승환을 기억하시죠? 방승환도 제주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죠. 참, 우리의 미드필드 핵심 김한윤도 부천 에이스였죠? 터프한 수비에 제주 선수들이 줄줄이 비엔나처럼 나가떨어질 겁니다. 김한윤도 친정을 잊었답니다.


○관중


최: 어찌됐든 1차전을 제주가 홈경기를 치르니 유리하겠지. 홈에서 강한 거 몰라? 18경기 째 무패라고. 제주가 원정 팀의 무덤이란 거 알고 있지?

남: 제주에서 무서울 게 하나도 없답니다. 아무리 강해도 선수들 혼자 하는 거죠. 홈 팬들이 없는 그들만의 축구. 그 대표가 제주 아닌가요?

최: 서귀포 시내 인구가 6만여 명인데, 그 중에 7000명 이상이 찾아오는 것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지. 비록 적지만 열렬한 응원을 보내주기 때문에 효과가 훨씬 크지. 제주가 전북을 꺾을 때 7000명의 관중 모두가 환호하니 1∼2만 관중 부럽지 않더라.

남: 고작 1∼2만이 목표라고요? 웃음이 나네요. 홈 평균 관중 3만을 넘는 K리그 최고 인기구단을 잊지 마셔요. 3만 관중 앞에서 제주는 뛰어봤을까요?

최: 그래서 제주는 시뮬레이션 훈련을 준비했지. 시즌 내내 큰 효과를 봤다고. 정규리그 수원 원정을 앞두고 수원 서포터스 응원 소리를 녹음해 훈련장에서 틀어놓고 준비한 결과 3-0 완승이 나왔어. 서울 서포터스 녹취도 끝났어. 오늘부터 시뮬레이션 돌입한다!

남: 시뮬레이션이라. 하긴, 서울은 7000명 앞에서 뛴 적이 없으니까. 시뮬레이션 자체가 코미디죠. 그게 수원이었으니까 통했지, 서울에게는 통하지 않아요.


○업계 라이벌

최: 수원 얘기 잘했네. 서울이 생각하는 수원전만 라이벌전이 아니라고. 이번 챔프전은 정유업계 기업들 간의 라이벌전이야.

남: 별걸 갖고 라이벌을 붙이시네요. 서울은 제주 자체를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는답니다.

최: 모르는 사실을 알려주지. 정유업계에서는 모기업 SK가 서울 모기업 GS를 압도한다는 것 모르나? SK는 정유공장 1호를 설립했고, 업계 규모도 훨씬 크다고 하지.

남: 너무 썰렁해요. 우리가 굳이 업계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잖아요. 축구는 축구일 뿐, 모기업 경제 논리는 집어치우세요.

최: 결과를 두고 보자고. 이번에는 담당 구단이 패하는 사람이 내년 기름값 전부를 내자.

남: 억지 논리에 지쳤답니다. 결국 선배는 제 기름값을 대시느라 허리 좀 휠 겁니다. 참, 내년 시즌 제주 취재 갈 때 차 끌고 가도 되죠?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