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민 “‘머니볼’에 어울리는 슬러거 될 것”

입력 2012-0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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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의 ‘ML 30홈런’을 노리는 김성민. 동아닷컴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메이저리그는 모든 야구선수의 꿈이다. 하지만 모든 선수에게 메이저리그의 문이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야구를 잘하는 슈퍼 엘리트들만이 밟을 수 있는 곳이 메이저리그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선수는 단 1명. 추신수(클리블랜드)가 유일하다. 한때 박찬호-김병현-서재응-최희섭-김선우 등 많은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함께 뛴 ‘코리언 빅리거 전성시대’가 열리기도 했으나 요즘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국선수를 보기 쉽지 않다.

특히 포수 포지션은 아직 개척자가 없을 만큼 취약한 포지션이다. 가장 까다로운 포지션 중 하나인데다 수비능력, 리더십, 신체조건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므로 한국인이 메이저리그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시아 전체를 놓고 봐도 포수로 메이저리리그에 오른 선수는 죠지마 켄지(소프트뱅크) 뿐이다.

여기에 도전장을 던진 선수가 있다. 지난해 오클랜드 에이스와 입단 계약을 맺고 미국 무대에 뛰어든 야탑고 3학년 김성민(19·야탑고)이 그 주인공이다.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김성민은 최초의 한국인 메이저리그 포수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남아 최고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김성민은 한국 고교야구를 대표하는 포수다. 2010년 봉황기 고교야구대회에서는 초고교급 투수라 불리던 광주일고의 유창식(현 한화)에게 홈런을 기록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3학년 때 열린 황금사자기대회에서는 NC에 지명을 받은 부산고 투수 이민호를 상대로 홈런포를 쏘아 올리기도 했다. 최근 고교야구가 극심한 ‘홈런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고교야구 최고의 투수들에게 홈런을 때려낸 김성민의 파워는 최고수준이라 할만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오클랜드는 이미 지난해 2월 김성민과 51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3학년이 되기 전 김성민과 계약을 마무리 지은 것.

김성민은 진로에 대한 걱정 없이 3학년을 보냈고, 지난 가을에는 미국으로 건너 가 애리조나 교육리그에 참가해 기량을 테스트 받았다.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에 관한 소식을 주로 다루는 미국의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준수한 파워와 뛰어난 송구 능력을 갖고 있다며 향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주전 마스크를 쓸만한 선수라고 평하기도 했다.

공식적인 미국 첫 무대였던 애리조나 교육리그를 마치고 온 김성민을 그의 모교인 야탑고에서 만났다.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한국인 최초의 ‘ML 30홈런’을 노리는 김성민. 동아닷컴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다음은 김성민과의 일문일답>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 애리조나 교육리그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학교에서 선수들과 합숙훈련을 하고 있다. 기술적인 훈련보다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다.


-몸 상태는?
: 몸 하나는 정말 튼튼하다. 지금도 아픈 곳이 없다. 송구, 블로킹 등을 하기 위한 어느 곳에도 통증이 없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몸이 더 커진 것 같다. 정확한 신체 조건이 어떻게 되는가.
: 고등학교 대회 때는 187cm에 95~98kg 정도였다.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 몸을 더 만들어 현재는 187cm에 105~110kg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진출의 꿈을 이룬 소감은?

: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 일단 부모님에게 감사하고 야구할 때 주위에서 도와 준 감독님, 코치님, 야탑 고등학교 선후배 동기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애리조나 교육리그를 마치고 왔는데 어떤 느낌을 받았나?

: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체조건이 비슷하더라도 파워가 다르다. 운동능력이 좋기 때문에 우리나라 선수들 보다 습득이 빠른 것 같다. 우리가 10번해서 익힐 것을 2-3번이면 자기 것으로 만들더라. 또 훈련이 매우 체계적이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 같다.


-교육리그에서 친해진 선수가 있나?
: 포수들과 가깝게 지냈다. 부 테일러, 맥스 스타시 등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두 선수 모두 기량이 상당했다. 스캇 보라스의 아들 셰인 보라스도 함께 뛰었는데 실력은 별로였다. 투수들도 좋은 투수가 많았다. 공이 빠르고 볼 끝도 아주 좋았다.


-다른 포지션과 달리 포수는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언어의 장벽이 클 텐데.
: 영어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처음보다는 매우 좋아졌다.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도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열심히 배워 빠른 시간에 선수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


-포수 수비(투수리드, 포구, 송구, 블로킹, 백업) 중 가장 자신 있는 분야는?
: 송구를 가장 잘하는 것 같다. 정확성과 빠르기 모두 자신 있다. 투수리드는 즐기면서 하는 편이다. 내가 투수를 리드해 타자를 꼼짝 못하게 했을 때 쾌감을 느낀다. 포수의 수비 중 투수리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점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야탑고에서 팀의 4번 타자를 맡았다. 자신의 공격력을 평가한다면.
: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 배울 게 많고 아직 어리기 때문에 투수들을 상대하면서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다. 파워는 외국선수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가장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 체력 보강이 우선이다. 몸이 건강한 편인데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과 런닝에 집중할 계획이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블로킹을 연마해야 한다. 공격에서는 힘과 유연성을 길러 배트 스피드를 빠르게 하고 싶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빌리 빈 단장의 영향을 받아 선구안과 출루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공격성향과 비슷한가?

: 최근 오클랜드 팀을 주제로 한 영화 ‘머니볼’을 보고 뭉클해짐을 느꼈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영화였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 본 선수들의 구성이나 팀의 시스템이 영화와 비슷하다. 나도 타격에서 참을성이 많은 편이다. 내가 원하는 공만 때리는 스타일이다. 덕분에 볼넷이 많았다. 그런 면에서는 구단의 방침과 잘 맞을 것 같다. 머니볼에 어울리는 오클랜드의 주전 포수 겸 슬러거가 되고 싶다.

한국인 최초의 ‘ML 30홈런’을 노리는 김성민. 동아닷컴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메이저리그에 올라 상대하고 싶은 투수가 있다면.
: 타석에서 상대하고 싶은 투수와 공을 받아보고 싶은 투수가 같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한 공을 던지는 것 같다. 그런 공을 때려보고 싶고 내 포지션이 포수니 그 공을 받아보고도 싶다. 얼마나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지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


-닮고 싶은 선배 포수는 누구인가.
: SK 와이번스의 박경완 선배다. 공수 양면에서 완벽한 것 같고 언제 어디서나 냉철함을 잃지 않는다. 배울점이 많고 닮고 싶은 선배다.


-닮고 싶은 선배 타자가 있다면?
: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 선배다. 김태균 선배의 타격을 보면 부드러움 속에 강함을 느낄 수 있다. 나와 스타일이 비슷한 우타자에 파워형 타자라서 더 닮고 싶은 선배다.


-프로 선수로 이루고 싶은 꿈은?
: 일단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포수가 되는 것이다. 주전포수가 된다면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30홈런을 때려보고 싶다. 포수로는 투수의 노히트 노런을 이끌어내는 것을 항상 꿈꾸고 있다.


-메이저리그 콜업 시기를 언제쯤으로 잡고 있는가.
: 서두르지 않을 생각이다. 6년으로 잡았다. 추신수 선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교육리그 기간 동안 코치들로부터 빨리 올라가려고 조바심을 가지면 몸에 부상이 올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다. 3년 안에 영어를 마스터 할 계획이다. 영어가 완벽해지면 더 쉽게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6년이라는 세월이 길 수도 있지만 차근차근 올라간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도전할 것이다.


-야구를 하게 된 계기는?
: 초등학교 3학년 때 친구 어머니의 도움으로 하게 됐다. 그때 친구 어머니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아마 다른 운동을 하거나 아예 운동을 안했을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초고교급 투수인 유창식에게 홈런을 때리며 이름을 알렸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나?
: 고교시절 최고의 순간이었다. 봉황기 8강이었는데 그 홈런이 결승 홈런이 되며 4강에 진출했다. 고교 최고의 투수를 상대로 때린 홈런이어서 더 기뻤고 그 홈런 덕에내 이름을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었다.


-여자친구는 있는가.
: 여자친구는 없다. 하지만 해외에 진출한 만큼 빠른 안정을 찾고 싶기 때문에 결혼을 일찍 하고 싶다.


-고교시절 기른 콧수염이 인상적이다. 지금은 안 보이는데.
: 학교 다닐 때 강해 보이려고 콧수염을 길렀다. 계속 기르다 새롭게 출발하려는 마음으로 콧수염을 밀었다. (웃으며) 콧수염을 밀었는데도 여전히 나이가 들어 보인다. 나중에 다시 콧수염을 기르고 싶은 생각도 있다.


-미국 진출을 꿈꾸는 후배 선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힘들게만 생각하지 않고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먼저 진출한 나 같은 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추신수 선배처럼 꼭 좋은 성적을 거둬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싶다.


-김성민에게 야구란?

: 내 살길. 밧줄이라 표현하고 싶다. 끊어진다면 다시 묶어서라도 이어나가야 할 내 삶의 희망이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새해인사를 부탁한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아직 무명이지만 김성민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해주셨으면 한다. 반드시 메이저리그에 올라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동아닷컴 조성운 기자 madduxl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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