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든 “열정적인 내 연기의 힘은 형한테서 나왔죠”

입력 2011-08-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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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든. 스포츠동아DB

박칼린표 뮤지컬 ‘렌트’의 라이징스타 이든

어릴적 꿈은 야구선수…집안반대로 접어
이든은 예명…조카 유치원 영어이름이죠
어깨가 축 처져 있을땐 형이 도닥거려줘요
28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렌트’는 젊음이 아프도록 묻어나는 작품이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모티프로 요절한 천재 작곡가 조나단 라슨이 쓴 최후의 유작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 뮤지컬계의 대표적인 음악감독 박칼린이 연출을 맡은 렌트는 브라이언, 강태을, 윤공주, 김지우, 런 등 그야말로 초호화 캐스팅으로 뮤지컬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중에서 ‘이든’이라는 낯선 이름이 보인다. 천재 컴퓨터 공학자이자 후천성 면역결핍증후군(AIDS) 환자 ‘콜린’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이든(31)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지옥의 오디션을 뚫고 당당히 스타 캐스팅에 합류했다. “제 본명은 이종언입니다. ‘렌트’에 출연하게 되면서 ‘이든’이라는 예명을 사용하고 있죠. 실은 조카의 유치원 영어 이름이에요. 어감이 좋아서 살짝 빌려왔죠. 형수님께는 허락을 맡았습니다. 흐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1루수 이숭용이 이든의 친형이다. 그도 어려서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집안에 운동선수는 한 명이면 된다”며 극렬 반대했다. 초등학교 때 야구코치의 눈에 들어 글러브를 잡았다가 이틀 만에 어머니에게 잡혀 온 일도 있었다.

아버지는 학창시절 축구선수, 어머니는 농구선수로 활동했을 만큼 운동선수 집안이다. 재미있는 점은 아버지가 축구를 그만 두고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다녔다는 것. 어려서 ‘아저씨, 아저씨’하고 따라다닌 아버지 친구들이 나중에 알고 보니 서인석, 안병경 같은 유명한 연기자들이었단다.

고등학교 때까지 미술을 한 이든은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캐릭터 디자인 벤처회사에 들어갔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장래에 대해 고민하다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먼저 제 가능성을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프로필 사진을 찍어 무작정 에이전시, 매니지먼트 회사에 돌렸죠. 일주일에 열 몇 번씩 오디션을 봤어요.”

CF모델로 데뷔한 이든은 2004년 연극 ‘빈방 있습니까’로 처음 무대에 섰다. 이후 ‘비지트’, ‘로스트키드’ 등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대중의 눈길을 끌기 시작한 것은 뮤지컬 ‘그리스’에서 남자 주인공 ‘대니’ 역을 맡으면서부터. 2007년과 2008년 그리스에 출연하면서 처음으로 ‘배우 이종언’이라는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배우가 되겠다고 하니 집안에서 반대를 했어요.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게 이유였죠. ‘빈방 있습니까’를 할 때 공연을 보러 온 형이 ‘열심히 해보라’며 제 어깨를 두드려 주시더라고요.”

무려 아홉 살이나 차이가 나는 이숭용은 이든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자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이든은 “학창시절 설문조사할 때 ‘존경하는 인물난’에 꼭 형의 이름을 적었다”며 웃었다.

어린 이든에게 형은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보다 위대한 인물이었다. “렌트 첫 공연을 앞두고 홍삼 엑기스, 삼계탕 먹어가며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원작의 깊이에 더 가까이 다가간 렌트. 감히 기대하셔도 좋으실 거라고 말씀드립니다. 많이들 보러 와 주세요.”

양형모 기자 (트위터 @ranbi361)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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