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농협…고객들 ‘행동’에 나섰다

입력 2011-04-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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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 28만건…피해보상 요구 900건
일부 서비스 먹통…집단소송 움직임
“전산망 완전 복구 불가능” 우려도
농협의 전산장애가 6일째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큰 불만을 사고 있다. 국내 대표 은행 가운데 하나인 농협이 전산망을 정상화시키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자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산복구를 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루머까지 생겼다. 전산장애로 물질적 손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 데이터 복구 가능한가?

최악의 금융 사고로 기록될 농협 전산장애가 일어난 지 6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일부 서비스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거래량을 기준으로 약 95%의 전산망이 정상화 됐다. 하지만 카드관련 일부 서비스나 인터넷 뱅킹 일부 조회 서비스는 아직도 이용할 수 없다. 다른 서비스들도 이용은 가능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전산장애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던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서버 과부하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이것이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산망 복구가 농협의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거래 내역 등 일부 자료의 복구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농협 측에서는 원 데이터가 남아있어 복구가 가능하다고 안심시키고는 있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여러 차례 말 바꾸기를 했던 농협이다. 이미 신뢰도는 바닥이다. 아직까지 모든 서비스를 정상화 시키지 못한 점은 의구심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 보안업계 “예고된 인재다”

전산 서비스가 정상화 되더라도 고객들의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가 시스템 상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예고된 ‘인재’라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보안 업계에서는 전산장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술적 문제보다는 농협의 허술한 인력관리와 보안의식을 꼽고 있다. 단계를 무시한 보안체계나 외부 인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큰 화를 불렀다는 설명이다. 어느 보안관계자는 “복마전”이라고 했다.

이번 농협의 전산장애가 내부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객들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운영시스템을 삭제하는 과정에서 내부 직원이 외부 해커와 결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15일 파일삭제 명령을 내린 노트북PC에 접근할 수 있는 농협직원 및 서버관리 업체 IBM 직원 20명의 휴대폰을 수거해 조사했다. 17일 관련 농협IT본부 인력과 IBM 직원을 직접 소환해 로그 분석 등의 조사를 벌이고 있다.


● 소비자 비난 봇물

농협은 이번 사태로 인해 소비자들의 비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객 정보보안 접근권한을 외부 인력에게 송두리째 맡긴 것은 물론 복구 책임에 대해서도 떠넘기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전산장애를 일으킨 것이 내부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신용을 기본으로 하는 금융기관으로 존립마저 위태로워 질 수 있다. 위험한 곳에 귀중한 내 돈을 맡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국 대규모 인출사태는 불을 보듯 뻔하다.

금전적 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 전산장애로 인한 직접적 피해는 물론 소비자들이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서다. 금융소비자연맹과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는 홈페이지에 고객의 피해사례를 접수하는 창구를 개설했다. 이번 전산장애에 따른 고객 항의는 17일 현재 28만여건을 넘어섰고 공식적 피해보상 요구도 900여건에 이른다.

농협은 24일까지 인터넷뱅킹·텔레뱅킹·모바일뱅킹·스마트폰뱅킹 타행이체 수수료와 자동화기기 출금 및 이체거래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고객 달래기에 나섰지만 미봉책에 불과해 법정다툼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김명근 기자 (트위터 @kimyke76)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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