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교체 타이밍,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가?
3연전 염두…선발은 한계투구수 체크
당일 컨디션 판단 코칭스태프의 모험
감독의 육감, 투수들 버릇 까지 캐치
초보 감독들이 팀 운영에 있어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투수 교체다. “투수교체는 감독의 고유 권한”이라고 하지만, 야수출신 초보감독들은 투수교체의 상당 부분을 투수코치에게 기대는 경우도 있다. 명감독으로 평가받는 프로야구의 한 전임 사령탑은 “요즘 감독들이 투수교체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한다. 투수가 안타나 볼넷을 허용하기 전에 확신을 갖고 바꾸지 못한다. 얻어맞은 다음에야 움직이는 경우가 잦다”고 지적한다. 투수 교체의 타이밍에는 어떤 상황들이 있을까.3연전 염두…선발은 한계투구수 체크
당일 컨디션 판단 코칭스태프의 모험
감독의 육감, 투수들 버릇 까지 캐치
○제1기준 한계투구수
LG 박종훈 감독은 첫 번째로 “한계투구수를 초과한 경우”를 꼽았다. “선발투수들은 보통 110개 정도를 한계투구수로 본다. 그 숫자가 넘어가면 일단 교체를 염두에 둔다”는 것이다. 선발투수의 한계투구수는 꼭 당일경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넥센 정민태 투수코치는 “3연전에서 마지막 경기에 나오는 투수가 많은 투구수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면, 1·2차전에서 불펜투수들을 더 많이 던지게 할 수 도 있다. 그래서 많은 이닝을 버티는 투수가 중요하다”고 했다.
○선발·불펜의 컨디션 파악…교체 판단의 난점
박 감독은 “2번째는 그날의 컨디션을 많이 본다”고 했다. 1주일 이상의 휴식을 취해 공에 힘이 있었던 송신영(LG)에게 21일 대구 삼성전에서 2이닝 세이브를 맡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 때는 투수들의 컨디션에 대한 확실한 점검이 전제돼야 한다. 바로 이 부분이 코칭스태프에게는 어려운 판단이다. 김시진 감독은 “불펜에서 공이 좋다고 보고받았는데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면 아닌 때도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고 했다. 모 팀 관계자는 “상대 선발이 공이 워낙 좋아 점수를 뽑기가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상대 벤치에서 그냥 바꿔 버려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던 적도 있다”고 밝혔다.
○기민한 판단 속에서 던지는 교체의 승부수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상황에서의 민첩한 판단이야 말로 투수교체의 꽃이다. 상대타자와의 전적, 바꿀 투수와 바뀔 투수의 컨디션, 팀이 처한 상황, 감독의 육감 등 모든 것이 총동원된다. 1995한국시리즈 7차전. 당시 OB 김인식 감독은 6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던 에이스 김상진(현SK코치)을 내리고, 7회부터 권명철(현LG코치)을 투입한다.
김 전 감독의 회상은 이렇다. “김상진이 투수 앞 땅볼 처리 때 악송구를 몇 번 했었는데, 갑자기 그 장면이 떠올라서 바꿨지.” 공교롭게도 OB가 4-2로 앞선 9회초 2사 2·3루에서 롯데의 마지막타자 손동일의 타구는 투수 앞 땅볼이었다. 권명철의 안정적인 수비로 우승은 OB의 차지가 됐다. 3일 대구 넥센전 3-2로 앞선 삼성의 8회 수비. 삼성은 넥센 알드리지 타석 때 정현욱 카드를 냈다. 류 감독은 “안지만이 잘 던지고 있어 고민을 많이 했지만, 정현욱의 커브 때문에 투수를 바꿨다. 알드리지는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하다”고 했다. 결과는 삼진. 성공이었다.
잠실 | 전영희 기자(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