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이승기 “가수 이승기 보다 더 유명해지겠다”

입력 2011-12-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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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1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 에서 신인선수상을 수상한 광주FC 이승기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6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1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 에서 신인선수상을 수상한 광주FC 이승기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K리그 신인상 광주 이승기

올 초 발목 부상 불구 8골 2도움 활약
포항 고무열 제쳐…당찬 수상소감 눈길
3년 연속 시·도민구단서 ‘샛별’ 배출


광주FC 미드필더 이승기(23)가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썼다.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왕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6 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2011 K리그 시상식이 열렸다. 유력한 신인왕 후보는 포항 고무열(21)이었다. 고무열은 올 시즌 28경기에서 10골3도움을 올렸다. 이승기는 27경기 8골2도움. 고무열은 팀이 시즌 3위에 올랐다는 프리미엄까지 있었다. 반면 이승기의 팀은 신생 구단 광주였다. 모든 면에서 고무열이 유리해보였다. 이승기도 마음을 비웠다. 시상식장에 왔지만 “주변에서 고무열이 유력하다고 말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무열이가 상을 받으면 축하해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주인공은 이승기였다. 기자단 투표 115표 중 57표를 받아 고무열을 9표 차로 제쳤다. K리그 신인왕 시상은 1985년부터 시작됐는데 2009년 김영후(강원), 2010년 윤빛가람(경남)에 이어 3년 연속 시·도민구단에서 배출되는 쉽지 않은 진기록이 나왔다. 이승기는 상금 500만원을 받았다.


○7월부터 바람몰이

이승기는 올 시즌 개막을 불과 1주일 앞두고 발목 부상을 당했다. 4월6일 부산 전에서야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이승기는 학창시절부터 늘 발목 부상에 시달렸다. 이번에는 축구선수를 더 이상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초초함을 컨트롤 해 준 건 광주 최만희 감독이었다. 이승기는 “감독님께서 기회가 올 것이라며 치료에만 전념하도록 도와주셨다. 그 덕분에 다친 것에 비해 빠르게 복귀하고 경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사실 최 감독은 이승기의 신인왕 수상에 숨은 공로자기도 하다. 틈만 나면 “시민구단에서도 이승기와 같은 선수가 신인상을 받아야 한국축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며”며 제자 홍보에 나섰다.

물론 이승기 실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승기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7월9일 강원 전에서 처음 멀티 골(2득점)을 기록했고 1주일 뒤 전북 전에서 또 그물을 갈랐다. 그리고 행운의 9월이 찾아왔다. 9월 17일과 25일, K리그에서 다시 2경기 연속 골을 작렬했다. 그리고 얼마 뒤 처음으로 A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이승기는 11월1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월드컵 3차 예선 원정에서 후반 중반 교체 투입되며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훌륭한 플레이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찬 작은 거인

이승기는 축구선수치고는 왜소한 체격이다(177cm 67kg). 그러나 힘이 장사다. 몸싸움에서는 어지간하면 지지 않는다. 수상 소감도 당찼다. 그는 “늘 제 이름은 가수 이승기에 가려진다. 앞으로 더 발전해서 축구선수 이승기가 먼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내년에도 신인과 같은 마음으로 광주 팬들과 모든 선수들이 하나가 돼 좋은 경기 보여 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기자회견 때 이승기 옆에는 MVP 이동국(전북)이 앉아있었다. 이승기에게 “앞으로 MVP를 받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느냐”고 묻자 잠시 생각하더니 “7년이다”고 답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제 등번호가 7번이라 그렇다”며 “사실 그 기간을 더 줄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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