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매치 포항-전북
홈팀 포항 전반에만 2골 허용 패색신형민 추격골…후반 분위기 반전
슈바, 동점·결승골 등 2골 맹활약
황선홍 감독 번쩍 안고 V세리머니90분 동안 상영된 한 편의 드라마였다.
포항 황선홍 감독과 전북 최강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포항이 자랑하는 유스 출신들이 주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적으로 만난 이들은 골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진검승부를 펼쳤다. 15일 포항-전북 전은 K리그 전반기 최고 빅 매치다웠다. 홈팀 포항이 짜릿한 3-2 역전승을 거뒀다. 내용도 박진감 넘쳤다. 두 팀 모두 빠른 템포로 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설의 귀환
스틸야드는 경기 전부터 부산했다. 한국축구 발전의 선구자 박태준(74) 포스코 전 명예회장이 경기장을 직접 방문했다. 전설의 귀환이었다. 박 명예회장은 한국 최초 전용구장인 스틸야드 준공의 주역. 경기관람을 위해 스틸야드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 포항 황선홍 감독은 “2002월드컵 직후 홍명보 올림픽 팀 감독과 인사드린 뒤 처음 뵙는다. 정말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황 감독을 비롯해 축구협회 이회택 부회장, 포항 출신의 국가대표 박태하 수석코치, 김태만 사장 등 관계자들이 박 명예회장을 맞이했다.
○원정 팀 전북이 전반 주도
전반은 전북이 주도했다. 전북 김상식과 정훈은 중원에서 포항 황진성, 김재성을 꽁꽁 묶었다. 전북 측면공격수 이승현과 로브렉까지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며 포항이 자랑하는 미드필드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전북은 전반 이동국이 선제골을 터뜨린 데 이어 이동국의 도움을 받은 박원재의 추가골로 2-0으로 달아났다. 이동국은 포항 유스 출신 대표 공격수고 박원재 역시 포항제철중-포철공고를 나온 포항 유스 출신. 두 선수는 유스 클럽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자신들을 길러낸 박 명예회장 앞에서 친정 팀에 비수를 꽂았다.
○분위기 반전
이동국이 허벅지 부상으로 전반 후 교체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 달 30일 강원 전에서 코를 가격 당해 수술을 한 지 얼마 안 된 신형민이 후반 들어 역전의 물꼬를 텄다. 보호마스크를 쓴 채로 황진성의 코너킥을 받아 헤딩 골을 꽂아 넣었다.
또 한 번의 반전이 벌어졌다. 전북 정훈이 포항 노병준의 유니폼을 잡아 당겨 두 번째 경고로 퇴장 당했다. 정훈은 전반에도 똑 같은 장면으로 이미 경고를 받았었다.
스틸야드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포항 선수들은 1만6000명 홈팬들 환호에 보답했다. 또 한 번 황진성의 코너킥이 올라 왔고 슈바가 헤딩 동점골을 터뜨렸다. 황진성 역시 포항이 자랑하는 유스 출신 미드필더. 9년째 포항에서만 뛰고 있다. 전반에 이동국, 박원재에 당한 수모를 2도움으로 깨끗하게 되갚았다.
흐름은 완전히 포항으로 넘어왔다. 후반 34분 다시 황진성의 코너킥. 전북 김상식이 볼을 걷어낸다는 것이 그만 손에 맞고 말았다. 명백한 핸드링 반칙. 주심은 지체 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슈바가 깔끔하게 차 넣었다. 슈바는 득점 후 터치라인 끝에서부터 달려와 황 감독을 번쩍 안았다.
포항 |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