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마츠다 영전에 승전보를!” 일본 언론들 투쟁심 자극

입력 2011-08-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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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돔에서 10일 열릴 조광래호와 일본 자케로니호의 승부는 단순한 친선전이 아닌, 전쟁과 다름없다. 서로가 필승을 외친다. 9월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라운드의 개막에 앞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이곳 삿포로에서는 각종 매체를 통해 한일전 소식을 접할 수 있다. 가장 최근 치렀던 1월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의 여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일본이 승부차기 끝에 태극전사를 꺾긴 했어도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진정한 승리가 아니란 걸 그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면은 이번 경기를 중계할 현지 방송사 TBS 예고 영상이다. 영상에서는 일본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했던 전임 ‘캡틴’ 박지성이 2010남아공월드컵 개막 직전인 5월의 사이타마 원정에서 멋진 개인기로 득점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에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붉은악마의 열성적인 응원전을 보여준다. 오히려 한국 쪽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인상이 들 정도다.

반면, 일본은 실력보다는 ‘애국심’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영상에서는 일본 스타 혼다 게이스케가 킥오프에 앞서 눈을 날카롭게 뜨고 기미가요를 열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일본 스포츠지들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전 일본 대표 마츠다의 장례식(8일)에 1800여 명의 하객들이 조문했다는 소식과 함께 ‘한국전 승리를 마츠다의 영전에 바친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으며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한일 양국이 삿포로에서 본격적으로 손발을 맞추기 시작한 첫 날 훈련에서도 일본축구가 얼마나 한국을 의식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한국은 일본축구협회가 배정한 최악의 그라운드에서 담금질을 했다.

딱딱하고 미끄러운 잔디와 군데군데 움푹 팬 곳에서 고된 훈련을 했다. 어두운 조도에 조명 시설은 있으나 마나였다. 대표팀 박태하 수석코치는 “완벽한 축구 인프라를 갖춘 일본에 얼마나 좋은 훈련장이 많은데, 하필이면 이런 곳을 제공했는지 모르겠다”고 불쾌해했다.

일본축구협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자케로니 감독은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여유는 느껴지지 않는다. 2000년대 이후 일본은 홈에서 한국을 꺾어본 적이 없다. 5번 만나 2무3패로 절대 열세다. 일본 취재진도 “굉장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한일전의 의미를 이제 잘 알고 있다”고 귀띔한다.

“코칭스태프의 지혜와 선수들의 열정으로 일본을 누르겠다”는 조광래 감독의 약속이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

삿포로(일본) |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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