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계획한건 아니었지만 절묘하게 정확히 10년 만이었다. 2001년 7월 26일 사직 롯데전에서 해태는 7-7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KIA에 인수되기 전 마지막 원정경기였다.
한 때는 상대팀이 그 모습만 봐도 위축됐다던 검은색 하의와 모자, 강렬한 붉은색 상의도 이날이 끝이었다. 10년이 흐른 26일 광주. 그렇게 사라졌던,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의 ‘해태’유니폼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KIA는 오랜 준비 끝에 이날 ‘올드 유니폼 데이’를 개최했다. 가슴에 새겼던 ‘해태’만 영문 ‘Tigers’로 바뀌었을 뿐 최대한 예전 모습을 되살렸다. 예전에 발에 걸어 신었던 고리 양말은 색깔만 흰 바탕에 검은색으로 재치 있게 표현했다. 추억의 유니폼을 보며 광주팬들은 열광했고 경기 전 사인회도 큰 인기를 끌었다.
정확히 10년 만에 되살린 옛 유니폼. 대부분은 유독 덥게 느껴지는 딱 달라붙는 검은색 바지가 어색했지만 이제 KIA 선수단에 단 4명밖에 남지 않은 해태 출신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최고참 이종범은 “2년에 한 번 꼴로 우승했던 예전이 생각난다. 그 때는 우리 스스로도 이 유니폼을 입으면 정말 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물론 불편한 것도 있었다. 그 때는 집에서 빨래를 했는데, 검은색 바지에 흙이 많이 묻어 어머니가 고생을 했었다. 여름에 더블헤더라도 뛰면 정말 더웠다. 스파이크까지 검은색이어서 물을 뿌리며 열을 식힐 정도였다”고 웃었다.
현역시절 OB와 삼성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조범현 감독은 “진짜 강팀이었기 때문에 유니폼도 참 멋있어 보였었다”며 “오늘 이기면 삼성과 3연전 계속 입을까?”라고 빙그레 웃었다.
광주 ｜ 이경호 기자 (트위터 @rushlkh)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