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기자의 도하 리포트] 태극기 손목보호대·축구화… 조국을 새기고 그들이 뛴다

입력 2011-0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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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손목보호대·축구화…
조국을 새기고 그들이 뛴다
국제 경기를 취재할 때 가장 가슴 뭉클한 순간이 있다면 역시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장면이다. 해외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이 순간 실감하게 된다.

빠듯한 일정 속에서 불굴의 의지와 투혼을 발휘하는 태극전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짠할 때가 많다. 특별한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대한민국을 위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축구를 통해 봉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똘똘 뭉쳐있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

요즘 아시안 컵 최고 화제 중 하나는 기성용(셀틱)의 손목 보호대다.

태극기가 새겨진 이 보호대는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부터 꾸준히 착용해왔다.

23일(한국시간) 이란전이 끝난 뒤 이어진 믹스트존 인터뷰를 통해 기성용의 설명을 들었다. 다시 한 번 가슴이 뭉클해졌다. “외국 무대를 뛰며 항상 한국을 대표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조광래호의 ‘영건’ 손흥민(함부르크)의 축구화도 눈길을 끌었다. 태극기가 축구화 뒷꿈치에 선명히 새겨져 있다.

역시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나라 사랑’이었다. “외국에 있지만 늘 한국을 생각하려고 한다. 함부르크에 있는 내 집, 내 방에는 태극기가 항상 걸려 있다. 여기 아시안 컵에서도 한국을 대표해 뛰고 있지 않느냐.”

기성용의 단짝 이청용(볼턴)도 축구화에 태극기를 새기고 2010남아공월드컵에 출전했다. “태극기를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고, 뭉클하다”는 게 당시 이청용의 설명이었다.

젊은 선수들을 놓고 요즘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건방지고, 자신 밖에 생각할 줄 모른다는 얘기도 종종 들려온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태극전사들에게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킥오프에 앞서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면 눈을 감고, 가슴에 손을 올리며 마음을 가다듬는 그들이다. 한국인인데, 당연한 일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월드컵 등 국제 이벤트에 출전하는 외국 선수단의 상당수가 국가가 나올 때 딴 짓을 하거나 주위를 살피는 등 산만한 행동을 한다.

4강전 상대 일본도 국가 기미가요가 나올 때 행동은 제각각이다. 얼마 전에는 수당을 큰 폭으로 인상해달라며 보이콧까지 고려했던 일본이다.

구자철(제주)은 25일 일본과의 4강전에 대한 각오를 묻자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대충 (한일전을) 준비하겠느냐”고 했다.

조국을 위한 마음, 국가에 대한 사랑. 한일전은 실력 외적인 변수가 많다. 조광래호에 힘이 실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도하(카타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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