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62년 밥 호프 내한…얼어붙은 판문점에 울려퍼진 캐럴

입력 2010-12-2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밥 호프. 스포츠동아DB

밥 호프. 스포츠동아DB

서부전선 최전방인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의 애기봉에 처음 불이 켜진 것은 1954년. 소나무로 만든 트리가 세워졌고 성탄절을 앞둔 시기 불을 밝혔다.

1971년 30m 높이의 철골구조탑이 그 자리에 다시 세워졌다. 2004년 2차 남북 장성급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 지역 안에서 각기 선전활동을 중지키로 함에 따라 애기봉 등탑의 불은 꺼졌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21일 애기봉 등탑이 7년 만에 불을 밝혔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과 도발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군의 경계도 강화됐다. 성탄의 기쁨 속에서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세워진 애기봉 등탑은 북한 당국에게는 상당한 경계의 불빛이 되고 있는 셈이다.

1962년 북측의 살벌한 시선 앞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른 미국의 톱스타가 있었다. 그해 오늘, 미국의 배우 겸 코미디언 밥 호프(사진)가 판문점을 찾아 자신의 공연단과 함께 북한군 앞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불렀다.

밥 호프는 이날 KBS를 찾아 김영호 아나운서와 20여분 동안 대담을 갖고 특유의 익살과 유머 감각을 발휘했다.

당대 대중문화의 흐름을 주도한 톱스타 밥 호프의 방한은 커다란 관심거리이기도 했다.

밥 호프는 12월22일 미모의 할리우드 배우 라나 터너를 비롯해 ‘미스 USA’ 아마디 카보트, 가수 아니타 브라이언트 등 50여명의 공연단을 이끌고 주한미군 위문공연차 한국을 찾았다. 그는 23일 인천 부근의 미군 부대 공연을 비롯해 모두 여섯 차례 무대를 펼치며 많은 미군들의 박수를 받았다.



밥 호프는 미국에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코미디언 겸 배우. 1940년대 빙 크로스비와 영화 ‘로드 투…(Road To…)’ 시리즈로 인기를 모은 뒤 최고의 톱스타로 떠오른 그는 기네스북에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엔터테이너’로 기록될 만큼 전설적인 스타다.

한국전쟁 당시 마릴린 먼로와 함께 전장에 나선 미군들을 위문한 그는 2차 대전과 베트남전 때도 전장의 장병을 위문하는 공연의 발길을 멈추지 않았다.

1964년 역시 위문공연차 내한했고, 이어 1970년과 1972년에도 한국을 찾았다. 정부는 밥 호프의 업적을 치하하며 3등 보국훈장 천수장을 수여했다.

밥 호프가 생전 한국을 비롯해 해외 주둔 미군을 위문하기 위해 돌아다닌 거리는 무려 1000만km. 60년 동안 이어진 그의 공연 발길은 2003년 향년 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에야 멈췄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