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철 “찬호 153km 강속구 日서 통한다”

입력 2010-12-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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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생 한화 정민철 코치(왼쪽)와 박찬호. 스포츠동아DB

세계야구의 중심, 메이저리그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른일곱이라는 늦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민 동기생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화 정민철(38) 투수코치는 “(박)찬호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일본무대에서도 10승 이상은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피드 여전…커터, 투심 등 변화구 완숙단계


정 코치가 본 박찬호의 성공요인 중 하나는 “구위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박찬호는 전성기 때 100마일(161km) 가까운 빠른 볼을 구사하는 강속구 투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로케이션을 적절히 이용하는 투구를 펼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힘이 떨어진 이유도 있지만 스피드보다는 던지고 싶은 곳에 공을 던지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 코치도 “찬호의 마지막 모습이 좋지 않았다면 내가 어떤 평가를 내리는 게 조심스러웠을 것”이라며 “하지만 구속도 95마일(153km)이 나오고 있고 컷패스트볼, 투심패스트볼 등 장착한 변화구가 완숙단계에 접어들었다.

일본에는 교타자가 많지만 공략하기 쉽지 않은 볼”이라고 했다. 투수가 가장 민감한 스트라이크존에 대해서도 “10년 전이긴 하지만 일본스트라이크존도 좌우보다 위아래가 후한 편이었다.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함인데 메이저리그도 상하가 길다. 존 적응 문제는 크게 없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오랜 이방인 생활, 환경 적응 빠를 것

정 코치는 1999년 한화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일본 명문구단인 요미우리에 입단했다. 8000만엔(11억원)의 연봉(계약금 포함)을 받고 진출했지만 통산 3승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2년 만에 국내무대에 복귀했다.

당시 정 코치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성적뿐 아니라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박탈감, 자괴감이었다. 박찬호도 미국생활에 잔뼈가 굵었지만 일본무대는 낯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 코치는 “찬호가 미국에 처음 갔을 때 고생을 많이 하지 않았나. 야구 외적인 것을 헤치며 17년을 버틴 만큼 자기만의 노하우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같은 팀에 이승엽이 있다는 것도 플러스요인으로 꼽았다.


○경기수 ML보다 적지만 오릭스에서 선발 보장

오릭스는 박찬호에게 10승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정 코치도 “10승 이상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메이저리그 경기수보다 일본리그 경기수가 적다는 게 핸디캡이지만 박찬호는 팀으로부터 선발을 ‘보장’받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정 코치는 “메이저리그 124승은 결코 운으로 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찬호는 기술적으로 완성된 투수”라며 “내년 시즌에 10승 이상을 기록하면 다른 일본 팀에서 러브콜을 받지 않겠나. 신체 나이를 무시하는 멋진 투구로 내년 이맘때쯤 여러 팀을 두고 행복한 고민을 하길 바란다”고 응원메시지를 전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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