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선수들에게 보장된 거의 유일한 휴식기간. ‘명목상’ 1월까지 비활동기간이지만 새해 초부터 각 구단이 동계훈련과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는 사실을 고려하면 선수들이 온전하게 쉴 수 있는 기간은 12월뿐이다. 하지만 요즘 사직구장에선 자발적으로 나와 훈련하는 선수들이 제법 많다.

올 시즌 롯데 주장을 맡았던 홍성흔은 21일 “작년 이맘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몸이 안 만들어져 있으면 전지훈련에 데려가지 않겠다’고 감독님께서 엄포를 놓으셔서인지, 야구장에 나오는 선수도 많고, 다들 열정적으로 훈련한다”며 “자칫하면 누구든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2008년 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통해 롯데로 이적해 올해까지 세 시즌을 보낸 그는 “처음과 지금 모습을 비교하면 완전히 딴 팀이 됐다는 느낌이 든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프로의식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며 “주변에서 4번타자(이대호)와 에이스(장원준)가 빠져 나갔다고 내년 팀 성적을 걱정하지만 오히려 이 위기가 팀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내년 시즌을 마치면 나도 다시 FA가 되는데, 나만 게으른 게 아닌가 걱정이 들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롯데는 올 마무리캠프 때도 지난해보다 강도나 집중도 면에서 몇 배의 훈련을 소화했다. 요즘 사직에선 홍성흔, 조성환 등 베테랑들이 앞장서서 땀을 흘리고 있고, 마운드를 이끌 두 기둥 송승준과 김사율은 일찌감치 괌에서 자비로 자율훈련을 하고 있다. 구단 직원도 “요즘 모습만 봐서는 내년에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 같다”고 기대할 정도다. 지난해와 또 다른 ‘12월 사직’의 모습은 내년 시즌 롯데의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린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