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내 목소리에 뽕필이 있대요…이젠 인정합니다”

입력 2011-04-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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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는 4년 만에 내놓은 새 앨범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또렷이 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 면모도 과시했다.

■ 새 앨범 ‘엘레지 누보’ 발표
가수 양파(본명 이은진·32)가 최근 4년 만에 발표한 새 미니앨범 제목은 ‘엘레지 누보’(Elegy Nouveau)다. ‘새로운 엘레지’ ‘최신의 엘레지’라는 의미다. 엘레지. 우리에게는 ‘엘레지의 여왕’이라 불리는 가수 이미자로 인해 익숙해진 단어이다. 또한 이미자 이후 심수봉이 가장 능숙하다는 평가를 받는 음악 스타일이다. 원래 엘레지는 비탄의 감정을 표현한 슬픈 노래를 뜻한다. 우리에게는 ‘한(恨)을 담은 한국 전통가요’가 한국적 엘레지다. 양파는 앨범 제목을 “새로운 ‘뽕’”이자 “엘레지의 새로운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비요크’ 꿈꿔왔지만
숨길 수 없는 ‘뽕의 정서’

심수봉 계보 잇는 엘레지의 여왕
거부 안할겁니다!


양파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부정해왔던 나의 ‘엘레지 본색’을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올해 데뷔 15년째다. 이제 음악적 색깔을 분명히 해야 할 때라는 생각에 자신의 음악을 스스로 평가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엘레지’로 정리했다. 평소 절친한 가수 이적이 늘 그만 보면 “넌 심수봉의 계보를 잇는 가수”라고 말하던 것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내 음악은 팝 발라드라 생각했고, ‘한국의 비요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나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그렇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 목소리에 담긴 ‘뽕’의 정서를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주위에선 ‘우리 정서 깊숙이 스며있는 음악을 해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앞으로 몇 십 년 해야 할 나의 가수 인생, 나도 이제는 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엘레지 누보’에 수록된 자작곡 ‘그때 그사람’은 그의 롤모델이 된 선배 심수봉에 대한 헌정, 즉 ‘오마주’이다. ‘그때 그 사람’의 노랫말을 보면 ‘사랑밖에 난 몰라’ ‘이별없는 사랑’ ‘백만송이 장미’ ‘젊은 태양’ 등 심수봉의 노래 제목들이 등장한다.


● 공백기?…이승기 티아라 곡 작사가 활약

5집(2007)을 6년 만에 냈던 양파는 이런 고민을 하며 다시 4년을 보냈다. 지난 10년간 두 장의 앨범 밖에 못 냈으니 공백이 지긋지긋할 법했다. 정작 양파 본인은 “얻은 것도, 배운 것도 많았다”면서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는 ‘엘레지 누보’에 실린 다섯 곡 중 두 곡을 작곡하고, 세 곡을 작사하면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보였다. 실제로 그는 그동안 “최신 트렌드를 흡수해보기 위해” 이승기 ‘지금부터 사랑해’, 지나 ‘블랙&화이트’, 티아라 ‘왜 이러니’ 등 아이돌 가수들의 히트곡의 노랫말을 써, 가수가 아닌 작사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양파는 아이돌 가수들이 주름잡는 가요계를 보면서 “그들의 왕성한 활동이 부럽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분야에 사이클이 있듯, 가요계도 주도하는 인물이 10년 주기로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아이돌의 왕성한 활동에 주눅들지도 않았다.

“나도 그 시절을 거쳤다. 애써 (아이돌 아닌 가수들이)지고 피는 것을 부정하는 일은 웃기는 일이다. 살아남을 사람은 살아남는다.”

양파는 앞으로 “장르는 중요하지 않다. 좋은 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릴 적 어머니가 배호의 노랠 들려주셨다. 나도 윤심덕을 좋아했다. 그 노래들엔 요즘 신세대 트로트나 전통가요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은 아름다움이 있다. 어릴 적 듣던 그 노래가 다시 다가온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려서는 못 보던 것들을 보게 된다. 그게 좋다.”

사진제공|코어콘텐츠미디어

김원겸 기자 (트위터@ziodadi)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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