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가수 배호를 추억함…뮤지컬 ‘천변카바레’

입력 2011-04-0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천변카바레’는 요절한 천재가수 배호를 주인공으로 한 쥬크박스 뮤지컬로 6070세대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10년 공연에서는 연일 전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왕년의 명가수 배호의 노래를 좋아했던 세대에게는 단물 같은 공연이다.

올해로 사망 40주기를 맞는 배호는 활동하던 시절 실제로 “벌꿀을 핥는 듯한 감미로운 목소리”라는 평을 들었던 천재가수. 역사 속의 상당수 천재들이 그랬듯 배호 역시 29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그가 남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도무지 20대의 목소리라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성숙한 음악성이 느껴진다. 당대 배호의 인기는 오늘날 초특급 아이들스타 못지않았다. 그가 사망한 이후 전국 유흥업소에서는 수많은 가짜 배호들이 ‘배호입네’하고 행세를 하고 다녔을 정도였다.

뮤지컬 ‘천변카바레’의 주인공은 바로 이 가짜 배호다.

시골에서 올라와 천변카바레에서 배호의 노래를 흠모하며 웨이터로 일하던 찰스(본명은 춘식)가 배호가 죽은 이후 우연히 가짜 배호 (모창가수 배후)로 떠밀리며 인생의 방황을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지난해 뮤지컬 ‘서편제’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가수 JK김동욱이 뮤지컬배우 최민철과 주연에 더블 캐스팅 돼 생전의 배호와 찰스를 연기한다. 배호에 비해 허스키한 음색을 지닌 김동욱이지만 놀랍게도 무대에서는 배호와 매우 흡사한 소리를 들려준다.

연기도 자연스러워 ‘배우 김동욱’으로의 변신이 어색하지 않다.

뻘시스터즈(펄시스터즈의 패러디일 것이다)의 멤버로 나온 구옥분도 빼놓을 수 없다. 뻘시스터즈의 발랄한 춤과 노래도 좋았지만, 춘식의 애인 순심으로 분했을 때의 연기는 꽤 여운이 길다. 변심한 춘식이 순심을 고향으로 내려가라 종용하며 건넨 삶은 계란을 한 입에 털어 넣고는 우걱우걱 씹으며 눈물을 짓는 순심의 연기는 별점이 아깝지 않다.

‘안개 낀 장충단공원’, ‘돌아가는 삼각지’, ‘두메산골’ 등 배호의 히트곡과 ‘노란 샤쓰의 사나이’, ‘커피 한잔’, ‘서울야곡’, ‘거짓말이야’ 등 이른바 ‘6070’ 세대를 위한 추억의 명곡들이 2시간 가까이 향연을 펼친다. 재즈가수 말로가 이끄는 밴드의 라이브공연도 좋다.

‘천변카바레’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한다.

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양형모 기자 (트위터 @ranbi361)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