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기자의 오사카 통신] 박찬호·이승엽이 사는 법…폼생폼사!

입력 2011-03-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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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스 박찬호 투구동작 연속 사진. 스포츠동아DB

오릭스 박찬호 투구동작 연속 사진. 스포츠동아DB

■ 시범경기 투구·타격폼 분석

상체 늦게 넘어와 공끝 밋밋 높게 제구
보크 극복 과정서 무너진 폼 회복 과제

상체 빨리 나가는 스윙 집중개선 결실
떨어지는 포크볼 걷어 올려 홈런 연결
오릭스 박찬호(38)와 이승엽(35)이 ‘폼생폼사’를 외치고 있다. ‘폼생폼사’는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는 의미. 이들은 투구폼과 타격폼을 가다듬기 위해 스프링캠프 훈련부터 시범경기 실전까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야구선수들에게 ‘폼’은 중요하다. 폼이 좋으면 성적도 따라 오르고, 폼이 나쁘면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폼에 따라 야구선수로서의 운명도 결정된다. 그래서 5일과 6일 주니치와의 시범경기에서 나타난 박찬호와 이승엽의 폼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향후 추구해야할 폼의 방향과 숙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박찬호의 투구폼


박찬호는 5일 주니치전에서 4이닝 동안 홈런 1방을 포함해 7안타 2볼넷 5실점으로 부진했다. 이날 최고구속은 145km. 2회 2사만루 위기에서 2번타자 이바타 히로카즈를 상대로 초구 낮은 볼이었다. 시속 141km도 2개 있었지만 대부분의 직구는 138∼139km였다. 구속이 떨어졌고, 공끝의 힘이 부족했다.

오릭스 오카다 감독은 경기 후 “그동안(스프링캠프 불펜피칭과 홍백전)은 공이 낮았는데, 오늘(주니치전)은 공이 높았다”면서 “세트포지션 연습을 경기 전 불펜에서 하고 등판했는데, 그걸 길게 가져가려다보니 투구리듬을 잃어버려서 컨트롤이 흔들렸을 수 있다. 세트포지션에서 볼이 밋밋해진다. 고쳐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보크는 없었지만 결국 보크에 신경을 쓰는 바람에 투구폼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박찬호의 투구 연속사진을 보면 힘을 쓸 수 없고, 공이 뜰 수밖에 없는 투구폼이 한눈에 읽혀진다.

체중이동이 부자연스러웠다. 스트라이드를 한 왼발이 먼저 땅을 밟았고, 상체는 뒤늦게 넘어왔다. 결국 공을 뿌리는 팔이 뒤에서 나왔다. 그러다보니 공은 떴고, 힘도 떨어졌다.

박찬호는 경기 전에도 불펜에서 따로 연습을 할 정도로 세트포지션 동작을 신경 썼다. 메이저리그에서 17년간 익은 세트포지션 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 투수는 예민하다. 미세한 부분을 바꾸면 다른 부분에 문제가 생긴다.

박찬호로서는 결국 일본에서 새로 익히는 세트포지션 정지동작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투구폼을 살려내야하는 또다른 숙제를 안게 됐다. 지금으로서는 보크가 문제가 아니라, 보크 후유증 극복이 선결과제처럼 보인다.

오릭스 이승엽. 스포츠동아DB

오릭스 이승엽. 스포츠동아DB




○이승엽의 타격폼

이승엽은 스프링캠프부터 공을 최대한 기다린 뒤 받아치는 타격폼을 집중적으로 연마해왔다. 최근 3년간 부진했던 원인도 몸(특히 상체)이 먼저 나가는 잘못된 타격폼이 습관처럼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공을 마중 나가는 타격폼으로는 직구를 때릴 수는 있어도 변화구 대처가 어렵다.

그래서 그는 밀어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해왔다. 심지어 토스배팅 하나를 하더라도 인위적으로 하체를 먼저 내민 후 한참 뒤에 상체가 나가는 부자연스러운 폼으로 치기도 했다. 이승엽은 이에 대해 “언밸런스 속의 밸런스 잡기”라는 표현을 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상체와 하체가 엇박자로 노는 훈련을 해왔다. 그는 6일 주니치전에서 홈런을 때려내기 전까지 이번 시범경기에서 11타수 1안타의 부진에 빠져 있었다. 배팅 타이밍이 늦거나 혹은 빨랐다. 그러나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훈련과정의 하나였다.

타격폼 역시 하나를 손대면 다른 쪽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오릭스 쇼다 타격코치는 최근 이승엽에게 나타난 한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그동안의 훈련으로 타격폼이 잡혀가는데, 오른발이 먼저 열리는 것만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결국 6일 주니치전에서 쇼타 코치의 원포인트 레슨 효과를 봤다. 홈런은 스트라이크존 밑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을 잡아놓고 쳤다. 상체가 먼저 나갔다면 절대 때려낼 수 없는 공이었다. 그리고 5회 우익선상 2루타도 몸쪽에 붙는 직구를 공략한 것이었다. 최근 수년간 몸쪽 공과 포크볼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던 단점을 극복해낸 부분이라 고무적이다.

이승엽도 결과보다 타격폼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더 좋았다는 점에 만족했다. 앞으로 남은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에서 이 타격폼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느냐가 성공여부를 가르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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