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급 장애를 극복하고 서울국제마라톤에 출전한 이철성씨(오른쪽)와 가이드를 맡은 장순동씨. 동아닷컴
이번 대회에 출전한 2만여명의 마라토너 중에는 1급 장애우 이철성 씨(46)도 있었다. 이 씨는 시각-청각 복합장애 1급. 시력은 빛만 감지할 수 있고, 청력은 보청기를 착용해도 잘 들리지 않는다. 대화를 나누려면 귀 가까이에서 큰 소리로 여러 차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런 불편한 몸에도 이 씨는 정상인보다 훨씬 잘 달린다. 마라톤 풀코스만 10회 완주했다. 이번 대회가 11번째 풀코스 도전이다. 최고기록은 2시간59분21초. 이 씨는 2010년 시각장애인 최초로 서브스리(풀코스를 3시간 안에 달리는 것)를 달성한 바 있다.
“서울 맹아학교 재학시절 런닝머신에서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달리기조차 안 하면 제 자신이 너무 나약해 질 것 같았어요. 제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달렸습니다.”
이 씨가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나약한 삶이 싫어서다. 그런데 달리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재능을 발견했고 주위에서 마라톤을 권유했다.
“마라톤이 제 삶을 바꿔놓았습니다. 부지런한 삶을 살 수 있게 됐고, 많이 밝아졌어요. 성적도 갈수록 향상돼 이젠 서브스리도 가능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이 씨는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달린다. 두 사람은 서로의 팔을 끈으로 묶고 완주한다. 가이드는 이 씨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날 가이드로 나선 장순동(61) 씨는 “장애우지만 대단한 실력을 갖고 있다”며 “급수 과정을 제외하고는 달리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이 씨를 포함해 15명의 시각 장애우들이 출전해 힘찬 레이스를 펼쳤다.
동아닷컴 |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