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조광래를 만나다] “남의 입 보다 내 눈을 믿자!”

입력 2011-03-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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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창간 3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를 가진 조광래 감독은 이기고 지고의 경기 결과 보다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축구대표팀 조광래 감독 창간 축하 사인

그가 찍으면 뜬다…조광래 감독님, 유망주 발굴 비결이 뭔가요?
조광래 대표팀 감독 “월드컵 준비 문제없다”

스포츠동아 창간 3주년을 맞아 대표팀 조광래 감독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났다. 대표팀 감독이 된 이후 약속이 많아졌다며 헐레벌떡 뛰어왔다.

남산에서 점심 약속을 마친 뒤 인터뷰를 위해 급하게 왔다고 했다. 인터뷰 이후 또 다른 약속이 있다며 “대표팀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은 조 감독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예선이 시작되는 해인데 기분이 어떻습니까.

“선수들도 기대하겠지만 감독 입장에서도 월드컵 예선에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역대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얻긴 했지만 어떤 측면에서 보면 지금이 최고 어려운 고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예선이 시기적으로 앞당겨졌고, 3차 예선에서 대부분 중동 팀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돼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축구로 예선전을 무난히 통과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월드컵에서 보여주고 싶은 축구는.


“몇 강에 진출하고 싶다는 것보다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플레이를 하고 싶습니다. 경기를 지배하면서 운영하고 싶죠. 그런 수준이 되면 성적은 반드시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수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 수준이 되면 8강, 4강도 된다고 봅니다. 그 수준이 안 되면 성적을 논하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요즘 대표팀에서 강조하고 있는 게 미드필드의 패스 플레이입니다. 미드필드 패스가 능수능란하게 이루어지면 그 다음 단계는 그 패스 플레이를 상대 골대 앞으로 옮겨놓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국축구를 얘기하면서 예전부터 문전처리 미숙을 가장 큰 약점으로 꼽았습니다.

그런데 실은 저도 문전처리 미숙을 해결 못한다는 겁니다. 어떻게 한 순간에 바꿔놓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패스가 원활하게 돌아가면 자연스럽게 문전처리 미숙은 해결될 수 있습니다. 패스가 잘 되면 그만큼 득점 찬스가 늘어나고 골을 넣을 확률이 높아지죠.

바로 그 확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패스를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일본 축구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본이 최근 페이스가 좋은데 자케로니 감독이 일본의 장기인 미드필드의 패스 플레이를 문전으로 옮겨놓는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좋은 축구가 나오는 것입니다.”


-손흥민, 남태희 등 유럽파 어린 선수들이 잘하고 있는데.

“손흥민은 경험이 부족하지만 기존 선수보다 득점력이 좋고, 득점 찬스 포착이 유럽 선수들 못지않습니다. 그런 부분은 공격수로서 큰 무기죠. 소속팀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우리가 잘 보호하고 육성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한국축구에 엄청난 자산이 될 겁니다.

남태희는 흥민이랑은 또 다릅니다. 당장 활용이 가능합니다. 기술과 지능적인 부분이 뛰어납니다. 체력적으로 기존 선수들에게 떨어질지 몰라도 지능적으로 플레이하는 선수입니다. 프랑스리그에서 지금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K리그 이상의 선수라고 보고 있습니다.”


-유망주를 발굴하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특별한 느낌을 주는 선수들은 절대 이름을 잊지 않습니다. 특이하거나 좋은 장점이 있는 선수는 꼭 기억합니다. 이번 대표팀에 발탁한 박기동과 조찬호 등도 그런 케이스죠. 둘 다 대학교 재학 때 눈여겨봤습니다. 단 하나, 남의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좋은 선수가 있는 팀과 반드시 연습경기를 해서 그 선수의 여러 가지 부분을 파악해 봅니다. 그래야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용래처럼 유망주였다가 큰 실패를 맛봤던 선수를 다시 스타로 만드는 작업은 큰 매력이 있죠.”


-감독님이 꼽은 유망주 중 안타까운 사례도 있죠?

“서울의 고명진은 장점을 많이 가졌습니다. 체력적인 부분과 순발력, 순간 스피드 등을 끌어올리면 좋은 미드필더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못 큰 측면이 있죠. 대구의 안상현도 비슷한 케이스입니다.

그런 선수들을 보면 유망주 육성에 더 신중해야한다고 봅니다. 자질을 가진 선수들이 잘 못하면 프로에서 안 좋은 상황으로 가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선수들을 잘 육성하면 이청용 이상의 선수도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지도자와 구단이 신경을 많이 써줘야 합니다.”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과 해소 방법은.

“스트레스라.(잠시 생각을 한 뒤) 지도자 생활을 하면 승패에 기분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경기 내용이 나빴을 때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 편입니다. 솔직히 창피함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고함을 많이 지르기도 합니다. 골을 넣고 안 넣고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 내용이 나쁘면 기분이 안 좋죠. 그럴 때는 더 술을 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골프를 치면서 해소하는 편입니다. 운동하면서 좋은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해소되는 것 같습니다. 골프는 불편한 사람들하고는 잘 안 가니까 마음이 편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최용석 기자 (트위터@gtyong11)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박화용 기자 (트위터@seven7sola)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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