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수정.
그로부터 4년 뒤.
현빈과 함께 주연한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로 제6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다시 초청돼 또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밟았다.
임수정은 18일 밤(이하 한국시간) 제6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독일 베를린 포츠담광장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취재진과 만나 “현빈과는 감성이 잘 통한다는 느낌이 있다”면서 “빠른 시간 안에 친해질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찾아올 행운이 아닐까”라며 웃었다.
다음은 이날 임수정과 나눈 일문일답.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로 또 다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참가해 레드카펫을 밟았다. 느낌이 어떤가.
“이번엔 정말 영화제를 즐기고 있다. 공식 일정이 너무 많아서 힘들긴 하다.
하지만 영화제 분위기가 모두 눈에 들어왔다.
4년 전에 내가 왔다는 걸 영화제 관계자들이 기억해주고 반갑게 인사해줘 고맙다.“
-레드카펫에서 디터 코슬릭 집행위원장이 영접을 해줬는데 무슨 말로 인사를 하던가.
“내가 너무 추울까봐 걱정해주더라. 그래서 상영관으로 빨리 들어가라고 했다.
내 손에 따스한 물통을 쥐어주면서. 하하!
할아버지 같은, 가족 같은 분이다.“
-경쟁부문 공식 상영 때 상영관의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느낌은 어땠나.
“정말 특별하다. 우리 영화를 보기 우해 온 많은 관객들이 박수를 보내주고 배우와 감독을 소개해주는 분위기가 정말 날 압도한다.
처음엔 기분이 참 좋다가 영화가 끝날 때쯤 차분해진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또 오고 싶다, 또 오려면 또 열심히 해야 한다,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 돌아가서 어떤 플랜을 짜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지난 영화제 때 놓친 걸 다 느끼고 싶다. 그런 기분만으로도 이미 상을 받은 것이다.“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약 2주 만에 촬영을 마쳤다. 영화 내용상 두 배우가 친밀해질 필요가 있었을 것 같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아내가 갑작스레 남편에게 이별을 통보하면서 위기에 놓인 5년차 부부의 이야기. 이별에 앞서 세 시간 동안 겪는 두 남녀의 미묘한 정서와 심리를 그린 영화다.)
“늘 그렇듯이 영화 촬영이 끝날 때쯤 상대배우와 가장 친해진다. 이번에도 그랬다.
한편으로는 이별을 앞둔 5년차 부부의 이야기인데, 이를 위해서 친해지려 애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초반에 고민을 많이 했지만 헤어지기 직전의 커플이라는 점에서 미묘한 서먹함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윤기 감독과 배우들이 모두 감성이 비슷한 사람들인 것 같다. 조그맣고 소소한 것에도 공감하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갑작스레 이별을 통보하는 아내 캐릭터이다. 그 정서는 무엇일까.
“아내 입장에서는 끝까지 (사랑을)확인하려 했던 것 같다.
이러나 저러나 헤어질 것이라는 남편의 대사가 있지만, 여지는 끝까지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함께 연기한 현빈은 어떤 사람인가.
“뭔가 감성이 잘 통한다는 느낌이다.
촬영을 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친해질 것 같은 느낌?
우리 모두 감정 표현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한 배우들도 많지만 우린 그렇지 않다.
그런 점에서 반가웠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와 관련해 아쉬움은 없나.
“지금 생각해보면 다시 연기를 하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모든 작품이 마찬가지다.
내 영화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오게 되니 배우로서 더 욕심도 생긴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가.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일종의 예술 작품이랄까. 이런 영화를 오래 전부터 해보고 싶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시작한 작품이었고 만들어져 정말 좋다.
소재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할리우드에 비하면 한국영화는 창의적이다.
하지만 어느 한 쪽으로만 치중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에 더 많은 배우들이 참여했으면 한다.“
베를린(독일)|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