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찍고 ML 도전…한국 유턴 없다”

입력 2012-02-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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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 “日 세이브왕 도전”

난 언제든 성적 나쁘면 적겨나는 용병
침체기에 일본 진출해 야구 재미 찾아
내년 계약 끝나면 일단 빅리그행 노크
나이 들고 한국 돌아와 폐끼치기 싫다


‘미스터 제로’ 임창용(36·야쿠르트)이 세이브왕 도전을 선언했다.

임창용은 22일 일본 오키나와현 우라소에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야쿠르트의 연습경기 전 약 50개의 불펜피칭을 소화한 뒤 한국 취재진을 만났다. “올시즌에는 몸이 빨리 올라오지 않는 것 같다”는 걱정을 전했지만 베테랑답게 “개막전이 3월 30일인 만큼 잘 맞춰보겠다”는 여유도 잊지 않았다. 26일 라쿠텐전에 올시즌 처음 등판하는 임창용은 “언제나 시즌 전 목표는 세이브왕이다. 올해나 내년 안에는 꼭 하고 싶다”며 웃었다.


○일본무대 성공비결? 권태기에서 벗어난 덕

2007시즌 직후 임창용이 일본 진출을 선언했을 때, 대다수의 관계자들은 그의 성공 가능성을 의심했다. 삼성 시절이던 2004년 세이브왕(36세이브)을 차지한 이후 그의 성적이 하락세였기 때문이다. 팔꿈치 수술(2005년) 전력과 서른을 넘긴 나이. 연봉도 3000만엔(3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임창용은 “난 싼값에 온 용병이었다. 일본 오면서 단 등번호(12번)는 팀에 몇 개 남은 번호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고른 것”이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일본 첫해인 2008시즌, 그는 보란 듯이 33세이브(1승5패)를 거뒀다. 임창용은 “한국에서는 침체기를 겪으면서, 야구에 많이 싫증이 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본에 와서 다시 출발하니까 야구가 재밌어졌다”고 부활의 이유를 설명했다.


○미스터 제로 별명? 쑥스러울 뿐

어쩔 수 없이 달았던 12번은 이제 후배들이 신주단지 같이 모시는 번호가 됐다. 그는 “12번이 이렇게 입신양명을 하고, 후배들까지 달게 되니 기쁘고 뿌듯하다. 확실히 더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에선 본인의 표현대로 “언제든 성적이 나쁘면 내칠 수 있는 용병”일 뿐. 그래서 성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

일본 언론은 2008시즌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그에게 ‘미스터 제로’라는 별명을 붙였다. ‘미스터 제로’는 야쿠르트의 간판 마무리 투수였던 다카쓰 신고의 별명이었다. 임창용은 “사실 0점대 방어율을 아직 한번도 기록한 적은 없어 쑥스럽다. 투수가 한 점도 주지 않을 수는 없지만 실점을 최소화하며 승리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리턴 가능성? 일단은 메이저리그 도전

세이브왕은 팀 성적도 뒷받침이 돼야 한다. 지난 시즌 센트럴리그 2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야쿠르트는 강팀이 아니다. ‘무관의 제왕’에 머물 수밖에 없었음에도 그는 “만약 한국에 있었다면, (선수생활이) 끝나지 않았을까 싶다. 야쿠르트와는 좋은 인연을 맺었다”고 했다. 2012시즌 이후 임창용과 야쿠르트는 쌍방 합의하에만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그는 “일단은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꿈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한국에서 은퇴하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있다. 하지만 나이도 있는데 최고의 실력을 보여드리기 힘들지 않겠나. 팀에 폐를 끼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었다.

한국 선수들의 일본 진출에 대해선 “백차승과 이대호(이상 오릭스)가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 (절친한 사이인) 오승환(삼성)도 일본에 오고 싶어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와 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키나와(일본)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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