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두산은 통이 작은 구단으로 꼽혔다. 그러나 불펜투수 정재훈에게 파격적으로 4년간 총액 28억원을 안겼다. 9년간 팀에 헌신한 정재훈에 대한 예우, 옵션 비중을 높인 합리적 계약으로 두 마리 토끼를 추구했다. 스포츠동아DB
■ 통 큰 지갑 연 두산…FA시장 들썩
옵션 6억 제외 보장금액 22억 초대형 계약
계투로는 이례적…성실함 등 미래에 투자
프런트 공격적 행보…FA시장서 기선제압
정재훈(31)이 친정팀 잔류를 선택했다. 올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한 그는 15일 두산과 4년간 총 28억 원에 사인했다. 계약금 8억 원에 연봉 3억5000만 원, 옵션 1억5000만 원이다. 계투로는 이례적인 초대형 계약에 전체 FA시장이 들썩였다. 무엇보다 내부FA에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두산이 통 큰 지갑을 열었다는 사실이 화제다.
● 과거의 가치 아닌 미래의 가치를 높이 평가
정재훈은 지난 9년간 386경기에 나가 29승32패, 121세이브, 39홀드, 방어율 2.82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2005년 마무리 보직을 맡아 구원왕(30세이브)에 올랐고 다음해에도 38세이브(방어율 1.33)로 뒷문을 단단히 지켰다. 2007년과 2010년에는 홀드 1위를 기록하며 팀 주축투수로 활약했다.
이뿐만 아니다. 김진욱 감독은 “야구를 대하는 마음가짐이라든지 태도가 바람직해 후배들의 귀감이 된다. 미래의 지도자감”이라며 그의 가치를 높이 샀다. 정재훈과 협상파트너로 나선 김승호 운영1팀 팀장 역시 “(정)재훈이가 그동안 선발과 계투를 오가며 팀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일단 성적이 금액 산정의 기준이 됐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의 의미가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계약총액에서 옵션만 6억 원이다. 즉, 보장금액이 20억 원 안팎이라는 얘기. 결코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순 없지만 여러 측면을 고려해보면 합리적인 수준이다. 특히 선수의 자존심을 살려주면서 동기부여를 했고, 구단도 이미지 쇄신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렸다.
● 김승영 사장-김태룡 단장체제 이후 변화
두산은 ‘투자에 인색한 구단’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비단 용병뿐 아니라 FA영입에도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승영 사장은 올해 취임 당시 “(투자와 관련해)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라고 공표했다. 그 첫 걸음이 니퍼트와의 재계약을 위해 사장단이 직접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베팅하겠다는 의미도 된다. 두 번째 걸음은 FA정국에서의 발 빠른 움직임이었다. 향후 결과를 떠나, 행보만 두고 봤을 때 전시효과가 탁월했다.
타 팀 고위관계자는 “두산이 전체 FA시장에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같은 서울팀으로서도 LG가 FA문제로 삐거덕거리는 상황에서 잡음 없이 계약에 성공하며 우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두산의 한 관계자도 “정재훈의 잔류의지가 강했고 구단도 제시금액차가 크지 않으면 계약할 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끌기보다는 최대한 빨리 진행하려고 했다. 타 팀 움직임이 더딘 상황에서 가장 먼저 소식을 알리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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