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방망이…운수대통 1등 삼성, KS만 남았다

입력 2011-09-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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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누가 빨리 달려가나 내기라도 하는 것 같다. 삼성 주축 선수로 활약한 안지만 최형우 권오준(왼쪽부터)이 정규 시즌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기뻐하며 마운드로 달려 올라가고 있다.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마치 누가 빨리 달려가나 내기라도 하는 것 같다. 삼성 주축 선수로 활약한 안지만 최형우 권오준(왼쪽부터)이 정규 시즌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기뻐하며 마운드로 달려 올라가고 있다.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삼성, 5년만에 KS 직행 원동력

선동열 유산…선발·불펜 막강마운드 위력
류중일 감독식 공격야구 타선 짜임새 더해
KIA·SK·두산 등 라이벌 내우외환 행운도
후반기 두달동안 1위 독주…통합우승 도전

삼성은 2005∼2006년, 2년 연속으로 페넌트레이스 1위-한국시리즈 제패의 ‘퍼펙트 우승’을 달성했다. 올해 5년 만에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126경기씩을 치르던 2005년과 2006년에는 정규시즌에서 각각 74승(48패4무)과 73승(50패3무)을 거뒀지만 올해는 이미 75승을 넘어섰다. 외형적으로는 2005∼2006년에 버금가는 전력을 구축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사령탑을 교체한 첫 해 페넌트레이스 1위를 거머쥐기까지 결코 ‘순풍’만 불었던 것은 아니다. 6월 초순까지는 3∼4위를 오르락내리락했고, ‘지존’으로 평가받을 만한 위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과연 삼성이 페넌트레이스를 1위로 마감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선동열의 유산

‘투수왕국’의 전통은 올해도 여전했다. 결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는 지표상으로도 입증된다. 팀방어율의 경우 월간으로 분석했을 때 5월과 6월에만 잠깐 주춤했을 뿐 줄곧 1위를 지켰다. 그 원동력은 2005∼2006년 연속 우승 당시 철옹성을 쌓았던 불펜진. 삼성은 5회까지 앞선 경기의 승률에서 지난해(58승2패·0.967)에 이어 올해(54승7패·0.885)도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마무리 오승환까지 재기에 성공해 올해 삼성의 뒷문은 한층 촘촘해졌다. 전반기 다소 부진했던 선발진도 8월 용병 듀오 덕 매티스와 저스틴 저마노의 가세 이후 수준급으로 탈바꿈했다. 한때 SK와 KIA가 삼성에 필적하는 마운드를 앞세워 팀 순위표의 최상단을 차지한 적도 있지만 삼성은 후반기 첫 3연전이었던 광주 원정에서 7월 27일 KIA를 5-1로 꺾은 뒤로는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는 최강 마운드를 앞세워 단 한 차례의 추월도 허용하지 않고 1위를 질주했다.


○류중일의 뉴 리더십

1987년 선수로, 2000년 코치로, 2011년 감독으로 위치만 달라졌을 뿐 류중일 감독은 25년간 줄곧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누구보다 삼성의 속사정을 잘 안다. 감독으로 승격되자 류 감독은 구단의 주문에 입각해 ‘화끈한 공격야구’의 부활을 다짐했다. 선동열 전 감독이 수석코치로 삼성에 부임한 2004시즌부터 투수 중심으로 바뀌었던 팀컬러를 변모시키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팀의 체질을 뜯어고칠 수는 없는 법. 류 감독은 현명하게 처신했다. 야수진 기용폭을 넓혀 2군 선수들에게까지 기회의 문을 넓게 열어놓으면서도 마운드를 흔들지 않았다. 타자들의 기가 살아나기 시작한 건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비록 여전히 공격력은 경쟁팀들에 비해 뒤처지지만 전체적인 짜임새는 과거보다 탄탄해졌다. 류 감독은 또 코치 때처럼 선수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고, 편하게 농담을 건네는 등 결코 권위적인 모습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운수대통!

얼마 전 잠실구장에선 한 팬이 각 팀의 2011시즌을 사자성어로 정리한 피켓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시즌 도중 나란히 사령탑이 교체된 SK와 두산을 각각 ‘전화위복’과 ‘와신상담’으로 표현한 재치가 돋보였다. 그렇다면 삼성의 2011시즌은 어떻게 압축할 수 있을까. 25일 대구 넥센전 승리로 매직넘버를 1까지 줄인 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우리는 올해 별다른 위기를 겪지 않았다. 다른 팀들이 스스로 무너져준 덕”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두산이 시즌 초반 일찌감치 4강 전쟁에서 이탈한 데 이어 30승 고지까지 선점하고 돌풍을 일으켰던 LG도, 2000년대 후반 최강자임을 부인할 수 없는 SK도, 전반기 챔피언으로 삼성에는 없는 극강 선발진을 자랑했던 KIA도 내우외환으로 허물어졌다. ‘운수대통’한 시즌. 삼성의 운은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잠실|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jace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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