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경기중 사인 훔쳐보기?

대회에 출전 중인 선수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경쟁을 통해 순위가 가려지고 이 것은 상금하고 직결되기 때문에 한순간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이런 선수들에게는 사소한 일도 큰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8월 제주 오라골프장에서 열린 조니워커오픈 둘째 날. 선수들 간의 신경전으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경기 중이던 A 선수는 의심스런 장면을 목격했다. 그린 주변에 있던 한 갤러리가 그린을 향해 작은 손짓을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다음 홀에서도 이어졌다. 희한하게도 바로 앞선 홀에서 눈여겨봤던 그 갤러리였다. 순간 A선수는 ‘혹시 선수와 갤러리가 사인을 주고받나!’라는 생각을 가졌다. A는 즉각 경기위원에 보고했다.
“갤러리가 선수에게 사인을 주고 있는 듯하니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기위원은 A와 함께 경기한 B, C 선수를 상대로 확인을 거친 뒤 “갤러리의 손짓은 사인이 아닌 단순한 행동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골프는 야구나 농구, 배구처럼 경기 중 감독의 작전이나 지시를 받을 수 없다. 선수는 오로지 자신 그리고 캐디하고만 상의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도움은 일체 받을 수 없다. 만약 선수가 제3자(부모, 갤러리 등)의 도움을 받고 경기를 했다면, 해당 선수는 실격된다.
게다가 골프는 스스로를 ‘신사의 스포츠’라고 표현한다. 심판(경기위원만 존재)이 없고, 경기 중 규칙을 골퍼 스스로 적용해야 하는 양심적인 스포츠로 비신사적인 경기에 대해선 엄격한 룰을 적용한다.
물론 팬들의 비난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간혹 경기가 끝난 뒤 양심고백을 선언한 선수가 우승한 선수보다 더 주목받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는 아니지만 한때 미 LPGA 투어에서 우리 선수들의 부모들이 이런 소문에 휩싸인 적도 있다. 우리 선수들이 워낙 좋은 성적을 내자 “한국 선수들 중 몇 명이 선수들에게 정보를 주고 있다. 러프에 들어간 공을 부모가 페어웨이로 빼냈다”는 등의 의혹이 계속해서 터져 나왔고, 이 때문에 몇몇 부모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다행히 이번 일이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해프닝도 있었다. 최초로 신고한 A는 C를 의심했다. “아마추어 선수이고 프로대회에 적응하지 못해서 이런 일을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의심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A에게 화를 낸 건 B다. B는 A에게 “기분이 나쁘니 빨리 해결하자”며 다그쳤다. A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게 이런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이 사건 이후 A와 B의 관계는 서먹해졌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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