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 프로그램 ‘지젤’ 맞춰 완벽연기 탄성
‘피겨퀸’의 연기가 13개월 만에 다시 얼음판을 수놓았다. 비록 전매특허인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예기치 못한 실수가 나왔지만, 여전한 여왕의 위치를 확인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김연아는 29일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르트아레나에서 열린 201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 점수 32.97점과 예술 점수 32.94점을 합쳐 65.91점을 획득, 동갑내기 스타 아사다 마오(일본)를 멀찌감치 밀어내고 1위로 나섰다.
2위는 일본의 안도 미키(65.58점). 출전 선수 30명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경기에 나선 김연아는 양쪽 어깨가 드러나고 허리 부분이 패인 짙푸른 드레스를 입고 얼음 위에 섰다. 쇼트프로그램 ‘지젤’의 느낌을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피터 오피가드 코치가 직접 디자인한 의상.
출발은 불안했다. 양 팔을 하늘 쪽으로 향한 채 평소처럼 우아하게 연기를 시작했지만,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성하지 못했다. 러츠를 착지하다 양 발을 얼음에 내딛는 바람에 다음 점프를 연결하지 못한 것이다. 공식 연습 내내 단 한 번도 실수한 적 없는 과제였기에 더 아쉬웠다.
하지만 역시 ‘강심장’ 김연아는 침착했다. 다음 과제인 트리플 플립을 뛴 후 곧바로 더블 토루프를 다시 연결하는 재치를 발휘했다.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진 것은 물론. 다음 점프인 더블 악셀 역시 안정적이었다.
어려운 점프 과제를 모두 끝냈으니 여왕의 연기가 빛을 발할 시간. 김연아는 순박한 시골 처녀에서 순애보의 요정으로 변신하는 지젤을 물 흐르는 듯한 동작과 처연한 표정으로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
한편 김연아와의 재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일본 피겨의 간판 스타 아사다 마오(21)는 또다시 트리플 악셀에 실패하면서 7위(58.66점)까지 내려앉았다. 김연아는 30일 오후 10시께 같은 장소에서 한국 전통음악을 섞은 ‘오마주 투 코리아’에 맞춰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펼친다.
배영은 기자 (트위터 @goodgoer)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