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에이스, 삼성전 7이닝 1실점 4K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 빛나
“김동주 형 투런홈런 덕에 편하게 던져”
두산 김선우(34)가 28일 잠실 삼성전에서 승리하며 시즌 11승을 챙겼다. 내용도 훌륭했다. 7이닝 6안타 4탈삼진 1실점. 직구 최고구속은 145km였지만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싱커 등 다양한 변화구로 삼성 타자들을 능수능란하게 요리했다. 6회를 제외하고 매회 주자를 출루시켰지만 실점 없이 틀어막는 위기관리능력이 돋보였다.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 빛나
“김동주 형 투런홈런 덕에 편하게 던져”
특히 9번째 수비수답게, 2회 1사에서 배영섭 타구를 라인드라이브로 잡아내고 스타트를 끊은 선행주자를 아웃시켜 더블플레이를 완성시키는가 하면, 3회와 4회 모두 직접 타구를 잡아낸 후 이닝을 매조지하는 순발력을 보였다. 비록 7회 2사 후 진갑용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1점을 내줬더라도 완벽에 가까운 투구. 게다가 팀의 4연패를 끊고 팀 6위를 탈환하는 의미있는 역투였다.
하지만 단순히 ‘기록’만으로 김선우의 가치를 평가할 순 없다. 그가 진정한 에이스인 이유는 따로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5회 2사 후 손시헌이 정형식의 3유간 쪽 깊은 타구를 잡아 1루에 던졌지만 주자가 세이프 됐다. 그때 마운드에 있던 김선우는 손시헌을 향해 손을 들었다. “괜찮다”는 제스처였다. 결국 용덕한이 도루를 저지하며 이닝종료. 덕아웃을 향해 들어오던 그는 손시헌의 등을 두들기며 격려했다.
이 뿐만 아니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향해 갑자기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전날 호투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이용찬을 바라보며 “우리 막내 승운이 너무 안 따른다. 기 좀 불어 넣어 달라”고 했다. 선발등판 직전, 올시즌 7차례나 잘 던지고 승을 못 챙긴 불운의 주인공이면서 팀 동료 챙기기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이날 승리의 공도 모두 동료에게 돌렸다. 그는 “타자들의 도움이 컸다. 특히 (김)동주 형이 1회에 2점 홈런을 쳐주면서 3점차를 만들어준 게 편안하게 던질 수 있었던 비결”이라며 “5일 간격 등판이 쉽진 않지만 나뿐 아니라 전 선수들이 육체적이나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투수조 맏형으로 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고 다 같이 힘을 내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트위터 @hong927)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