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탐구] 10승 최종병기? ‘박찬호표 싱커’ 강추!

입력 2012-03-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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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프로 3년차인 한화 안승민(뒤). 빼어난 제구력을 갖춘 그는 최근 2년간의 경험을 바탕삼아 올시즌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안승민이 애리조나 전지훈련 때 공주고 선배이자 룸메이트인 박찬호의 등에 업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차세대 에이스 안승민

매년 고교와 대학 졸업선수들이 프로의 문을 두드린다. 각 팀에 1·2번으로 뽑히면 영광스럽겠지만 후순위로 지명되더라도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는 데서 해당선수뿐 아니라 가족까지 기뻐한다. 안승민은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에 3번으로 지명 받았다. 자신을 뽑지 않은 팀에 꼭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당찬 의욕을 보였던 선수다. 어리지만 승부욕이 강한, 그래서 기대가 큰 투수의 영입이라고 할 수 있다. 데뷔 첫해 선발 8경기에서 4승4패, 그런대로 무난한 시즌을 보냈다. 기록을 살펴보면 피안타율은 무려 0.305로 좋지 않았다. 63이닝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9이닝당 볼넷이 2.1개에 불과했던 사실은 평가할 만하다. 어린 선수들은 대개 구속을 올리는 데만 집중하는 편인데 안승민은 제구력에 신경 쓰며 던졌던 것이다. 그러나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하는 선수가 아니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 이런 것들이 안승민의 성장을 앞당기는 요인들이 되지 않을까 싶다.


146km 직구에 제구력 좋아…슬라이더 합격
안정된 투구폼·승부욕도 갖춰 올 10승 도전

작년 22개 피홈런…끊어치는 좌타자에 약점
룸메이트 박찬호 조언…땅볼유도 싱커 열공


지난해에는 139이닝을 던져 7승9패, 방어율 5.89를 기록했다. 피안타 177개, 피홈런 22개에 볼넷은 30개밖에 되지 않는다. 2년차 선수치고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결국 지난해에도 첫해처럼 볼넷을 많이 허용하지는 않으면서 안타나 홈런은 꽤 많이 내줬다는 것이고, 이것이 결국 방어율이 올라간 원인이었다.

확실히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다. 좋은 슬라이더를 구사할 수 있고, 직구의 구속도 상당한 편이다. 142∼146km 정도는 던질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특히 슬라이더는 두 종류로 던질 수 있다. 평소 즐겨 구사하는 슬라이더는 옆으로 휘기보다는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이며 각도가 그다지 크지 않아 타자의 헛스윙을 빈번하게 유도해낸다. 또 한 가지는 손목의 각도를 약간 눕혀 던지는데 이때는 커터처럼 옆으로 휘지만 짧은 회전력으로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러면서 빠른 공을 몸쪽, 바깥쪽으로 과감하게 구사하는 투수다.

다만 스트라이크를 확실히 던지는 능력과 함께 스트라이크존에서 2∼3개 정도 빠지는 볼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아직 어린 투수지만 범타를 많이 유도할 수 있는 유인구의 구사가 좀 더 필요하다. 실점하지 않기 위해선 여러 부분을 잘해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땅볼 유도가 많아야 한다. 땅볼이 많아져야 병살타가 자주 나오고, 상대 공격의 맥도 끊어지게 된다. 땅볼은 투수가 위력 있는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던지는 것보다 2∼3개 정도 빠지는 투구가 될 때 가능하다.

올해는 3번째 경험이다. 매년 조금씩 성장세를 보였으니 이제 두 자리 승수에 도전할 수 있는 여건도 확실히 만들어졌다. 구위도 향상됐고, 경험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며, 이기는 법도 터득했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안승민은 4월 1승1패, 방어율 3.13에 23이닝 동안 피홈런 1개를 기록했다. 5월에는 1승1패, 방어율 6.29에 홈런을 무려 5개나 허용했고, 6월에는 3패, 방어율 11.4에 피홈런 3개를 기록했다. 7월은 2승, 방어율 2.86이었다. 선발투수는 한 달에 2승씩 거두면 10∼13승 정도가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해 5∼6월의 성적으로는 두 자리 승수를 올리기 쉽지 않다. 결국 지난 시즌을 풀타임 선발의 시작으로 본다면 5∼6월의 실패는 경험부족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안정감 있는 투구를 했는데 올해는 확실히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월별 성적처럼 팀별 성적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LG와 두산에 많이 약했지만 우승팀 삼성에는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안승민의 투지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안승민의 도루저지능력은 뛰어나지 않다. 빠른 팀컬러를 갖고 있는 팀과 짧게 끊어치는 좌타자에 약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10승 이상을 위해선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제구력과 땅볼을 만들 수 있는 제구력을 확실히 만들고, 4월부터 10월까지 꾸준하게 성적을 낼 수 있는 체력을 잘 유지해야 한다. 특정팀에 약한 점도 이겨내야 한다. 좌타자를 잡는 방법도 찾아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던질 수 있는 빠른 직구를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가운데 몰리더라도 힘으로 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 위력 있는 공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제구력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빠른 공을 던져야 타자들이 혼란스러워 할 것이다.


○투구폼과 기본

최근 신인급 투수들을 보면 투구폼이 많이 안정돼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 중에서도 안승민은 더 안정적 자세를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잘 갖추어진 투수다. 그렇기 때문에 보기 드물게 볼넷을 잘 허용하지 않는 젊은 투수다. 그러나 지난해 경기를 보면 투구 후 상체와 글러브를 낀 팔이 빨리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피니시 동작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일어선다는 뜻인데 이러면 공의 힘에서 손실이 발생한다. 앞서 말한 대로 몰리는 공이더라도 배트를 이겨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식의 투구폼에선 실투가 많이 나오고, 이 실투가 나쁜 결과로 이어진다. 즉, 오른 어깨가 왼 무릎 쪽으로 가까이 가는 것이 좋은데 그 동작이 만들어지지 못하면 나쁜 습관이 만들어진다. 던진 뒤 빨리 일어서는 동작을 하지 않고, 확실한 피니시 동작을 만들 수만 있다면 구속도 올라가고 볼끝도 더 강해지지 않을까 싶다.

스포츠는 ‘폼생폼사’라고 하는데 예외는 분명히 있지만 폼이 좋아야 오랜 기간 스타로서 성장한다. 그런 점에서 안승민은 매년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그에 필요한 기본이 잘 갖춰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화가 투타에서 2명의 대단한 선수를 영입한 것을 모두들 축하하고 있다. 특히 한국야구는 첫 시즌이지만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한 박찬호의 일거수 일투족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주고 출신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룸메이트가 안승민이다. 본인이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과 노하우를 대선배에게서 배울 것이다. 자식들은 부모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면서 배운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박찬호의 행동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이를 통해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된다. 지금까지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구종인 싱커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코치들도 많은 조언을 했겠지만 동경하던 선배로부터의 가르침은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싱커를 경기 중 사용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좌타자 상대가 수월해지고, 병살타를 많이 유도해낼 수 있는 최고의 무기를 완성하게 되면 훨씬 강한 투수가 될 수 있다.

마운드 위에서 어린 선수답지 않은 여유와 강한 승부욕을 갖춘 투수. 조금씩 성장하는 미래의 에이스. 대선배의 장점을 확실히 제 것으로 만들어 새 구종을 사용하면서 승리하는 재미를 느낀다면 올시즌 한대화 감독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고, 한화 팬들은 5년 만에 가을야구의 참맛을 다시 느끼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정민철 투수코치의 뒤를 잇는 우완 에이스 안승민의 올해 활약을 지켜보면서 한화의 선전 또한 기대한다.


WHO 안승민?

▲생년월일=1991년 6월21일
▲출신교=공주 중동초∼공주중∼공주고
▲키·몸무게=183cm·88kg(우투우타)
▲입단=2010년 한화 2차 3번지명(전체 20번)
▲2011년 성적=29경기 7승 9패 방어율 5.89(139이닝 91자책점)
▲2012년 연봉=6300만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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