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상상력과 음악적 실험의 결합 “글렌체크는 종교다”

입력 2012-03-14 10: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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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체크. 사진 제공=사운드홀릭

글렌체크. 사진 제공=사운드홀릭


“아, 이곳에 들어오니 영화 슈퍼맨이 떠올라요. 주인공이 다니는 신문사. 이것보다 조금 더 갑갑한 느낌이어야 하는데….”

인터뷰를 위해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사옥에 도착한 글렌체크(보컬·기타 김준원, 신시사이저·일렉트로닉스 강혁준, 드럼 류전열)는 방문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슈퍼맨이라니…. 어디를 가든 그곳에서 느껴지는 느낌에 창의적으로 반응하고, 그 느낌을 음악에 반영한다는 글렌체크. 이들의 싱싱한 상상력을 마주하니, 나 또한 특별한 공간에 온 듯 설렜다.

글렌체크는 지난해 4월 데뷔해 2장의 ep앨범(Extended Play Album)을 발매하며 기존에 한국에서는 들어볼 수 없었던, 그야말로 음악적 신세계를 펼쳐 보였다. 복고와 현대음악, 팝과 일렉트로닉이 어우러졌다는 이론적 설명을 차치하고서라도,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드는 신나는 비트에 날아다니는 듯한 일렉과 신스의 자유로운 연주는 기존의 음악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평단과 음악팬들은 글렌체크의 음악적 행보에 대해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던 차. 지난 2월 28일 발매한 첫 정규앨범 ‘Haute Couture(오트 쿠튀르)’는 이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또, 글렌체크는 일주일간 음원을 무료로 선 공개하며 그들의 음악적 자신감을 엿보게 했다.

다양한 음악 실험으로 탄생시킨 독특한 소리, 감성과 비트가 공존하는 풍성한 선율, 관객들을 흥분시키는 땀내 나는 라이브로, 각종 페스티벌 섭외 1순위로 꼽히는 글렌체크. 이들의 음악 세계를 나 역시 오감을 발휘해 탐험하듯 구석구석 돌아다녀 봤다.

▶색다른 음악 시도에 중독성까지…“팬들이 ‘글렐루야’래요”

글렌체크의 음악 팬들은 글렌체크의 음악을 종교로 표현한다.
글렌체크. 사진 제공=사운드홀릭

글렌체크. 사진 제공=사운드홀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글렌체크는 종교입니다”라고 소개를 하고, “찬양해야 할 것 같다”, “글렐루야” 등 종교에 빗댄 표현들을 찾아볼 수 있다. 글렌체크가 개척해나가는 새로운 음악 세계, 이에 한번 들으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중독성이 종교와 닮았기 때문일까.

“‘글렐루야’라는 말? 들어봤죠. 그런 글을 보면 우리 종교를 더 전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하.”(김준원)

김준원은 팬들의 호응에 너스레를 떨며 답을 한다. 하지만 “팬들이 왜 그렇게 글렌체크 음악이 좋대요?”라고 물으니 “아, 그건 정말 저희가 묻고 싶어요. 저희 음악이 왜 그렇게 좋아요?”라며 눈을 반짝인다. 특히 이번 앨범에 대한 호응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유를 물으니 “이번 앨범은 듣기 좋은 음악보다 그저 만들고 싶은 음악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이번 앨범 곡들은 이전의 곡들에 비해 멜로디의 밀도가 다소 줄어들었다. 귀에 쉽게 붙는 멜로디가 적으니 다소 심심한 느낌이 든다는 평가도 있다.

“리듬 면에 신경을 많이 쓴 것은 사실이에요. 더 원초적인 느낌으로 가고 싶었거든요. 아프리카 전통음악과 국악을 많이 들으면서 리듬으로 임팩트를 주려고 노력했죠. 하지만 멜로디에 신경을 안 쓴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이전보다 더 신경을 썼으면 썼죠. 음 하나하나의 균형을 맞추려고 심혈을 기울였어요. 멜로디의 많고 적음, 양 자체로는 줄어든 게 맞긴 하지만요.”

이렇게 심혈을 기울인 음악들을 발매 당일부터 일주일간 무료로 공개했다. 어떠한 이유에서였을까. 멤버들은 “음악은 좋으라고 듣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엉뚱한 대답을 한다. “돈을 내면 음악을 듣는 데 하나라도 안 좋은 요소가 생기는 것 아니냐. 들어보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서 그때 돈을 주고 사주면 그때 더 뿌듯하겠죠”라고 음악에 남다른 자부심을 내비친다.

▶“날개를 건축해 하늘을 나는 음악을 만든다”

글렌체크는 단순한 밴드라기보다는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실험하는 음악 실험가들 같다.

이들의 곡 작업은 ‘새로운 소리 개발’과 ‘이미지로 표현되는 아이디어를 청각화’하는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멤버들은 이 과정들이 “극비”라며 이내 자세하고도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작곡 소프트웨어에 악기를 연결해요. 그러면 악보에 따라 악기가 연주를 하죠. 그 소리를 넣고 빼주는 조절을 저희가 하고요. CD가 아닌 실제 악기니 라이브 음악인 셈이죠. 특히 악기가 아날로그 악기라는 것이 특징적이에요. 기존에 연결해 사용하던 디지털 악기가 아니라 아날로그에 맞게 미디신호를 바꿔주는 과정이 까다롭고, 그에 따라 생기는 불안정 때문에 가끔 무대 위에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해요.”

이들의 아이디어 작업은 더욱 흥미롭다. 사진이나 영화, 풍경을 보고 “이 느낌 알지? 뭔가 느껴지지?”라고 묻고 답하며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느낌을 스토리로 만들어 표현한다.

“프랑스에 있을 때 함께 콩코드 광장에 갔어요. 탁 트인 광장, 우중충한 날씨.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노란 빛으로 무척 예뻤죠. 하늘을 ‘날아야겠다’ 생각했어요. 설계를 하고 부품을 만들어서 날개를 짓자고요. 그것이 음악으로 실현된 게 바로 수록곡 ‘콩코드’죠.”

연주 역시 현지의 소리를 재현했다. ‘콩코드’의 비트 소리는 바로 콩코드 광장의 길거리 연주자들의 악기 소리를 재현한 것.

이야기만 들어도 신 나는 작업이다. 이들의 군침 넘어가는 작업 이야기에 결국 꼭 한번 아이디어 작업에 초대해 달라는 요청까지 남겼다.

▶ep앨범은 제육볶음 음악, 정규 앨범은 소시지 음악

글렌체크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장소를 찾아 나선다. 이번 앨범 작업은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지역과 홍대 지하 연습실 등 국내외를 오가며 이루어졌다.
글렌체크. 사진 제공=사운드홀릭

 글렌체크. 사진 제공=사운드홀릭


음악 작업이 무척 ‘글로벌’하다. 멤버들이 해외파 출신이어서일까. 준원은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일본, 미국, 프랑스를 오가며 살았고, 혁준 역시 어릴 적 미국에서 6년간 살았다. 살아온 환경, 들어온 음악이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이처럼 제한 없는 작업 환경과 독특한 발상들이 글렌체크만의 이색적인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들이 얼마나 환경에 영향을 받는가 하면 장소뿐 아니라 먹는 음악, 심지어 벽지 색깔에도 음악적 영향을 받는단다.

“ep앨범은 한식을 먹고 만든 음악이에요. 한번은 제육볶음을 먹으니 그날따라 느껴지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영감이 마구 솟아서 곡을 술술 썼는데 그게 바로 ‘어딕티드’죠. 하하. 정규앨범은 소시지 같은 미국 길거리 음식을 먹고 만든 음악이고요. 느낌이 다르죠?”

오감을 통해 영향을 받고, 받은 영향이 노래로 배출되는 신기한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알고 보면 수줍음 많고, 장난도 많은 영락없는 20대 청년들.

준원은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다양한 생각이 들어 관객을 등지고 연주를 한단다. 그는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조금 성의 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더 잘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팬들이 찍은 글렌체크 무대 영상을 보니 준원은 죄다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만 담겼다. 이를 알려주니 “엉덩이가 보인다니 그런 좋은 점도 있었네요. 아, 관객들 안 되겠는데?”라고 장난치며 웃는다.

이들은 앞으로 “꼭 지금처럼만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꼭 자유롭게 해야 해요. 많은 기획사들의 러브콜을 거절하고 사운드홀릭을 선택한 것도 그 이유죠. 사운드홀릭은 ‘우리가 키워주겠다’는 말을 안 했었거든요. 지금처럼만 평생 음악 할래요.”

그들의 음악이 흥미롭다 했더니 왜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던 글렌체크의 인터뷰. 세 사람의 만남만으로도 재미와 열정이 느껴졌다. 대체 뭐가 그렇게 재미있나요? 작업할 때, 꼭 한번 초대해줘요.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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