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보크 딜레마 풀어라!

입력 2011-03-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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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스 박찬호. 스포츠동아DB

오릭스 박찬호. 스포츠동아DB

1.‘ML 124승’에 쏠리는 시선서 탈출
2. 개막전 앞서 보크문제 완벽 재점검
3. 좌우폭 좁은 日 스트라이크존 적응
4. 짧고 빠른 스윙의 日타자 성향 파악
“시범경기를 뚫어라!”

‘코리안특급’ 박찬호(38)가 마침내 일본프로야구 공식무대에 첫 선을 보인다. 5일 오후 2시 나고야돔에서 열리는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한다. 그는 2월 1일부터 미야코지마∼고지로 스프링캠프지를 옮기며 한 달여간 불펜피칭과 자체 홍백전 투구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그동안 무대 뒤에서 리허설만 해오다 사실상 시사회에 나서는 셈이다.

페넌트레이스 개막은 25일. 앞으로 시범경기에서 4차례(5, 10, 15, 20일) 정도 등판할 예정이다. 박찬호가 시범경기에서 테스트를 하거나 극복해야할 과제는 무엇일까. 관전 포인트를 풀어본다.


○ML 124승 투수에 쏠리는 시선과 부담감 극복

메이저리그 아시아투수 최다승인 124승의 실적을 안고 일본프로야구를 노크하는 투수다. 시범경기에서 과연 어떤 투구내용을 보여줄지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를 영입한 오릭스 구단 관계자와 선수단, 그리고 일본의 다른 구단과 매스컴, 팬들 역시 박찬호의 투구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오릭스의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개막전 선발투수로 저울질하기 위해 주의 깊게 관찰할 것이다.

박찬호 스스로도 자신의 투구가 일본에서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만 17년을 뛴 베테랑이지만 낯선 무대에 도전하는 상황이라 자칫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을 부릴 수도 있다.

오버페이스는 금물이다. 중요한 것은 페넌트레이스다. 개막전 선발 낙점 여부가 걸려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시범경기는 앞으로 정규시즌에서 어떻게 싸워나갈지를 계산해내야 하는 무대다.


○홍백전에서 드러난 보크 재점검

박찬호는 오릭스의 홍백전에 2차례(2월 15일, 25일) 등판해 3번이나 보크를 범했다. 모두 같은 종류였다. 세트포지션 상태에서 양손을 가슴이나 배 앞에 모으고 확실히 정지해야 하지만, 짧은 정지동작후 투구에 들어갔다는 지적이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의 야구규칙 적용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7년간 몸에 익은 투구폼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나마 보크의 여러 규정 중 가장 수정이 손쉬운 것이기에 다행이다.

그렇지만 홍백전과 시범경기는 또 분위기가 다르다. 박찬호로서는 다시 한번 일본에서 지적당하는 자신의 보크에 대해 완벽한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금까지는 불거지지 않았지만 다른 보크 규정에 저촉되는 동작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개막전에 앞서 모든 보크 문제를 재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특유의 스트라이크존 적응도 숙제

오릭스는 퍼시픽리그지만 주니치는 센트럴리그다. 정규시즌에서는 상대리그 팀과 맞붙을 기회가 거의 없어 상대타자에 대한 분석은 어쩌면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일본프로야구 전체의 스타일을 익힐 필요는 있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스트라이크존. 판정 하나에 타자와의 싸움에서 우위에 설 수 있고, 수세에 몰릴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스트라이크라 생각한 공이 볼로 판정받으면 심리적으로도 흔들릴 수 있다.

보크 규정이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가 다르듯, 박찬호로서는 일본 특유의 스트라이크존에 하루 빨리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일본도 국제대회 출전이 잦아지면서 국제룰에 맞춰나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은 스트라이크존의 좌우폭이 좁은 대신, 상하 폭은 후한 편이다. 포크볼 등 떨어지는 공에는 유리한 존이다.

박찬호는 포크볼을 구사하지 않기 때문에 투심 패스트볼이나 체인지업 등 떨어지는 구종이 어떤 판정을 받는지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가장 큰 무기 중 하나인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슬러브가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볼로 판정될 수도 있다. 시범경기에서 일본 특유의 스트라이크존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놔야 한다.


○일본타자의 성향을 파악하라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대부분 공격적이다. 스트라이크 비슷한 공에는 배트가 나간다. 그러나 일본타자들은 인내심이 강하다. 일본 투수들이 볼과 스트라이크 구분이 애매한 공을 던질 수 있는 정교한 컨트롤을 갖췄듯, 타자들도 그것을 구분할 줄 아는 선구안이 없으면 1군에 버티기 어렵다.

또한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풀스윙을 한다면, 일본타자들은 대부분 짧고 빠른 스윙을 한다. 애매한 공은 커트도 잘한다. 어떤 공에, 어떤 코스에 타자들의 방망이가 나오는지를 시범경기에서 충분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박찬호 역시 “시범경기에서 홈런을 맞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내 자신의 투구에 집중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홍백전에서 62개의 공을 던진 그는 5일 주니치전에서 80개 가량의 투구수를 준비하고 있다. 선발투수로서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단계별로 컨디션을 끌어올려 개막전에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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