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21세 윤빛가람, 시련 딛고 기적을 쐈다

입력 2011-0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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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 연장전반 천금의 결승골
아시안컵 출전기회 적어 맘고생
조감독 “장한일 했다” 믿음 팍팍
기다림이 길었기에 결실은 더욱 달콤했다.

윤빛가람(경남)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23일(한국시간) 도하 카타르 스포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1 카타르 아시안 컵 8강전 승리의 일등공신은 윤빛가람이었다.

0-0으로 팽팽한 연장 전반 추가시간이 2분 정도 지났을 무렵, 윤빛가람은 상대 문전 오른쪽 지역에서 패스를 잡은 뒤 수비 2명을 따돌리고 아크 정면에서 기습적인 왼발 슛을 했다.

볼은 그대로 이란 골 망을 흔들었다. 이란의 끈질긴 공세가 막을 내린 순간이자, 오랜 징크스를 깨는 벅찬 장면이었다. 윤빛가람은 “작년 10월 일본전에서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했다. 기회가 온다면 꼭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조광래호의 수제자는 윤빛가람이었다.

조 감독이 경남을 이끌던 시절 한솥밥을 먹은 윤빛가람은 8월 스승이 지휘봉을 잡은 국가대표팀에 선발돼 조 감독의 데뷔전인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선취 골을 뽑아 한국의 2-1 승리를 견인했다. 이후에도 펄펄 날았다. 생애 한 번 뿐인 K리그 신인왕 타이틀도 손에 넣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아시안 컵을 준비하는 동안 조 감독의 외면을 받았다. 설 자리는 없었고, 칭찬 대신 꾸중만 있을 뿐이었다.

중원의 해결사는 구자철(제주)이, 남은 미드필드 한 자리도 이용래(수원)가 차지했다. 12월 시리아와의 평가전은 물론,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전에서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반전의 계기는 호주와의 예선 2차전 때 찾아왔다. 교체 투입된 유병수(인천)를 대신해 필드를 밟은 윤빛가람은 감각을 끌어올린 뒤 인도와의 예선 3차전 교체 출격을 통해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최대 고비였던 이란전에서 큰일을 해냈다. 조 감독도 “빛가람이가 정말 장한 일을 해줬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윤빛가람은 스승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감독님이 칭찬보다 채찍질을 많이 하는 편이라 힘든 적도 있었다”던 윤빛가람은 “코칭스태프가 격려를 많이 해줬다. 감독님이 하신 꾸중의 의미도 잘 안다. 딱 한 번의 기회를 살리자는 생각을 했는데, 그 기회가 오늘 왔다”며 밝게 웃었다.

다시 한 번 황태자의 길로 들어선 윤빛가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옛 말은 역시 맞다.도하(카타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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