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영아 감독(오른쪽)과 아들 김원호군.
삼성전기 이끌고 3차례 전국대회서 2번 우승
새로운 스타 키워 올림픽 금 감동 안겨주고파
아버지 힘과 어머니 순발력 물려받은 아들
초등부 우승 이끈 재목…“엄마보다 잘해요ㅋ”
행복한 감독과 엄마…길영아의 유쾌한 도전새로운 스타 키워 올림픽 금 감동 안겨주고파
아버지 힘과 어머니 순발력 물려받은 아들
초등부 우승 이끈 재목…“엄마보다 잘해요ㅋ”
‘셔틀콕 여왕’의 화려한 귀환,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 길영아(41) 삼성전기 감독은 “요즘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8일 충북 충주 호암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2011 전국가을철 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길 감독은 뜻깊은 2관왕을 달성했다. 하나는 감독으로 선수들과 정상에 올랐고, 두 번째는 어머니로 아들의 우승을 함께 했다.
○국내 최초 여성 감독이 된 셔틀콕 여왕
1990년대 배드민턴에서 세계 무대를 평정하며 해외에서 먼저 ‘셔틀콕 여왕’으로 불렸던 길 감독은 지도자로 다시 한 번 화려한 성공시대를 열고 있다.
길 감독의 선수 이력서는 화려함 그 자체다. 고교 3학년 때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복식 동메달,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 여자복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복식 최강자로 세계선수권과 전영오픈 등 30여개 국제 대회에서 우승했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었던 최고의 선수였던 길 감독은 또 한 번 최고의 지도자를 꿈꾸고 있다. 3월 삼성전기는 길영아 당시 코치를 여자 팀 감독으로 임명했다. 여성이 국내 실업팀에서 감독으로 임명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길 감독은 1998년 현역에서 은퇴한 후 2006년부터 삼성전기 코치를 맡았고, 세밀한 지도력과 선수들을 품에 앉는 성품을 인정받아 감독에 올랐다. 감독 데뷔전이었던 4월 포천 봄철 전국종별선수권에서 팀을 단체전 우승으로 이끈 길 감독은 6월 안동 여름철대회에서 준우승, 다시 9월 충주 가을철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3차례 전국대회에서 2번 우승, 초보 지도자로는 성공적인 출발이다.
길 감독은 8일 우승 직후 “우승은 언제나 기쁘다. 3관왕이 목표였었다. 내년에는 봄, 여름, 가을 모두 우승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길 감독이 언제나 우승을 목표로 하는 이유는 새로운 올림픽 스타를 키워내겠다는 강한 의지 때문이다.
길 감독은 “선수로 올림픽 금메달의 감격을 맛봤고, 그 기쁨을 후배들이 또 한번 느꼈으면 좋겠다. 직접 가르치고 기른 선수가 올림픽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며 지도자로 꼭 이루고 싶은 꿈을 말했다.
○엄마처럼 올림픽 금메달 꼭 따겠다는 아들
길 감독의 아들 김원호(태장초등학교 6학년)는 이미 초등학교 배드민턴 스타다. 올해 열린 전국대회와 국제대회까지 단 한 번도 패배를 기록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 역시 태장초 에이스로 활약하며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길 감독에게 엄마의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 같다고 하자 “맞다”며 “사실 엄마보다 더 잘해요. 저는 그 나이 때 그렇게 못했는데, 빨리 배우고 빨리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운동을 시키지 않을까 했는데, 타고난 무엇인가가 느껴졌고 스스로도 열정을 보여 시키고 있어요. 특히 근성이 남달라요.” 감독에서 엄마로 돌아간 순간 아들 자랑에 여념이 없다.
김원호는 배드민턴 지도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재목이다. 배구선수였던 아버지 김상훈 씨의 스피드와 힘, 엄마의 순발력과 민첩성을 모두 물려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길 감독은 요즘 자신의 제자와 사랑하는 아들이 함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을 꿈꾸고 있다. “얼마나 기쁘겠어요. 잘 먹이고 잘 키워서 꿈을 이루는데 뒷받침을 해야죠. 혹시 모르죠. 그 때는 제가 대표팀에서 지도자를 하고 있을지도. 아들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면 어떤 기분일까요?” 감독, 엄마가 된 셔틀콕 여왕의 두 번째 세계정상 도전은 그렇게 이미 시작되고 있다.
충주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