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신세서 日축구 보배 된 이충성 “한일전 내 능력 100% 쏟아부을 것”

입력 2011-08-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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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대표팀이 도하에 입성했던 1월 4일, 도하 국제공항에서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수줍음 많은 청년이었다. 잔뜩 굳은 얼굴에선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리고 7개월이 흐른 지금, 신분은 180도 달라져 있었다. 기약 없이 벤치의 호출을 기다려야 하는 조커, 유망주에 불과했던 이충성(26·산프레체 히로시마)은 이제 일본 대표팀에 빼놓을 수 없는 보배가 돼 있었다.

9일 삿포로 돔에서 훈련을 마치고 나오는 이충성 주변으로 수많은 일본 취재진이 몰리며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이충성은 이번 한일전 스타팅 출격이 유력하다.

조금 떠듬거리고 어눌한 말투는 여전했으나 아시안컵 당시 “일본 승리에 모든 걸 쏟아 붓겠다”며 각오를 다지던 이충성의 첫 마디는 스타가 돼 돌아온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내가 가진 힘을 100% 발휘하겠다.”

사실 이충성은 공식 석상에서 한국어로 얘기한 적이 없다. 자신이 한국계라는 걸 숨기려는 건 아니었다. 다만 주변 시선이 그렇게 만들었다. 조총련계 학교에서 처음 축구 화를 신은 그에게 돌아온 건 따가운 차별이었다. 2004년 한국 U-18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설 자리가 없었다. 일본으로 되돌아간 것도 이 때문.

하지만 오직 실력으로 지금 위치에 섰다. 호주와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터뜨린 결승골로 제2의 조국에 우승컵을 안겼다. 한일전을 나서겠다는 꿈도 이뤘다. 국적을 달리했단 아쉬움은 남았으나 “오랜 꿈을 이뤘다”며 행복해 했다. 물론 당당히 한국말로 인터뷰를 했다.

동갑내기 옛 동료들과의 고대했던 만남도 이뤄졌다. U-18 대표팀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박주영과 정성룡을 잊을 수 없다는 그다. “처음 봤을 때부터 박주영은 대단했다. 정말 기억에 남는다.”

박주영은 아시안컵 때 출전하지 않았고, 결승 티켓을 놓고 격돌한 한일전에 이충성의 이름 역시 없었다. 스타의 자존심을 건 둘의 반가운 조우는 어떤 결말을 맺을까.

삿포로(일본)|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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