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화의 2012시무식이 열린 대전구장은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는 취재열기로 뜨거웠다. 정민철 투수코치가 박찬호(오른쪽)의 롱토스를 지켜보고 있다. 대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박찬호의 한국야구 적응법
한국은 소속감 중요시하는 것 알아
선후배가 편한 소통 분위기 이끌 것
“제가 롯데 홍성흔처럼 ‘오버’하지는 못하겠죠. 하지만 팀 분위기를 밝게 이끌기 위해 애쓸 생각입니다.”
박찬호(39·한화)는 잘 웃었다. 그리고 적재적소에 유머를 끼워 넣었다. 메이저리그 출신 대스타처럼 무게를 잡는 대신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했다. 에이스 류현진과 4번타자 김태균을 앞세워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겠다고 선언했다. 한국 프로야구 특유의 ‘팀 중심 문화’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다. 박찬호는 6일 대전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은 철저하게 개인의 성적에 집중하는 반면 한국은 한 팀으로서의 소속감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빨리 한국 야구의 시스템에 적응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 박찬호 “한국 문화 적응? 문제없어!”
계약 전에는 ‘박찬호’라는 특급 브랜드였지만, 계약 후에는 ‘한화 선수단의 일원’이다. 스스로도 “여러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사실 시무식부터가 낯설다. 지난해 일본 오릭스에 입단하기 전까지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다.
단체 식사도 마찬가지다. 박찬호는 “누군가와 친분을 쌓는 데는 함께 식사하는 게 최고다. 한국은 선수들이 늘 다같이 밥을 먹기 때문에 더 끈끈해지는 것 같다”면서 “나도 식사하면서 선수들과 정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훈련 시스템도 달라지게 됐다. 메이저리그는 각자 개인훈련을 하다 2월 15일을 전후로 스프링캠프를 소집한다. 반면 한국은 1월 중순부터 일찌감치 합동 전지훈련을 떠난다. 노장인 박찬호에게는 그간의 패턴을 바꾸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국내 구단들의 스프링캠프나 국가대표팀 훈련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해봤다. 어려움보다는 오히려 체력 훈련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낙관했다. 적극적으로 팀에 녹아들겠다는 의지다.
● 후배들에게는?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선배 되고파”
이미 노력도 시작했다. 박찬호는 3일 열린 선수단 단합대회 때 디저트로 ‘렛츠 고(Let's Go) 이글스’라는 글씨가 장식된 케이크를 돌렸다. 대전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동생에게 부탁해 직접 선물한 것이다. 또 선수들에게 ‘선배님’이라는 호칭 대신 ‘찹(Chop)’이라는 별명을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필라델피아 시절에 지미 롤린스가 나를 ‘찹’이라고 불렀는데 그게 참 재미있었다. 선수들에게도 편하게 불러달라고 했는데, 아직은 어색한지 잘 못하더라”며 웃었다.
박찬호는 올해 팀의 최고참으로서 야구를 ‘즐기는’ 팀 분위기를 강조할 생각이다. 그는 “미국에 가서 ‘야구를 즐기자’는 말을 처음 듣고 생소했던 기억이 난다. 후배들도 야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 선후배가 서로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로 이끌어 나가고 싶다”고 했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