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며느리 불굴의 시청률 이유 있었네!

입력 2011-08-2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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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남과의 연애부터 시어머니의 절대지지까지
쇼핑호스트 성공은 덤… 며느리의 ‘로망’ 담겨

MBC 일일드라마 ‘불굴의 며느리’의 주인공 오영심(신애라 분·왼쪽)의 성공 스토리는 주부들의 로망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주부에서 쇼핑호스트로 발탁되며 사회적 명성까지 얻는다. MBC TV 제공

드라마 작가들에게 오후 8시대 MBC 일일드라마는 ‘죽으러 들어가는 자리’로 통한다. KBS1의 일일극이 워낙 강세를 보이는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올해만도 2월엔 ‘폭풍의 연인’, 6월엔 ‘남자를 믿었네’가 KBS1의 ‘웃어라 동해야’에 맥을 못 추고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 종영했다.

그런데 ‘불굴의 며느리’는 다르다. 15%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KBS1 ‘우리집 여자들’과 시청률 1, 2위를 다투고 있다(AGB닐슨미디어리서치 자료). 이 드라마가 그야말로 ‘불굴의’ 흥행 기록을 보여주는 비결은 드라마의 주시청자층인 며느리들의 ‘로망’을 깨알같이 충족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 친정엄마 같은 시어머니

주인공 오영심(신애라)은 고아 출신으로 고졸 학력의 평범한 가정주부다. 극중 나이는 34세. 그는 300년 전통의 종갓집 ‘만월당’에서 시할머니(강부자)와 시어머니(김보연), 시고모(임예진), 시누이(이하늬) 등과 사는 종부인데 만월당의 시어머니는 친정엄마보다 더 살뜰하다.

오영심의 남편(윤다훈)이 바람을 피우자 시어머니는 며느리편이 돼 “네 처가 불쌍하지도 않으냐. 호적을 파라”고 아들을 나무란다. 손아래 시누이도 여동생처럼 살갑게 군다. 오빠와 바람을 피운 여자를 찾아가 “우리 올케가 조금만 덜 착했어도 당신은 콩밥 신세”라며 머리채를 잡는다.

시어머니가 간혹 며느리에게 잔소리라도 할라치면 시할머니가 나선다. “일하느라 피곤한 애 붙들고 뭐하는 거냐”며 손주며느리를 감싸주는 것.


○ 미운 남편은 가고 연하 재벌남과 연애

이 드라마가 며느리들을 위해 준비한 두 번째 판타지는 꽃남 재벌과의 연애다. 바람을 피우며 속을 무던히도 썩이던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자 오영심의 분홍빛 로맨스가 시작된다. 남편이 다니던 홈쇼핑회사에 유가족 특채로 들어가 상담원으로 일하게 된 오영심을 사장의 아들(박윤재)이 좋다며 쫓아다니게 된 것. 이 재벌2세는 잘생긴 데다 오영심보다 네 살이나 어린 총각이다!

회사를 물려받아야 할 아들이 나이 많은 돌싱 오영심과 결혼하겠다고 나서자 시어머니 될 여자(김동주)는 “과부가 어딜…” 하고 펄펄 뛰지만 이때도 오영심의 우군이 되는 것은 시어머니 김보연이다. 그녀는 김동주에게 김치를 대야째 퍼부으며 말한다. “내 며느리한테 손끝 하나 건드리기만 해! 가만 안 둬!”


○ 살림만 하던 여자가 쇼핑 호스트로 성공

변변한 대학 졸업장도, 직장 근무 경험도 없는 오영심이지만 34세에 시작한 사회생활은 탄탄대로다. 상담원으로 성실히 근무하던 오영심은 사내 쇼핑 호스트 공모에 응모해 당당히 선발된다. 심사 과정에서 죽은 남편의 바람 상대였던 쇼핑 호스트가 온갖 방해 공작을 펼치지만 오영심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믿는다”는 심사평을 들으며 당당히 합격한다. 이 지점에서 드라마는 남편을 가로채간 여자에 대한 통쾌한 복수와 사회적 성공이라는 주부들의 두 가지 로망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드라마 평론가)는 드라마의 인기 비결에 대해 “가부장 이데올로기의 핵심인 종갓집이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욕망을 충족해 주는 환상 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사별이나 이혼과 같은 심각한 현실을 유쾌하고 아기자기하게 비틀어 표현했다”고 분석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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