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커버스토리]차승원 “대놓고 잘난척하기 좋아해”…마라톤 인터뷰②

입력 2011-07-15 11: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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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 연기 비교되는 주성치 영화, 본 적은 없어
● '최고의 사랑' 정식 방영 안 된 나라에서도 인기 "놀라워"
● '딸바보' 별명 싫지만…딸이 낳은 딸은 더 예쁠 것 같아

차승원은 “초등학생 딸 친구들도 좋아 한다”라며 “조니 뎁이 아이 때문에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찍은 게 새삼 와 닿았다”고 말했다.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차승원 인터뷰 ①편에 이어>

모델 활동을 하다 배우로 전향한 차승원(41)은 '신라의 달밤'(2001), '광복절특사'(2002), '선생 김봉두'(2003), '귀신이 산다'(2004) 등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며 "잘생겼지만 웃긴 배우"라는 평가를 받았다.

코미디 제왕으로 거듭날 무렵, 그는 180도 방향을 틀어 범죄 미스터리사극 '혈의 누'(2005), 탈북 청년의 가슴 아픈 인생을 다룬 '국경의 남쪽'(2006)에 출연했다. 이후 무기수의 부정을 그린 영화 '아들'을 찍었으며, '시크릿'(2009),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 '포화속으로'(2010), SBS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2010) 등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로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그의 진지한 작품은 코믹한 작품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다 그가 선택한 작품이 바로 MBC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최고의 사랑'(이하 '최고사')이다.

Q: 차승원 씨가 연기한 독고진을 보면, 1990년대 홍콩 주성치(周星馳) 코미디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차승원 : 주성치 씨 영화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런 역할이 많나요? 다들 "주성치, 주성치" 하는데, 정작 난 영화를 본 적이 없는 거야.

Q: 시치미 뚝 떼고 잘난 척하는 연기가 비슷해요.
차승원 : 진짜? 주성치 씨는 잘생기지 않았는데 잘생긴 척을?

Q: 너무하시네요. 주성치 씨도 소싯적에는 잘생겼습니다. 키(프로필 키 174㎝)는 크지 않지만, 얼굴만은 미남….
차승원 : ('앗, 실수'하는 표정으로 급히 수습) 아~ 그때는 잘생겼구나! 사람들이 주성치 씨 기발하다고 하더라고. 천재라고.

Q: 됐어요. 차승원 씨는 '슈퍼 미남'이니까요. 독고진 같은 연기는 다시 볼 수 없는 건가요. 라디오 프로그램 'FM 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MBC)에서 홍콩영화 '천장지구'처럼 액션과 멜로 다 먹는 영화를 하고 싶다고 했죠?
차승원 : 독고진은 했으니까, 다른 산을 정복하고 싶은 거죠. 사실 그렇게 대놓고 잘난 척하는 거 좋아해요. 뭐든 조금 해주고 되게 생색내는 거 좋아하니까. 이번에도 재미있었어요. 카타르시스를 느꼈죠.

Q: 자의식 과잉 독고진은 '마스크'를 쓴 짐 캐리 같기도 했어요.
차승원 : 그래요? 짐 캐리 영화 '마스크'는 봤어요. 그 후로는 일상이 다 생중계되는 '트루먼 쇼' 하나 봤어요. 주성치 영화는 '소림축구' 예고편만 봤는데, 그때만 해도 '저 말도 안 되는 걸!'이라고 했죠.

Q: '소림축구' 보다 앞서 나온 '식신', '파괴지왕', '서유쌍기'를 추천합니다.
차승원 : 볼게요. 봐야겠네. 그런데 그 양반 연세가?

Q: 한국 나이로 50세입니다. 지금은 제작자로서 다른 배우를 캐스팅해서 해외 자본 투자받아 찍는데, 옛날 그 색깔이 안 나와서 안타까워요.
차승원 : 그렇구나. 이제는 연기를 안 해서….

Q: 개인적으로 차승원씨 진지한 연기도 좋아해요. 울다가 웃다가 하는 연기. 유튜브에 올라온 김장훈 씨의 '소나기' 뮤직비디오도 요새 조회수가 높더군요.
차승원 : 난 적절한 믹스가 있는 역할이 좋아요. 너무 정극도 재미없고, 너무 희극도 재미없고. 적절하게 섞인 걸로. 내 성격이 그래요. 너무 무거운 자리도 너무 가벼운 자리도 싫어요. 적당히 공존하는 게 좋아. 유머도 있고, 진지하기도 한 그런 자리요. 패션도 마찬가지야. 너무 스탠다드한 것도 싫고 너무 아방한 것도 싫어요.

Q: 그래서인가, '최고사'를 보다 보면 웃기는데 슬프고 슬픈데 웃긴 거예요.
차승원 :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Q: 유튜브를 비롯해 해외 한류 사이트에 '최고사' 팬이 많아요. 독고진과 구애정은 영어권 팬들 사이에선 DJ와 AJ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차승원 씨 연기에 반해서 '시티홀'을 봤다는 사람도 봤어요.
차승원 : (감탄하듯) 그렇더라고. 나도 요새 알았어요. 'The Greatest Love'라고 한다고. 그걸 어떻게 벌써 봐? 중국은 정말 빨리 올라오더라고요. 우리 대만 팬들은 끝남과 동시에 감상 글을 올려요. 꼭 우리나라 같아.

Q: 중화권에선 차승원 씨를 '처솨이(車帥)'라고 부르던데, 잘생긴 차승원이라는 뜻이잖아요.
차승원 : (진지하게) 나는 정말 대만 팬들이 남의 나라 사람 같지가 않아요.

Q: 생일인 6월 7일 즈음에는 유튜브에 축하 동영상도 꽤 올라왔어요. 미국 텍사스에 산다는 N모 씨가 만든 건 수작이던데. 배경음악으로 '하트브레이커(Heartbreaker)' 넣고, 패션쇼에서 캣워크 중인 차배우 사진 넣고.
차승원 : 오~ 하트브레이커. (광대뼈가 폭발할 것 같은 미소) 대단하다. 오케이. 찾아봐야지.

Q: 독고진의 인기가 국경을 허물었지만, 세대차이도 허물었어요. 세 살배기도 독고진 아저씨를 알아봐요.
차승원 : 그러게. 황정민 씨가 전화한 거예요. "여보세요? 승원 씨 잠깐만" 하더니 아들을 바꿔주는데, 네다섯 살 된 아기가 "독고진 아저씨, 안녕하세요. 구애정 아줌마는 어디 있어요?"라고 하는 거예요. 정말 기분 좋았어요. 어린 팬들이 많다는 건 (초등학생) 우리 딸 주변 친구들도 좋아한다는 건데 얼마나 좋아. 한동안 우리 아기가 못 보는 영화, 재미없어하는 드라마를 찍었는데…. 조니 뎁이 아이 때문에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찍은 게 새삼 와 닿더라고.

차승원은 대학 1학년 때 3살 연상 이수진 씨(44)와 결혼해 1989년 아들 노아 군, 2003년 딸 예니 양을 낳았다. 평소 딸을 예뻐하기로 유명한 그는 '딸 바보'라는 별명을 달고 있다.

Q: 그럼 따님 보라고 일부러 '최고사'를 고른 게 아니고?
차승원 : 아니라니까. 하다 보니까 한 거야. 얼마 전 아기랑 문방구에 갔는데, 그거 못 보셨지? 작은 '최고사' 책자가 문방구에 쫙 있어. 표지에 동백꽃 진달래꽃 대사 있고, 독고진·구애정 캐리커처 있고. 정말 신기했어요. 얼마나 뿌듯해.

Q: 예니 양 데리려 학교에 자주 간다고 들었어요. 그때마다 애들 마중 나온 다른 아빠들 주눅이 들었다고. 왜 멋지게 하고 가서 죄 없는 학부형 기죽였어요?
차승원 : (정색하고) 오버입니다. 아닙니다. 멋지긴 전혀.

Q: 긴 다리로 예니 양 가을운동회에 달리기하러 간다면서요? 다른 아빠들은 어떡하라고.
차승원 : 에이, 달리기는 내가 잘못 알았더라고. 아빠랑 달리기는 없어요. 괜히 오버한 거예요. 운동회는 가야죠. 그런데 다른 아빠들도 운동회 다 와요. 나만 유별난 게 아니야. 사람들은 내가 24시간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아니야. 오히려 나는 다른 아빠들처럼 비즈니스를 안 하잖아. 대외적으로 바쁘게 보일 뿐이지. 오히려 일이 없으면 내가 집에 있잖아.

Q: '딸 바보'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이젠 싫은가 봐요?
차승원 : 정말 난 부담스러워. 딸 안 사랑하는 아빠가 어디 있어? 마치 모든 아빠들이 딸을 안 좋아하고, 나만 좋아하는 것처럼 비쳐서 싫어.

Q: 여자들이 보기엔 이상적인 남편상인데 그냥 즐기지 그래요? 반항아 조니 뎁, 브래드 피트도 딸이 생기면서 이미지 업 됐어요.
차승원 : 이미지보다는, 난 그래요. 여자와 애들은 사랑받아야 한다고. 특히 애들은 무조건 보호받아야 해요.

Q: 나도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그렇게 마중 나오더니, 기자가 된 다음에도 늦으면 데리러 오셨어요.
차승원 : 그럼! 딸은 불안해. 난 이해한다니까. 딸 본인은 그게 너무 싫을 수도 있어.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아빠 마음은.

Q: 딸이 너무 예쁘면, 나중에 사위가 흡족하지 않을 수 있어요.
차승원 : 그건 다 마찬가지일 거야. 그런 말이 있잖아? 외손자·손녀가 더 예쁘다고. 왜냐면 며느리가 아니라 딸이 낳았으니까. 외할머니들이 친손자·손녀는 추운 겨울에 손잡고 가고, 외손자·손녀는 어깨에 태워간대요. 딸이 낳은 딸은 더 예쁠 것 같아. 그런 게 있나 봐.

Q: 그건 그렇고 우리 차 배우님은 신비주의 전략을 버린 건가, 얼마 전 디시인사이드 최고의 사랑 갤러리·차승원 갤러리·시티홀 갤러리에 글을 올리셨잖아.
차승원 : 처음 올린 거야. 이젠 안 올릴 거야. 뭘 조금만 해도 다들 와르르 관심 가지니까 부담스러워서. 그렇다고 앞으로 안 올리면 오해할 테고. 아, 어떡해야 할지….

Q: '최고사' 끝나고 SBS '최화정의 파워타임', MBC 'FM 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 등 라디오 프로그램도 자주 나왔는데….
차승원 : 그건 정말 팬 서비스. 드라마가 끝나고 나니 내 근황을 궁금해하시니까.

Q: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선 "질문이 후지다"고 라디오 작가들을 장난삼아 '디스(diss)' 하시고.
차승원 : 아, 진짜 후졌어. 아주 후졌더라고. "공효진이 윤계상과 스킨십 할 때 떨렸다는데, 차승원이랑 할 때는 안 떨렸다고 했다. 안 섭섭하냐?"고 묻는 거야. 아니, 거기서 나랑 떨리면 웃긴 거지, 그게 뭐가 섭섭해? 도대체 그게 왜 '되게 섭섭할 일'이냐고…. 이런 거 있잖아. 만약 효진이가 "차승원 선배와 연기해서 기분 되게 더러웠어요"라고 했다면, 섭섭하지. 난 나름 잘해준다고 노력했으니까. 그리고 윤계상하고 찍을 때가 더 떨린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오히려 다행이지. 승범이(공효진의 남자친구인 배우 류승범)가 걱정해야지, 왜 내가 걱정해?

Q: 시청률 문제를 언급 안 할 수가 없어요. 시청률이 팍팍 오를 것 같으면서 한참 동안 20% 밑에 정체됐어요.
차승원 : 그러게. 드라마가 무거운 얘기 쪽으로 가서. 이미 각오하고 있었지만, 아쉬웠어요. 작가들이 결말을 정해놓고 간 거라, 어쩔 수 없지.

Q: 촬영을 했지만 방송 시간이 넘쳐서 편집이 많이 됐다죠? 130분은 잘랐다고 하던데.
차승원 : 독고진은 많이 편집 안 됐는데, 다른 배우들이 피해를 봤어요. 훨씬 더 재밌어질 수 있었는데 아쉽죠. 대본으로 봤을 때 이런 즐거움이 아니었는데. 편집에 대한 아쉬움도 있어요. 좋은 신은 전부 살려줘야 하는데, 중간에 툭 잘라 버리니까.

Q: 그래서 '최고사' 감독판 DVD가 나온다는 소식이 있어요.
차승원 : 와, 정말? 드.디.어. '시티홀'하고 똑같구나. 예전에 '시티홀' DVD가 그랬잖아요. 나중에 품귀현상. 지금도 찾는 사람 많아요. 그때 얻어둘 걸 아쉽네. 그래도 감독판 편집하려면 제작진은 힘들 텐데, 다 재편집해야 하니까.

Q: 아직도 97년도에 모델 생활할 때가 '원톱'이라고 생각하나요?
차승원 : 그럼요. 그때는 정말 원톱이죠. 모든 장르를 완벽하게 하는 차승원이니까. 지금은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는 정도지만, 그때는 멜로도 1등, 액션도 1등, 다 1등이에요.

Q: 완벽한 바디라인의 차승원 씨가 손은 '개구리 왕눈이'라는 말을 들어요. 특히 손톱이 굉장히 짧고 뭉툭해요. 혹시 손톱 물어뜯는 버릇이라도?
차승원 : 손톱 못 길러요. 손톱 자체가 자라면 뒤집어져서 성격상 못 길러요. 물어뜯는 건 아니고.

Q: 독고진 캐릭터를 이제는 다 떠나보냈나요?
차승원 : 많이 없어지고 있고, 앞으로 많이 없애야죠. 독고진이 싫다는 게 아니라 앞으로 더 좋은 걸 하기 위해서 비우는 작업이 필요해요.

Q: 지금 차승원 씨 본인도 모르게 다수의 작품 주연 후보에 오르고 있어요. 차기작 계획은?
차승원 : 아직 없어요. 김은숙 작가('시티홀', '시크릿가든') 드라마에 나온다는 건 오보야.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일단 일상으로 돌아가서 조금 쉬고 다음 작품을 생각하려고.

Q: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
차승원 : 연예계라는 곳이 많은 오해가 있어요. 특히 우리 드라마가 오해 중심에 선 구애정을 내세우며 사람들에게 얘기하고자 했던 게 있죠. 연예인에 대한 관심은 좋지만, 거기에 뭔가 덧붙이고, 즐기는 일은 없어져야 해요. 왜냐면 그 사람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남편이고, 딸이고, 부인인데, 가족에게 부끄러워선 안 되거든요. 그리고 두 번째로, 우리 드라마에 나온 일이 특히 연예계를 바탕으로 하지만, 그런 일이 과연 실제로 존재하느냐에 대해서는 저는 반반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맞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어요.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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