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베이스볼] 여자들이 추천한 숨겨진 야구 선수

입력 2010-12-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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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먼저 선수를 좋아하고, 그 다음에 팀을 좋아하고, 최종적으로 야구를 좋아하는 단계를 밟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래서일까. 8개 구단의 대표 미스 베이스볼들은 응원팀의 ‘찜한’ 선수를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KIA 팬 김은경 씨는 최희섭을 마음속 최고 선수로, 돌아온 탕아 김진우를 추천 선수로 꼽았다. 스포츠동아DB

“한방의 쾌감…최희섭에 푹∼빠졌어요”
PO 감동 피칭 임태훈…두산의 가장 아픈 손가락
노장투혼 조인성, 묵묵히 자리 지키는 그가 좋아
‘롯데의 보물’ 장성우, 두둑한 베짱 볼수록 매력

그라운드가 비옥한 토양이라면, 선수들은 그 위에 아름답게 핀 꽃이다.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수많은 스타플레이어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야구 흥행 돌풍 역시 불가능했을 터.

그래서 이번에는 ‘미스 베이스볼’에 참여한 8개 구단 여성팬 여덟 명에게 마음 깊이 아끼는 ‘나의 선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보너스로 ‘보석 같은 선수’한 명도 추천해 달라고 했다.

○내 마음속 최고의 스타를 소개합니다!



-두산팬 최선경:
7전8기, 오뚝이, 지성이면 감천. 제가 소개할 선수는 바로 두산에서 가장 ‘아픈 손가락’, 임태훈(22)입니다. 1차 지명으로 화려하게 입단해 불펜 에이스로 성장하고 신인왕까지 수상했지만, 한국시리즈 패전투수가 되고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서 도중하차하는 아픔도 겪었죠. 프로 4년차 야구 인생이라고 하기엔 참으로 다사다난했어요.

그래도 포스트시즌 때 허리 통증을 이겨낸 감동적인 피칭을 했고, 결국 광저우아시안게임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어요. 지난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마운드 위에 무릎을 꿇던 그는 저에게 패전투수가 아닌 승리투수였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하죠. 언젠가는 ‘한국시리즈 7차전 승리투수 임태훈’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한화팬 구율화: 지금은 우리 선수가 아니지만 곧 복귀하리라는 간절한 바람으로, 이범호(29) 선수 얘기를 하고 싶어요. 전 2000년 6월 이범호 선수의 프로 데뷔전을 기억해요. 학생티도 채 벗지 못한 선수가, 다부지게 이를 앙다물고 어찌나 비장하게 서 있던지, 저 선수는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나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야구가, 저 어린 선수에게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전장이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요. 그때와 비교도 안되게 위상이 달라졌지만, 참 한결같아요. 겸손하고 예의바르고 자신이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LG팬 송주현: 저는 조인성(35) 선수를 좋아한다기보다 존경해요. 스포트라이트는 투수가 받지만, 투수를 리드하고 볼을 받는 궂은 일은 포수의 임무잖아요. 그래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그가 좋아요.

지난 5월에 큰 부상을 입은 적이 있는데, 아파도 참아야 한다며 한동안 압박 붕대를 감고 경기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어요. 다행히 얼마 전 골든글러브를 받았잖아요. 적지 않은 나이에도 투지를 불태워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의 열정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KIA팬 김은경:
당연히 저를 야구로 이끈 최희섭(31) 선수 얘기를 해야죠. 사실 말이 필요 없는 선수잖아요. 저에게 그의 첫인상은 힘 있는 홈런 한 방이었어요. 팬들이 한 방을 애달프게 기다리고 있을 때 시원하게 선물해 주는 선수이기에 KIA팬이라면 절대 최희섭 선수를 미워할 수가 없어요.

혹여 삼진을 당하더라도, 그의 한 방을 보기 위해 9회라는 긴 시간 동안 두 손 모아 기다리게 만들거든요. 그리고 얼굴에서 엿보이는 그 순한 성격. 정말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선수 아닌가요?


-롯데팬 박현수: 다들 ‘롯데의 보물’이라고 일컫더군요. 안방을 지키는 포수 형제 중 든든한 아우, 장성우(20) 선수입니다. 그가 포수로 앉은 모습을 보면, 뭔가 안정된 분위기가 느껴져요. 수훈 선수 인터뷰 때, “안타나 홈런을 맞아도 전혀 긴장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당돌한 모습을 보면서 그 배짱이 참 멋지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플레이오프 데뷔전 때도 긴장하지 않고 투수 형들의 기분을 풀어 주는 모습이 기억에 남고요. 모두 그가 ‘수비형 포수’라고 하지만, 사실 필요할 때 적시타를 쳐주기도 했고 끝내기 안타로 사직구장을 뒤집어 놓기도 했답니다. 언젠가 그를 ‘만능포수’라는 수식어로 소개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삼성팬 김빛나: 삼성팬들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어요. 2006년부터 3년 연속 구원왕을 차지한 오승환(28) 선수 얘기에요. 그의 구위가 절정이던 무렵, 게임 후반에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으면 아버지는 “점수 좀 더 내라. 3점차 만들어서 오승환 세이브 챙겨 주게”라고 농담하실 정도였어요. 직접 보면 그의 ‘돌직구’는 소리부터 달라요.

포수의 미트를 파고들 때 ‘쾅’하는 천둥소리를 내죠. 그 공이 한가운데 꽂힐 때 배트도 내밀어 보지 못하고 서 있는 상대 타자를 보면 쌓였던 스트레스도 날아가는 것 같아요. 올해 온 가족이 LG와의 대구 개막전 원정 응원을 갔을 때는, 9회에 동점 홈런을 맞는 모습을 보면서도 “오승환 공이 좋다. 부활이다!”하며 하이파이브를 했죠.

비록 올해도 부상 때문에 힘들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뿌린 147km짜리 공에 희망을 얻었어요. 삼성의 ‘지키는 야구’는 오승환으로 귀결돼야 해요!


-SK팬 박다해: 박경완(38) 선수가 좋아요. 흔히 사람들이 ‘SK 전력의 반’이라고 하기도 하죠. 지난해에도, 올해도 아킬레스건이 아픈 상태로 꼬박꼬박 출전하시는 걸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날마다 투수의 컨디션에 맞춰, 또 투수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볼배합을 하시는 것도 그렇고요. 투수들뿐 아니라 야수들, 그리고 그 무서운 감독님께도 신뢰를 주는 분이니….

쌍방울 시절부터 정말 엄청난 훈련을 거듭하면서 이 자리에 오셨는데, 최고가 되어서도 변함없이 치밀하게 연구하고 준비하시는 걸 보면 존경스러워요. 재활 무사히 마치고 하루빨리 돌아오셨으면 좋겠어요.


-넥센팬 황선하:
전 송신영(33) 선수요. 이유를 굳이 대자면, 새가슴이 아니라서요. 아직도 지난 8월7일 문학 SK전 10회말 영상을 보면 가슴이 뛰어요. 1점차 2사 만루 풀카운트에서 박경완 선수가 루킹삼진으로 아웃되는 순간, 기뻐서 날뛰다가 컴퓨터를 엎었던 기억이 생생해요.

사실 처음에 좋아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어요. 2008년 시즌 초에 목동 불펜 옆에서 경기를 보는데, 수다도 많이 떨고 조금은 부산스러우면서 잘 웃는 선수가 눈에 띄더라고요. 그 해 막바지에 호일펌을 하고 나타난 의외성에 빵 터지기도 했고요. 그라운드에서 오래오래 보고 싶네요.

한화의 소금 같은 신경현, 실제론 유쾌하고 다정해
김상수 ‘발야구 센스’…내년에도 신나게 달려주길
‘괴물 수비’ SK 조동화, 사계절 내내 활약 기대해요!



○숨겨진 보석, 이 선수를 추천합니다!



-두산팬 최선경:
두산의 차세대 톱타자 정수빈(20) 선수를 추천하고 싶어요. 신인 삼중살 기록, 그리고 작년 플레이오프 때 타구가 조명 안으로 사라져 놓치는 실책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을 선수.

하지만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법! 스리볼에서도 홈런을 치는 강심장과 빠른 발을 가지고 있어 두산을 책임질 선수로 기대가 크답니다. 앞으로 2014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톱타자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한화팬 구율화: ‘이글스의 안방마님’ 신경현(35) 선수를 추천하고 싶어요. 그가 무명이라거나 인기가 없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에요. 사실 포수가 주목받는 포지션이 아니다 보니 그 중요도에 비해 살짝 폄하되는 감이 있는데, 우리 신경현 선수도 예외가 아니에요.

실제로 만나면 얼마나 유쾌하고 다정한지 몰라요. 아마 그만큼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이 잘 조화된 사람도 드물 거예요. 힘든 시기에 주장을 맡아 어린 선수들을 잘 다독이며 이끄시는 걸 생각하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게다가 꼭 필요한 순간에 적절하게 터져 주는 한 방까지! 이글스에 없어서는 안될 소금 같은 선수죠.


-LG팬 송주현:
만년 유망주인 박병호 박경수 오지환 박현준 서동욱 최성민, 곧 돌아올 정의윤, 내년이 정말 기대되는 임찬규까지! LG에는 추천하고픈 선수가 정말 많아요. 사실 우리 선수들이 다치거나 실수하고 상처 입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경기를 보는 팬들이 많아요.

아, 그리고 LG에서 가장 사연 많은 선수를 꼽자면 아마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세 번이나 하고 재기한 이동현(27) 선수일 거예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서는 모습에 감사할 따름이죠.


-KIA팬 김은경:
2002년 당시 신인 역대 최고 계약금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김진우(27) 선수를 추천해요! 말이 필요 없는 선수지만, 그가 지금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하기에 응원해 주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문제로 그동안 안 좋은 모습을 많이 보였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으니까요. 3년이란 공백을 깨기 위해 이를 악물고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김진우 선수의 활약, 많이 기대해 주세요!


-롯데팬 박현수: 저는 이번에도 장성우 선수를 추천할래요. 주전 포수 강민호라는 산이 그를 잠시 가리고 있지만, 묵묵히 백업의 임무를 다하기에 누구보다 멋져 보입니다. 지금은 호주 교육리그에서 휴일도 반납한 채 실력을 키워 나가고 있답니다.

다가올 새 시즌에는 고교 시절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장성우-이재곤 배터리의 무서운 실력을 보고 싶어요. 무엇보다 경기장에서 웃는 그의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삼성팬 김빛나: 시즌 초 경기장에 갈 때마다, 김상수(20)가 1루에 나가기만 하면 어떻게든 2·3루를 돌고 홈으로 들어와 점수가 나는 모습을 봤어요. 초반에는 ‘즐거운 징크스’라며 좋아했는데, 이내 징크스가 아닌 김상수의 ‘발야구 센스’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올해 도루 30개를 해낸 데다, 누상에 주자로 나갔을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공헌도도 굉장하니까요. 덕분에 삼성은 새로운 팀컬러를 갖게 됐어요. ‘뛰는 야구를 하는 공격적인 팀’, 그리고 ‘젊고 패기 있는 팀’. 그의 응원가 가사처럼, 2011년에도 신나게 날리고 신나게 달릴 거예요.


-SK팬 박다해:
전 조동화(29) 선수를 특별히 아껴요. 다른 팬들처럼 저도 가끔 팀의 실수에 애정 어린 질책(?)을 할 때가 있는데, 유일하게 그걸 비껴가는 선수예요. 바로 2008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보여준 괴물 수비 때문이죠.

그는 저에게 수비의 새 지평을 열어 줬어요. 경기 후에도 그 장면만 몇 번을 돌려봤는지 몰라요. 어떤 역할을 맡아도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 다음 시즌엔 ‘가을 동화’가 아니라 사계절 내내 활약하는 모습 보여주세요!


-넥센팬 황선하:
김성태(28) 선수를 추천할게요.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올해 처음 알게 됐는데, 여러 인터뷰를 보면 볼수록, 또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볼수록 멋진 선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만히 보면 선·후배들에게 참 사랑받는 것 같아요.

(송신영 선수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김성태라는 소문도 있던데요?) 그가 2007년 미니홈피에 쓴 글에서도 절실함과 정성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넥센 팬들이 힘들 때 보면서 기운을 내는 글 중 하나이기도 해요.정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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