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배터리코치의 ‘포수왕국’ 지도법
우등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은 접근방법도 달라야 한다. ‘포수왕국’ SK의 김태형(45) 배터리코치 역시 그렇다.
박경완(40), 정상호(30)에 조인성(37)까지 가세하면서 SK는 가히 최강의 안방을 구축하게 됐다. ‘3인방’ 모두 완성형에 가까운 선수들이다. 김 코치는 “부상이 잦은 정상호는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다. 조인성은 다른 팀에서 왔기 때문에 투수와의 신뢰관계를 쌓는 게 우선이다”고 전제한 뒤 “사실 우리 팀 포수들은 심리적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일정 수준에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포수가 수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포지션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김 코치는 도리어 “방망이를 신경 쓰라”고 말한다. 수비를 간과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심리적 효과를 염두에 둔 말이다. “한 경기에서 180개의 공을 받으려면, 그냥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보는 것과는 생각의 차원이 다르다. 포구 하나 블로킹 하나에도 예민할 수밖에 없다. ‘포수는 2할5푼만 치면 된다’는 말은, 뒤집어보면 ‘수비는 완벽에 가까워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말은 포수에게 도리어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다. 포수도 공수의 균형감각을 갖고 있는 편이 수비실수에 대한 긴장감을 줄인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포수들은 방망이가 잘 맞는 날 리드도 좋다. 김 코치의 말에는 SK 포수들의 타격실력을, 수비에서도 긍정적 심리효과로 활용하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
단순히 훈련시간을 늘리기보다는 성과 위주로 훈련의 집중도를 높이는 방식도 ‘포수왕국’의 맞춤식 지도법이다. 김 코치는 “짧게 운동을 하더라도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면 휴식을 보장하는 편이 선수들 사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