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 암살 음모를 그린 영화 ‘가비’에서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김소연. “나를 드러내니 오히려 대중이 더 좋아하는 걸 느꼈다”는 그는 “이제는 영화를 더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영화 ‘가비’서 바리스타 김소연
“뭘 봤는지도 모르게 몽롱했다.”
자신이 주연한 영화 ‘가비’(감독 장윤현·제작 오션필름)의 가편집본을 본 김소연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목소리는 감흥에 들뜬 듯했고, 표정은 더없이 밝았다. “뭔가 봤는데도 희미한 느낌이 컸다”며 영화에 홀린다는 것이 그런 감흥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가비’는 김소연이 1997년 ‘체인지’ 이후 15년 만에 선택한 영화다. 1896년 아관파천 당시 대한제국의 황제 고종을 암살하는 음모와 이를 둘러싼 네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에서 김소연은 커피를 뜻하는 ‘가비’를 내리는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혼돈의 시대에 뛰어든 치명적이면서 미묘한 매력을 뿜어내는 여자다. 그만큼 그동안 감춰뒀던 내면의 연기는 필수다. 김소연은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에서 막 빠져나와 승리감을 만끽하는 듯, “몽롱하고 희미한” 감흥을 쏟아냈다.
● 보헤미안과 미스터리 사이에서
김소연은 극중 비밀을 간직한 듯 미스터리한 이미지로 나온다. 러시아의 거친 보헤미안처럼 보이는 김소연은 조선으로 날아와 그 미스터리한 면모로 극을 이끌어간다.
상대역인 이중스파이 역의 주진모, 그리고 고뇌 가득한 고종 역의 박희순 사이에서 사랑의 미묘한 감성을 드러내는 눈빛은 왠지 처연함까지 담겨 있다.
그동안 김소연은 영화와 인연을 맺지 못해왔다. 주변에서 “폐쇄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라고 ‘농담 아닌 농담’을 건넬 만큼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인가 영화를 포기하기도 했다”는 김소연에게 ‘가비’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촬영지 헌팅을 떠난 장윤현 감독이 지난해 초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에 특별출연한 김소연을 보고 바로 캐스팅을 했기 때문이다.
● 결단과 결심의 카리스마
그때부터였다. 2010년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를 전후해 김소연은 두려움을 떨치고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결심했다. 김소연은 “‘저 사람 별로야’라는 말을 듣기가 겁났다”면서 “하지만 날 드러내니 오히려 대중이 더 좋아하더라”며 돌이킨다. 그 자신의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것이냐”는 다짐도 컸다.
‘내가 있어도 되는 자리인지’ 알 수 없었던 영화 관련 각종 행사장에서도 김소연은 이제 자신의 영화로 또 한 번 당당해질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젠 더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는 순간 관객들의 눈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김소연 역시 관객의 눈 속에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가비’ 속 궁녀가 되어 결단과 결심으로 시대를 겪어내려는 자신의 캐릭터처럼.
● 절절함의 희망
김소연은 ‘가비’를 찍는 동안 세트가 있는 경기도 청평을 떠나지 않았다. 자신의 촬영 분량이 없어도 세트와 숙소를 오갔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한때 겪은 휴지기의 위축감도 버렸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많이도 울었고 외로움도 철저히 겪었다”는 김소연은 오롯이 ‘가비’에만 열정과 시간을 바쳤다.
극중 고종과 이중스파이 사이에서 시대의 혼돈스러움을 몸으로 겪어내는 가운데 처연함의 절절한 분위기를 뿜어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열정 덕분이다. 김소연은 내친 김에 ‘가비’를 또 하나의 디딤돌로 삼아 자신의 그 절절한 희망을 새롭게 피어낼 작정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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