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자의 인증샷] 뮤지컬계 아이돌 박지연 “공연계의 퀸이 되겠어요”

입력 2011-12-20 14: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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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신시컴퍼니

뮤지컬 팬이라면 절대 피해갈 수 없는 문 같은 것이 있다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맘마미아’쯤이 그렇지 않을까.

제작사(신시컴퍼니입니다) 측에 따르면, ‘맘마미아’는 12월 10일 토요일 저녁 공연까지 ‘최단기간 1000회 공연 돌파’를 발표했다.

2004년 1월 17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1000회를 공연하며 누적 매출액 790억원, 130만 관객 동원, 전국 24개 도시 공연을 기록했다. 대단하다.

성기윤이란 배우는 초연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연했다고 하니, 이것 또한 대단한 일이다. 배우들과 스태프들 사이에서 성기윤씨는 ‘시조새’라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한다.

사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시조새’는 또 한 명있다. 신부 외 다수 배역에서 얼굴을 비치는 곽동욱 배우 역시 ‘시조새’다. 본인 말로는 “군대 다녀온 시기만 빼면 전부 출연했다”라고 한다.

오늘 ‘양기자의 인증샷’을 위한 손님은 ‘맘마미아’에서 가장 어리고 예쁘고 사랑받는 ‘소피’ 박지연.

박지연 배우와는 제법 인연이 있다고 여기고 있지만,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트위터에서 만난 사이이기 때문이다.

벌써 1년 6개월이나 된 일. 우연히 ‘맘마미아’, ‘소피’, ‘배우’라는 단어를 프로필에서 발견하고는 팔로를 해 두었다.
먼저 말을 건넨 것 역시 기자 쪽이었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박지연은 트위터에 혼잣말처럼 “홍대 근처를 걷다 돈을 주웠다”라는 멘션을 올렸고, 기자는 “얼마냐”고 물었던 것 같다.

“만원 …” (말줄임표의 미묘한 느낌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 돈으로 뭐 할 건데요?”
“먹을 거 …”

이날 이후 우리 둘은 종종 멘션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그녀는 ‘소피’가 되어 지방공연을 다니고 있었고, 기자는 “서울로 진출하면 꼭 인터뷰 한 번 하자”고 했다.

“우리의 인터뷰는 운명”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 말이 씨가 되어, 오늘 이 자리가 만들어졌다.

박지연은 올해 스물 넷. 현재 서울예술대학 연기과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배우’다.
2010년 1월에 ‘맘마미아’ 오디션에 합격했고, 5월부터 공연에 투입됐다. 경기도 이천에서의 무대가 데뷔전이었다.

‘맘마미아’가 첫 작품으로 지금까지 ‘맘마미아’ 한 우물만 팠다. 1000회를 달성한 성기윤같은 배우에 비할 수는 없지만, 박지연도 150회 이상 ‘소피’로 무대에 섰다.

“1000회 공연 끝나고 파티 분위기가 대단했겠다”고 하니 “다음 날 2회 공연(하루에 두 번 공연한다는 뜻이다)이 있어서 파티는 다음으로 미뤘어요. 사진 찍고, 각자 자축하면서 헤어졌죠.”

‘아, 재미없어’하는 기자의 표정이 읽혔나 보다. 박지연은 “(이)현우 오빠(가수 이현우가 ‘해리’로 출연 중이다)가 회를 샀다는데, 전 못 갔어요. 다음 날 공연이 있으면 술을 자제하는 편이라.”


○ ‘소피’ 캐스팅은 ‘머리빨(?)’

박지연은 앞서 말한 대로 1년 6개월 동안 ‘소피’로만 살았다. 다른 작품은 오디션조차 보지 않았다고 했다.
지방공연에서 ‘소피’를 하다 실력을 인정받아 서울로 올라온 것이 올 여름. 박지연은 “지방과 서울은 동선, 무대가 다 다르다”고 했다.

“함께 하는 배우도 달라졌고요. 서울에 와서 하니까 마치 새로운 공연을 시작한 느낌이에요. 개인적으로 서울공연까지는 꼭 해보고 싶었어요.”

‘맘마미아’만 했지만(그래서 그녀의 이력은 한 줄이다) 아직도 공연을 하다가 종종 ‘어? 이런 느낌이 있었네?’하며 스스로 놀라곤 한다. 이런 이유로 마지막까지 계속 새로운 ‘소피’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가지만 계속하면 지겹지 않아요?”
“제가 약간 둔해요. 우하하! 환경에 적응을 잘 하는 편이죠.”

젊은 세대답게 좌우명이 ‘재밌게 살자’라더니 불쑥 자신 앞에 놓인 커피 잔을 들어 보인다.
“이런 라떼 하나를 마시더라도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하는 면이 있어요. 가만히 앉아서도 5시간이고, 6시간이고 있을 수 있는 걸요.”

그러고 보니 또 옛 생각이 난다. 트위터로 그녀와 ‘소피’의 ‘상’에 대해 토론을 벌였던 것이다.
지금까지 ‘소피’ 역을 맡은 배우들을 보면 대부분 ▲키가 작고 ▲귀여우면서 ▲목소리는 어린 티가 물씬 났다.

기자는 당시 박지연에게 ‘소피는 이래야 한다’라고 했다가 ‘왜 소피를 틀에 가두려 하나’하고 되레 혼이 났다.

어쨌든 ‘박피’(박지연 소피의 준말. 팬들이 붙여 준 별명이다)는 ▲소피치고는 키가 크고(163cm) ▲예쁘긴 하지만 귀엽다고 하기는 어려운 데다 ▲목소리조차 성숙한 편이다.

“도대체 오디션을 어떻게 통과한 것인가”라고 했더니, “영화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긴 머리를 쓸어내리더니 “오디션 볼 때도 이 머리였다. 어쩌면 ‘머리빨’일지도 …”하면서 웃었다. 물론 농담이다.

“사실 그 전에 ‘맘마미아’ 뮤지컬을 본 적이 없었어요. 오디션도 어쩔 수 없이 영화만 보고 준비를 해야 했죠.”

후일담이지만, 당시 오디션장에 나타난 박지연을 보고 연출가 폴 개링턴 등 외국인 스태프들이 ‘드디어 소피가 나타났다!’며 일찌감치 낙점했다고 한다. 영화 ‘맘마미아’의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느낌을 박지연에게서 생생하게 받았던 것이다.

“안무 오디션을 앞두고 춤을 너무 못 춰서 걱정하고 있는데, 폴이 와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를 해주었어요.”
박지연의 말을 들으니 피식 웃음이 난다. 연출가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박지연을 ‘소피’로 일찌감치 낙점해 두었는데, “전 춤이 안 돼서 포기할래요”하고 집에라도 가 버리면 그로서도 상당히 곤란한 일이었을 것이다.


○ 나는 록커다!


‘맘마미아’의 ‘시조새’ 중 한 명인 곽동욱은 평소 박지연에게 “너에게는 아이돌의 피가 흐른다”라고 했다. 이 말은 기자도 들은 적이 있다.

“전 원래 음악을 하고 싶어 한 애였어요. 대학도 실용음악과를 가려다 연기과를 가게 된 거죠. 뮤지컬을 알게 되면서, 범위가 큰 뮤지컬로 시작을 한 거예요.”

그래서 음악에 대한 욕심이 크다. 분장실에서 배우들 사이에 통기타 치며 노래하는 유행을 시킨 그녀는 요즘 기타와 화성학을 배우고 있다. 콘서트, 길거리 공연도 해보고 싶다. 새로운 것이라면 뭐든지 해보고 싶다. 재미있는 것이면 더욱 좋고.

“연기에도 갈증이 많죠. 영화든 방송이든 욕심은 있지만, 지금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할래요. (맘미미아) 끝나고 다른 기회가 생긴다면 뭐든지 해보고 싶어요.

‘맘마미아’는 내년 4월 지방공연까지 마치고 일정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그 이후 행보는, 그 이후 생각하기로 했다.

남녀공학이었던 고등학교 시절. 박지연은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그랬듯, 스쿨밴드에서 보컬을 했다. 지금의 ‘소피’와는 잘 매치가 되지 않지만, 록 밴드였다. 그녀는 록커였던 것이다!

“언니가 노래를 좋아했어요. 꿈이 가수였죠. 지금은 … 영어강사에요. 하하! 저는 언니 따라하면서 마냥 좋아했던 정도였는데, 결국 제가 노래를 직업으로 하게 됐죠.”

탤런트로 요즘 연극 ‘연애시대’를 하고 있는 박시은(박지연과 이름도 비슷하다)이 인터뷰에서 “뮤지컬을 한다면 ‘소피’를 꼭 해보고 싶다”라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소피’ 박지연의 ‘워너비’가 궁금하다. 그렇다고 “해보고 싶은 역은?”같은 질문은 식상하다. 질문을 살짝 비틀기로 한다.

“주변에서 ‘이 역은 딱 네가 해야 돼’하는 배역이 있다면요?”

박지연이 살짝 고개를 기울이더니, 입을 열었다.
“노래 스타일이나 그런 걸로 봐서 ‘스프링어웨이크닝’, ‘렌트’같은 록 또는 어두운 작품들을 권해 주시더라고요. 사실 ‘소피’는 저한테 너무 어려워요. 노래 중 개인적으로 불편한 음이 있기도 하고. ‘소피’ 노래가 처음엔 쉬운 거 같았는데, 되게 어려워요. 전 지르거나 록적인 걸 좋아해요.”

박지연은 끝으로 “보여지는 게 밝고 귀여움이 많은 편이지만, 사실은 안에 있는 걸 꺼내는 걸 해 보고 싶어요. 연극도 하고 싶지만 아직 내공이 부족해서 …. (내 안의) 악마를 꺼낼 수 있는 작품이 어디 없을까요?”

박지연의 트위터 프로필을 보면 ‘장르불문 공연계의 퀸이 되겠어요’라는 문구가 있다. 실은 1년 6개월 전, 기자의 시선을 끌고 결국 먼저 멘션을 던지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유쾌한 인터뷰, 재미있는 인터뷰, 유익한 인터뷰는 많지만 이날의 인터뷰는 꽤 각별했다. 뭐라고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상큼하다고 해야 할지.

그녀가 언젠가 꼭 장르불문 공연계의 퀸이 되어주기를 희망한다.
그때쯤 기자도 트위터의 프로필에 한 줄을 추가할 계획이다.

‘장르불문 미래의 퀸과 인터뷰를 한 선견지명 기자의 트위터’라고.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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