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스타] 서희경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는 독종 되겠다”

입력 2011-12-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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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강자 자리를 박차고 지난 해 LPGA투어에 도전했던 서희경이 데뷔 첫 해 신인왕에 오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서희경의 2012년 목표는 3승. 2년안에는 반드시 LPGA투어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2011년 LPGA 데뷔
신인왕을 차지한 그녀.

하지만, US오픈 준우승
두고두고 큰 아쉬움.

그녀는 뒤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이제 그녀는 알았다.
누구보다 독해지고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골프는 그녀의 길, 그녀의 삶
더이상의 좌절은 없다.

2012년,
그녀의 용꿈이 익는다.

2012년 그녀의 잔치가 시작됐다


“독해지고 싶다. 강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임진년(壬辰年) 새해 서희경(26·하이트)이 내 뱉은 첫 마디다. 2011년은 그에게 아쉬움이 컸다. US여자오픈 연장 끝에 준우승, 우승 없이 보낸 한 시즌. 돌아보니 아쉬움이 많았다. 미 LPGA 투어 한국인 8번째 신인상으로 위안을 삼기엔 만족스럽지 못하다. 아픔을 딛고 일어선 서희경의 눈빛에 ‘독기’가 서려있다. 2012년 첫 발을 내딛는 서희경을 만났다.

■ 눈물

2011년 US오픈 준우승 후 그녀의 두눈엔 아쉬움의 눈물만…

‘만족 못해’라는 한 마디로 2011년을 정리했다. 2011년 미 LPGA 투어 신인왕에 올랐다. 생애 처음 받아본 신인상이다. 하지만 그 정도에 만족할 서희경이 아니었다. 작년 7월 US여자오픈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여유 있게 천천히 경기할 것 같다. 그땐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서희경의 연장 상대는 유소연(23·한화). 국내에서 1인자를 두고 경쟁했던 후배다. US여자오픈 우승트로피를 두고 둘이 연장을 갈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일요일 먼저 경기를 끝낸 서희경은 1타 차 선두였다. 유소연은 월요일 오전 전날 끝내지 못한 남은 3홀을 경기했다. 유소연이 1타를 줄이면서 공동선두로 경기를 끝냈다. 그리고 연장에 들어갔다. 3홀에서 펼쳐진 연장 승부에서 서희경은 유소연에게 졌다. “전날부터 긴장을 많이 했다. 느낌에 소연이가 올라올 것 같았다.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자꾸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조급했던 것 같다.”

찜찜했던 예상은 그대로 맞았다. 유소연이 연장 상대로 올라오는 순간 두려웠다. “소연이의 경기 장면을 보니 정말 샷이 좋았다. 그걸 보면서 기가 죽었던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연장전을 시작했으니 이기지 못한 게 당연하다.” 경기 뒤 눈물을 쏟았다. 그녀도 알 고 있다.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는 기회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소연이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뒤돌아서니 눈물이 났다. 눈물을 참으려고 했지만 눈물이 났다. 아빠가 다가와 안아주시는 바람에 더 많은 눈물을 쏟고 말았다.”



■ 다짐

하지만, 아직 못다한 골프 꿈…“2년안에 LPGA 지존 되겠다”

우승컵을 후배에게 빼앗겼지만 다행히 딛고 일어섰다. “능력이 되는 한 골프선수를 계속 할 것이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너무 많다.”

골프는 인생의 전부다. 골프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2011년 적응기였다면 2012년은 우승의 해, 그리고 2년 안에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다.”

당찬 새해 포부다. 서희경이기에 가능한 목표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는 솔직히 주눅 들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긴장했고 겁이 났다. 낯선 환경에 대한 부담도 컸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혼자 많이 걱정했다. 선배 언니들이 잘 챙겨주고 동료들도 많아 분위기는 금방 적응했지만 결국 필드에선 모두가 경쟁자다. 그런 점에서 혼자서 많이 힘들어했다.”

실수를 통해 하나씩 배워간다는 건 성장을 의미한다. 2011년은 넘어지고 깨지면서 단단해진 한 해가 됐다. 국내 지존이라는 자리를 박차고 간 미국에서 제대로 한 수 배웠다.

“정말 많이 배웠다. 역시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시야가 넓어지면서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골프가 더 재밌어 졌다. 실수하면서 하나씩 배워가는 것도 골프의 매력이다.”

국내 투어가 활성화되고 일본 투어에서 한국의 여자골퍼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굳이 미국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서희경의 생각은 다르다. “무조건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다.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 도전

이젠 환희의 눈물만…“시즌 3승을 향해, 난 다시 태어난다!”

2012년 희망사항은 ‘최고의 해’다. 3승도 목표로 잡았다. “그러기 위해선 독해져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정말 독해지고 싶다. 또 강해지고 싶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그런 사람처럼 독해질 것이다.” 나약해진 마음보다 더 큰 적은 없다. “혼자 지내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여려진 게 사실이다. 우승했던 순간과 비교하면 정신력이 해이해지고 마음이 많이 약해졌다는 걸 느낀다. 그런데도 내 자신에게 채찍질하지 못했다. 그만큼 나약해진 것이다.” 시즌을 앞두고 체력훈련을 해온 그녀는 혼자 싸우면서 강해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운동을 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고 주문을 외우면서 혼자 강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서희경이 무섭다. 새해 첫 다짐처럼 2012년 연말 활짝 웃는 그녀의 미소가 보고 싶다.



▲ 서희경은?

● 1986년 7월 8일생
● 2005년 KLPGA 프로 데뷔
● 2008년 하이원컵채리티, KB국민은행 3차대회, 빈하이오픈 등 6승
● 2009년 롯데마트여자오픈, 한국여자오픈, 하이트컵챔피언십 등 5승(KLPGA 통산 11승)
● 2009년 KLPGA 상금여왕, 다승, 최저타수, 대상 등 4관왕
● 2009년 동아스포츠대상 여자골프 올해의 선수
● 2010년 미 LPGA 투어 기아클래식 우승
● 2011년 미 LPGA US여자오픈 준우승, 신인상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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