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 쿵푸…복싱…볼트액션=승리의 주문

입력 2011-09-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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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볼트. 사진 연합뉴스

우사인 볼트. 사진 연합뉴스

우사인 볼트가 쇼맨십에 집착하는 이유는?

낯선 경기장·환경 등 불안요소 극복 행동요령
박태환의 음악듣기처럼 몸에 밴 루틴의 일환
밀스 코치 “쇼맨십이 그를 바람처럼 달리게 한다”
1일 오전 대구스타디움. 예선임에도 불구하고 남자200m 스타트라인 쪽에서는 관중들의 함성이 뜨거웠다. ‘번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의 등장 때문이었다. 남자100m 결승 실격의 충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괴성에 볼트는 특유의 세리머니로 화답했다. 중계카메라가 다가서자 취하는 익살스러운 표정도 그대로였다.

트레이드마크가 된 ‘장난기’는 준결승에서도 계속 발휘됐다. 결국 볼트는 20초31(2위)의 기록으로 2일 열리는 200m 결승에 진출했다. 일각에서는 “볼트의 산만함이 경기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의 코치인 글렌 밀스(자메이카)의 생각은 다르다. “볼트의 행동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것이다. 부정출발과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심리전문가들의 생각도 일치한다.


○운동선수의 불안감? 루틴으로 날린다!

경기력은 개인의 실력뿐만 아니라, 환경적 요소에도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낯선 경기장과 응원 등은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박찬호(38·오릭스) 등 다수 스포츠스타들을 심리상담한 체육과학연구원(KISS) 김용승 박사는 이 때 “자신의 의지로 통제가 가능한 것들만 생각하라”고 충고한다. 선수들은 훈련 때부터 이 요소들을 반복해 몸에 익히는데, 이를 루틴이라고 한다. 루틴은 생각과 행동을 일상화시킴으로써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안요소를 없애고,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스포츠심리전문가들은 ‘수영선수 박태환(22·단국대)이 경기 전 음악을 듣는 것,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프리킥을 차기 전 일련의 동작들을 항상 취하는 것, 야구선수 박한이(삼성)이가 타격을 준비할 때 헬멧을 벗었다 썼다 반복하는 것’ 등을 모두 루틴의 일환으로 본다.


○볼트의 쇼맨십은 심리적 안정 가져오는 루틴?

자메이카 취재진에 따르면, 볼트의 장난기는 비단 메이저대회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이는 볼트 특유의 쇼맨십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지만, 밀스 코치의 설명대로 마음의 안정을 가져오는 효과가 있다. 단거리에서는 긴장감이 근육의 뻣뻣함으로 이어져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분이 더 중요하다.

김용승 박사는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유도 금메달리스트 김미정(용인대교수)은 경기 전 대기시간에 너무 많이 떨어 그 때마다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 볼트의 익살스러운 동작 역시 같은 맥락에서 루틴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볼트가 심리적으로 강하다는 사실은 이미 2009베를린세계선수권 200m결승을 통해 증명됐다. 당시 200m결승에서는 한 번의 부정출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볼트는 2번째 스타트에서 최고의 반응속도(0.133초)를 기록했다.

당시 규정은 2번째 스타트에서 부정출발한 선수가 무조건 실격이었다. 선수들의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지만, 볼트는 자신의 약점인 스타트마저 극복하며 세계기록(19초19)을 작성했다.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을 가졌기에, 볼트는 한 줄기 바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대구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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