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010시즌을 시작했던 ‘초보 4번타자’는 한 시즌 동안 홈런 32개를 때려내는 거포로 무럭무럭 성장했다. 그 결과 최진행은 2011년 연봉 1억원을 받게 돼 입단 8년 만에 억대연봉자 대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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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2연전 무안타 “20홈런 이 악물었죠”…물꼬 터진 5월… 32홈런·92타점
개막 2연전 8타수 무안타에 삼진 5개. 한화 최진행(26)은 지난 시즌을 그렇게 시작했다. 김태균이 떠나고 이범호마저 자리를 비운 한화 타선. 한번도 풀 시즌을 치러본 적 없는 ‘초보 4번타자’의 가혹한 통과의례였다.
그래도 좌절은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홈런 20개는 치겠다”고 이를 악물고 덤볐다. 한화 한대화 감독도 그런 최진행을 묵묵히 지켜봤다.
힘겨운 4월이 지나고, 5월이 왔다. 1개월 새 홈런 9개가 쏟아졌다. 그리고 시즌 막바지에는 데뷔 첫 끝내기포와 함께 30홈런 고지까지 밟았다. 그렇게 쌓아올린 홈런수가 총 32개. 홈런 2위에 타점 5위(92타점)였다. 처음으로 받아든 화려한 성적표는 결국 값진 열매로 돌아왔다.
최진행은 하와이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날인 7일 3000만원에서 7000만원(233.3%)이 훌쩍 뛰어오른 연봉 1억원에 재계약했다.
입단 8년 만에 억대연봉자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그는 “프로에서 억대연봉을 받는 날이 올까 싶었는데, 이렇게 실제로 이뤄져서 기분이 좋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긴다”며 기뻐했다.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와 한여름의 무더위, 최하위로 처진 팀 분위기를 모두 이겨내야 했던 지난 시즌을 떠올리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무엇보다 ‘연습벌레’로 불릴 만큼 성실했던 훈련태도가 그를 만들었다. 경찰청 시절에는 함께 복무했던 최형우(삼성)와 함께 하루에 1000∼1500개씩 야간 스윙을 했고, 팀에 복귀한 후에도 집이나 숙소에서 밤 늦도록 방망이를 휘두르는 게 일과였다. 옥상에서 스윙하다 밤을 샌 기억도 생생하다.
최진행은 “주변에서 많이들 격려해주셨다. 장종훈 타격코치님 말씀대로 열심히 노력하면 기회가 온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팀의 4강을 위해 달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전임 4번타자 김태균(지바롯데)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31개)을 뛰어넘었다. 앞으로의 목표점은 장 코치의 역대 이글스 타자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41개)이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장 코치의 명성을 넘어서는 한화 4번타자가 되는 게 그의 꿈이기도 하다.
“이제 진짜 중요한 시기가 왔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동료들과 팬들에게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한편 지난해 한화 불펜의 핵으로 자리 잡은 투수 박정진(35)은 3500만원에서 114.3% 인상된 7500만원에 재계약을 마쳤다. 또 주장을 맡은 포수 신경현(36)은 1억1500만원에서 1억4000만원으로 올랐다. 반면 시즌 도중 이적해온 내야수 장성호(34)는 20% 삭감된 2억원에 사인했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