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손흥민, 새로운 도전] “내 모든 것 보여주고 감독님 마음 뺏을 것”

입력 2010-12-2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손흥민 선수. 스포츠동아DB

조광래호 합류 두근두근 첫 훈련… 샛별 손흥민의 소감 그리고 각오

“룸메이트 용형이형 등 선배들 먼저 다가와줘
내 단점? 체력·수비가담 …장점은 노코멘트
주어진 사흘, 덤벙대지 않고 최종엔트리 도전”
만 18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축구의 희망’손흥민(함부르크)이 국내 무대에 첫 선을 보였다.

손흥민은 21일 제주도 서귀포시민구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훈련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에서 훈련하는 것은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을 준비할 때 이후 처음이다. 이제는 청소년대표가 아닌 성인대표의 자격으로 국내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2010∼2011시즌 함부르크의 1군에 합류해 7경기에 출전해 3골을 넣으며 화제를 모았다. 국내 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도 18세 스트라이커의 활약은 큰 뉴스였다. 함부르크는 그의 장래성을 보고 시즌 개막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계약 연장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만큼 그의 기량을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급기야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11월 독일까지 날아가 그의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조 감독은 경기를 지켜본 뒤에 합격점을 줬다.

그리고, 2011년 아시안컵을 대비하기 위한 예비엔트리에 손흥민의 이름이 포함됐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의 대표팀 첫 훈련에 많은 시선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18세의 어린 선수에게는 모든 게 낯설다. 멀리서 지켜봤던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몸으로 부딪혀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또래들과 함께 뛰었던 U-17 대표팀과는 달리 조광래호에서는 막내다.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신을 인터뷰하기 위해 몰려드는 취재진들을 보고선 부담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입술을 가볍게 떨 정도로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은 부답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마치고 그라운드로 들어간 손흥민에게 수줍은 18세 소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술 훈련 위주로 진행된 대표팀 이날 오후 훈련에서 손흥민은 자신이 가진 기량을 펼쳐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선배들과의 거친 몸싸움에서도 지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달려드는 모습이었다.

숙소생활에서는 선배 조용형(27·알 리이안)과 한 방을 쓴다. 정조국(서울)이 부상으로 빠진 자리를 손흥민이 채우게 됐다.

손흥민은 대표팀 합류한 첫날이었던 20일 조용형으로부터 대표팀 생활 등에 대해서 많은 조언을 얻었다고 했다. 경험이 많은 조용형과 룸메이트가 된 것이 대표팀 막내에게는 큰 힘이 될 듯 하다.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주전 윙어로 활약하고 있지만 그에게 아시안컵 출전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아시안컵에 나설 수 있다. 아무래도 현재로선 경쟁에서 뒤처진 상태다. 다른 선배들은 일찌감치 제주에서 훈련을 하며 조 감독의 전술에 조금이라도 더 적응했다.

손흥민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일 뿐이다.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고, 조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아야만 한다.

하지만 손흥민은 전혀 조급해하지 않는다.

분데스리가 2군을 경험하며 1군까지 올라섰던 것처럼 대표팀에서도 자신의 장점인 성실함을 바탕으로 서서히 자신의 입지를 만들어가겠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훈련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재미난 듯 연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첫 훈련을 한 소감은.

“설랬다. 재미있는 분위기만은 아닌 것 같다. 즐기면서 최선을 다했다. 감독님과 대표팀 형들에게 배운다는 생각으로 여기에 왔다.”


-조광래 감독에게 개인적으로 지시 받은 사항은.

“별로 없다. 감독님이 피곤하지 않느냐고 물으시며 시차적응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다.”


-아시안컵 출전을 위한 테스트 무대인데.

“예비엔트리에 포함됐을 뿐이다. 최종엔트리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 노력하느냐가 중요하다.”


-대표팀에 와보니 어떤가.

“처음에는 아는 형이 한 명도 없어서 서먹했다. 그런데 형들이 먼저 다가와 주셨다. 괜찮아지고 있다. 원래 내성적이라서 말수가 없다. 처음 들어와서 떠들고 그럼 안 된다.”


-어떤 점을 보여주고 싶나.

“일단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런 뒤 내가 가진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덤벙거리면 안 된다.”


-자신이 생각하는 장단점은.

“단점부터 말하겠다. 체력이 부족하고, 수비가담을 더 해야 하다. 성인 무대에서는 볼 터치수가 많아서는 안 된다는 것도 배우고 있다. 장점은 말하기 곤란하다.”


-박지성, 이청용과 같이 뛸 수도 있는데.

“축구를 시작하게 되면 최종 꿈은 나라를 위해서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다. 박지성형 등 그런 사람들과 함께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영광이고, 행복일 것 같다.”

서귀포|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