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은 ‘완득이’에서 상대역인 김윤석에 대해 “인간적으로 위축됐지만 배우로선 절대 위축되지 않았다”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 @k1isonecut
고등학교 자퇴하며 연기도 중단
계속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연기인지를…
답은,
연기를 멈추기엔
난 아직
편함에 중독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삶을 치열하게 사는 남자다. 10대 팬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청춘스타, 멋을 잘 내는 패셔니스타의 모습으로만 유아인(25)을 알고 있다면 그의 말에 한번은 귀 기울여 줄 필요가 있다. 또래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유아인을 발견하고 싶다면 말이다.
유아인이 선택한 영화 ‘완득이’(감독 이한·20일 개봉)는 아역 출신인 그가 다시 고등학교 2학년 완득이 역을 맡은 작품이다. 연예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유아인 본인도 “‘성균관 스캔들’이 끝나고 제의 받은 작품 중 내 입장에서, 대중이 보기에 가장 의외의 선택”이라고 했다. 유아인은 ‘완득이’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감독을 만나 “완득이를 주세요”라고 당차게 요구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익숙한 소재를 다시 그리는데도 진부하지 않은 새로운 시선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물론 배우가 원한다고 역할이 쉽게 얻어지지는 않았다. 유아인은 “완득이로 간택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완득이’ 개봉을 앞두고 만난 유아인은 한 시간 남짓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설명했다. 상대 배우 김윤석에 대해 “인간적으론 위축됐지만 배우로서는 절대 위축되지 않았다”고 했고, 원하는 연기에 대해서는 “편함에 중독되는 순간 내 연기는 멈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나를 지탱하는 건 스스로에게 묻는 ‘왜’”
유아인이 연기를 시작한 건 고등학생 때인 8년 전. 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한 이후 그는 다니던 예술고등학교를 자퇴하면서 연기도 그만두었다. 방황의 시간이었다. 유아인은 “지금도 내가 원하는 게 연기가 맞는지, 연기를 위해 태어난 게 맞는지 항상 묻는다”고 했다.
유아인은 자주 자신을 향해 “왜?”라고 묻는다. 그리고 답을 찾지 못하면 미련없이 버린다.
“고등학교를 그만둔 걸 두고 누구는 ‘쟤 문제아야’라고 하는데…. 문제아 맞죠. 그 때 왜 학교를 다녀야 하는지 물었고 답을 찾지 못했어요. 제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해요. 저를 몰아치는 큰 힘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에요. 어떤 것도 당연하다고 두지 않아요.”
유아인이 지난 해 KBS 2TV ‘성균관 스캔들’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1년 가까이 지나 선택한 작품이 ‘완득이’다. 필리핀 혼혈아이자 매사에 불만인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그는 “완득이는 내 모습과 같다”며 “10대, 청춘의 방황은 여전히 내가 가진 문제”라고 했다.
● “선수들이 모인 영화, 나도 선수인 척 해야 했다”
‘완득이’는 유아인과 김윤석이 이끌어가는 영화다. 학생과 담임선생님으로 역할을 나눈 둘의 호흡은 마치 탁구대 위의 탁구공처럼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자극적인 사건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 영화가 긴장과 재미를 갖춘 건 18세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유아인과 김윤석의 연기 대결 덕분이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은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죠. 만약 상대가 동의해 주지 않으면 문제지만 김윤석 선배는 운동장을 만들어줬어요. 선수들이 모였고 저도 선수인척 해야 했어요.”
유아인은 ‘완득이’에서 불만족스러운 장면을 설명하는 데도 거침이 없었다.
“교회에서 동주(김윤석)를 죽여 달라고 기도하는 장면은 약간 현실성이 떨어지고 만화적이라 구현하기 어려웠다”며 “결과도 썩 만족스럽지 않고 무난한 정도”라고 했다. 그는 또 “혼잣말 대사도 많은데 너무 어렵고 어색하다”며 “물론 연기를 끝내고 나니 이젠 전지적인 시점이 돼 더 많은 게 보이는 것 같다”며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스무 살 무렵 단편 영화를 찍고 ‘난 아티스트야’, ‘난 아웃사이더야’라며 미쳤던 적도 있었어요. 지금은 균형 감각을 알 것 같아요. 대단한 예술가도 아닌데 약간 오그라드는 연기도 무난하게 넘기는 여유를 찾아가고 있어요.”
연기자로서 자신의 탄탄한 세계를 쌓아가는 그에게 ‘멘토’가 있는지 궁금해 물었다. 유아인 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가르쳐 주는 사람의 말보다 닮고 싶은 사람을 따라하고 싶은 게 사람이잖아요. 김윤석 선배는 ‘따라하지 말아야지’ 느끼게 해주는 사람도 멘토라고 하는데 세상에는 멘토가 많아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