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 “독사처럼!”

입력 2012-01-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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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기태 감독이 5일 잠실구장 구내식당에서 열린 선수단·프런트 합동 신년하례식에서 “잔인해지자”며 필승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사진 제공|LG 트윈스

독기 품은 김기태감독, 비장한 새해 출사표

“그라운드에서 만큼은 잔인해져야
올시즌 목표? PO 커트라인 60패”

얼핏 들으면 섬뜩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간절하고,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LG 김기태 감독이 5일 잠실구장 실내 식당에서 열린 선수단·프런트 합동 신년하례회에서 “그라운드에서만큼은 잔인해지자”고 했다. ‘사복을 입을 땐 착하고 남에게 베풀더라도’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전쟁터와 같은 그라운드에서만큼은 독하게 그리고 강하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였다. ‘잔인’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강조할 정도로 그의 어조는 강렬했다.

김 감독은 “오늘부로 더 이상 내 스스로에게나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더 이상 죄송하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 게 우리의 냉혹한 현실이다. 지금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다짐을 하루라도 빠지지 않고 서로 실천하자”고 당부했다.

LG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장인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새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그러면서 이번 시즌 목표를 “60패”라고 설정했다. 우승이나, 4강이 아닌 ‘60패’를 제시한 것은 LG 1·2군 총 선수단 수(73명-시즌 133경기에서 60을 뺀 수치)와 같은 승수(또는 무)를 챙겨 개인별로 1승씩 선물을 안고 가자는 뜻. ‘60패’면 지난 시즌 기준으로 페넌트레이스 3위와 4위 중간 정도가 된다. 여기에 ‘60패’란 상징적 목표에는 ‘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뜻도 담겨 있다.

“앞으로 우리 앞에는 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두려움이 앞서 움츠러든다면,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두려워한다면 도전할 수 없고, 이는 가장 비겁한 것”이라는 말을 한 것도 그래서다.

그는 “난 이기라고 강요하지 않겠다. 앞으로 훈련 등에서 내가 무엇인가를 지시하거나 시키는 것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하려는 사람에게는 힘을 주고, 조금이라도 팀에 해가 되는 선수는 함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자율 속 책임’을 또 한번 강조했다.

행사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지난해까지 패배를 두려워했다. 한 타석에서 못 치면 조급해하고 불안해했다. 그런 마음을 떨쳐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라운드에서만큼은 잔인해지자’라는 짧고 강렬한 말에 새 시즌을 맞는 김 감독의 각오와 함께 그가 선수단에 요구하는 것이 함축적으로 담겨있는 셈이다.

잠실|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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