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한 감독은 2011년 경남FC의 지휘봉을 잡으며 프로 감독 데뷔의 꿈을 이뤘다. 새 시즌 준비와 구상으로 서울과 창원을 오가며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제공 | 경남FC
히딩크 감독 등 보좌하며 현장 누벼
감독 지원에 소문 파다…가슴앓이도
하지만 꿈꿔왔던 목표 과감히 도전
'재미+감동’으로 경남의 DNA 유지
훌쩍 자란 윤빛가람…꼭 잡고 싶다
“제가 그렇게 나쁜 코치는 아니었잖아요. 이젠 좋은 감독이 되려고요.”감독 지원에 소문 파다…가슴앓이도
하지만 꿈꿔왔던 목표 과감히 도전
'재미+감동’으로 경남의 DNA 유지
훌쩍 자란 윤빛가람…꼭 잡고 싶다
드디어 소원을 이뤘다. 경남FC는 2010시즌을 이끌었던 조광래 감독과 김귀화 감독대행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을 새 사령탑에 최진한(50) 감독을 선임했다.
클럽하우스가 위치한 경남 함안, 구단 사무실이 있는 창원, 그리고 자택이 있는 서울을 오가며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설렘 반, 부담 반. 그토록 꿈꿔왔던 목표를 이룬 지금의 심경이 딱 그렇다고 했다. 새로운 도전의 출발선에 당당히 선 최 감독의 비전을 들어본다.
○평생 꿈꿔온 자리
“솔직히 말할게요. 전 정말로 감독을 하고 싶었어요.” 숨길 이유는 없다. 최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감독 공모’가 정상적인 사령탑 선정 형태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지원서를 넣었다. 이 과정에서 소문이 파다했다. ‘누가 이미 내정됐다더라’ ‘김두관 도지사가 아무개를 이미 찍었다더라’ 등등 각종 얘기가 나돌았다. 각오는 했는데 가슴앓이도 만만치 않았다. 자신의 고향이 경남 진주라는 사실도 뒷말이 나오는데 일조했다. “이유 없이 주변에서 수군수군 거릴 때 마음이 아팠죠. 감독 지원서를 접수한 게 그토록 욕을 먹을 일인지 제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도 없었고요.”
사실 최 감독은 ‘인정받은’ 지도자이다. 93년부터 99년까지 관동대학교에서 지도자생활을 한 최 감독은 93년부터 94년까지 청소년대표팀 코치로 활동했다. 2001년에는 동아시아대표팀 코치로, 거스 히딩크 전 감독과 함께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로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했다. 최 감독은 히딩크 감독과 함께 한 시간이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자부한다. 2002부산아시안게임 때도 박항서 감독을 보좌했다.
프로 팀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2003년이었다. 대구FC 수석코치로 2년 간 머문 뒤 2005년 전남 드래곤즈에 몸담았다. 친정 팀으로 돌아간 것은 2007년. FC서울 산하 18세 이하 팀인 동북고에서 2년 간 머물렀던 최 감독은 2009년 2군 감독이 됐고, 지난해 K리그 R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지도자 인생 8할이 코치였죠.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한 순간 공백 없이 현장을 누볐으면서 왜 감독에 욕심을 내느냐고. 난 도전이라고 하고 싶어요. 가슴 속 열정입니다.”
○재미있는 감동 축구로
새 시즌, 아니 첫 시즌 구상을 물었다. 주저 없이 나온 대답은 간단했다. “우선 재미를 드리고 싶어요. 감동도 함께요.”
사령탑들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식상한 얘기일 수 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요청했다. “잘 말하고 싶은데,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요. 제대로 하고 싶어요. 조광래 감독께서 떠나시기 전 심어놓은 경남만의 DNA가 있었잖아요. 지도 철학과 틀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유망주 육성이라는 좋은 전통은 유지하자는 의미에요.”
그러나 경남은 도민구단 특성상 재정이 그리 넉넉지 않다. 최악의 환경에서 최상의 살림을 꾸려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 6강 돌풍을 일으킨 주역 윤빛가람을 향해 타 구단들은 끝없는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이렇다할 보강 없이 전력 이탈만 계속 발생할지 몰라 속만 까맣게 탄다. 최 감독은 “(윤빛가람을) 꼭 잔류시키고 싶다”고 했지만 어떻게 될지 모른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정’보다는 ‘금전’이 우선시 된다.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최 감독은 공석이던 수석코치에 ‘홍콩의 히딩크’로 불린 김판곤(42) 씨를 불러들였다. 그는 홍콩 세미프로 사우스차이나를 이끌며 2시즌 연속 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2009년에는 홍콩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동아시안게임 정상을 밟았다. 최 감독은 “김 코치의 고향이 진주라 ‘동향을 챙기는 게 아니냐’고 오해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감독과 코치는 마음과 뜻이 맞아야 한다. 김 코치 같은 능력을 갖춘 인물은 흔하지 않다. 홍콩에서 보여줬던 김 코치의 역량을 믿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사진제공 | 경남FC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